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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안 장기화…‘고용 빙하기’ 오나?
입력 2012.09.27 (07:13) 수정 2012.09.27 (19:34) 연합뉴스
경기불안이 지속되면서 고용시장이 혹한기를 맞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 불황을 맞아 기업들이 앞다퉈 채용을 줄인 결과다.

2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사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618개 상장사의 직원수는 지난 6월말 기준 103만1천222명으로 작년 6월말보다 2.9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2010년 6월∼2011년 6월 상장사 직원수 증가율이 9.0%였던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또 219개 상장사가 고용을 줄였고 그 감원 규모는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무제한 매입,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등 과감한 경기부양책이 잇따라 나왔지만 실물경기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고용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기전망 악화에 고용도 `꽁꽁'

상장회사들의 고용이 꽁꽁 얼어붙은 까닭으로는 유로존 재정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과 경기전망의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8월 말 전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조업 주요 업종별 실물경기 동향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이상(62.7%)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국내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장홍근 연구위원은 "채용을 하지 않는 이유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유로존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극적 자세를 견지한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연구원 손민중 연구원도 "민간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기 전망을 감안해 고용에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작년 9%대였던 고용 증가율이 1년만에 3분의 1 이하로 곤두박질 친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착시효과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쇼크 이후 기업들이 잔뜩 웅크려 인력을 채용하지 않거나 줄였던 것이 작년에 9%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 성장률로 나타난 것"이어서 "최근 1년간 고용위축은 작년 수준이 높은 데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불황 때마다 설비투자로 필요인력을 대체하고 하청ㆍ용역 등 간접고용을 확대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장 연구위원은 "글로벌 리더인 도요타도 비정규직을 많이 늘리고 외주 제작을 확대해 제품 결함이 발생했다"면서 "한국 대기업들도 자칫 아웃소싱의 함정, 비정규직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 상장사 설비투자도 대기업에 편중

상장사들의 설비투자는 작년보다는 늘었지만 심각한 대기업 편중 현상을 드러냈다.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34조6천1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6%(3조5천848억원) 늘었지만 이 증가분은 10대 그룹 소속 기업들의 몫이었다.

10대 그룹 소속 70개사의 설비투자 규모는 22조8천78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1.7% 증가한 반면, 나머지 548개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11조7천229억원으로 4.1% 감소했다.

경기 부진 속에서도 수출 확대로 좋은 실적을 낸 IT와 자동차 업체들은 제품 수요 증가와 재고 소진 때문에 설비 투자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중소형 상장사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현금 자산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신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비투자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상반기 설비투자가 감소했던 2009년 이후 증가세를 꾸준하게 보이고 있으나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581개사의 매년 상반기 설비투자액을 비교한 결과 2009년 2.9%, 2010년 16.8%, 2011년 14.5%, 2012년 10.4%를 나타냈다.

이런 증가율 둔화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한득 연구위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가 부진했고, 유럽 재정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며 "기업들이 외부 차입을 하면서까지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경기 불안 장기화…‘고용 빙하기’ 오나?
    • 입력 2012-09-27 07:13:25
    • 수정2012-09-27 19:34:20
    연합뉴스
경기불안이 지속되면서 고용시장이 혹한기를 맞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 불황을 맞아 기업들이 앞다퉈 채용을 줄인 결과다.

2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사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618개 상장사의 직원수는 지난 6월말 기준 103만1천222명으로 작년 6월말보다 2.9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2010년 6월∼2011년 6월 상장사 직원수 증가율이 9.0%였던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또 219개 상장사가 고용을 줄였고 그 감원 규모는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무제한 매입,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등 과감한 경기부양책이 잇따라 나왔지만 실물경기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고용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기전망 악화에 고용도 `꽁꽁'

상장회사들의 고용이 꽁꽁 얼어붙은 까닭으로는 유로존 재정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과 경기전망의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8월 말 전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조업 주요 업종별 실물경기 동향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이상(62.7%)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국내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장홍근 연구위원은 "채용을 하지 않는 이유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유로존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극적 자세를 견지한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연구원 손민중 연구원도 "민간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기 전망을 감안해 고용에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작년 9%대였던 고용 증가율이 1년만에 3분의 1 이하로 곤두박질 친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착시효과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쇼크 이후 기업들이 잔뜩 웅크려 인력을 채용하지 않거나 줄였던 것이 작년에 9%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 성장률로 나타난 것"이어서 "최근 1년간 고용위축은 작년 수준이 높은 데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불황 때마다 설비투자로 필요인력을 대체하고 하청ㆍ용역 등 간접고용을 확대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장 연구위원은 "글로벌 리더인 도요타도 비정규직을 많이 늘리고 외주 제작을 확대해 제품 결함이 발생했다"면서 "한국 대기업들도 자칫 아웃소싱의 함정, 비정규직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 상장사 설비투자도 대기업에 편중

상장사들의 설비투자는 작년보다는 늘었지만 심각한 대기업 편중 현상을 드러냈다.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34조6천1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6%(3조5천848억원) 늘었지만 이 증가분은 10대 그룹 소속 기업들의 몫이었다.

10대 그룹 소속 70개사의 설비투자 규모는 22조8천78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1.7% 증가한 반면, 나머지 548개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11조7천229억원으로 4.1% 감소했다.

경기 부진 속에서도 수출 확대로 좋은 실적을 낸 IT와 자동차 업체들은 제품 수요 증가와 재고 소진 때문에 설비 투자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중소형 상장사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현금 자산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신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비투자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상반기 설비투자가 감소했던 2009년 이후 증가세를 꾸준하게 보이고 있으나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581개사의 매년 상반기 설비투자액을 비교한 결과 2009년 2.9%, 2010년 16.8%, 2011년 14.5%, 2012년 10.4%를 나타냈다.

이런 증가율 둔화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한득 연구위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가 부진했고, 유럽 재정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며 "기업들이 외부 차입을 하면서까지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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