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도박 공화국, 오명을 벗어라”

입력 2012.09.2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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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녹취> 도박 중독 경험자 : "한 방이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만약 한탕했어도 이거 가지곤 안 돼. 좀 더 하다보면 다 잃고 몇 배 빚을 지게 되고..."



<녹취> 도박중독자 가족 : "가족 중에 도박중독자가 있다는 건 암보다 더 무섭더라고...정신적인 파탄이 오는 거란 말이야. 가족까지 다..."



이번 추석 연휴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나 친구들과 재미삼아 화투 놀이하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들도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다가 중독됐습니다.



오늘 이슈 앤 뉴스에선 도박 중독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사행성 도박의 실태를 하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의 한 스크린 경정장.



평일 낮 시간인데도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몰려들어 주권을 산 사람들은 작은 스크린 앞에서 환호성과 탄식을 쏟아냅니다.



상한액이 1회에 10만 원으로, 하루에 150만 원까지 베팅할 수 있습니다.



실내 경정장 주변에서는 또 다른 도박 호객이 이뤄집니다.



<녹취> "000 경마입니다. 고 배당률 자랑하는 000 경마입니다. 매장 근처에 있습니다."



어둠이 내린 한밤중에도 도박은 계속 됩니다.



도심 한복판의 한 PC방.



손님들은 인터넷으로 속칭 `고스톱’이나 `포커’ 도박에 빠져듭니다.



<녹취> "내가 여기 앉을테니까 언니가 거기 앉아. 여기가 그 조그만 삼촌이 45만 원 다 따먹고 간 자리잖아."



현금을 포인트로 바꿔 시작한 인터넷 도박은 새벽이 될 때까지 끝날 줄을 모릅니다.



가정집은 물론, 불법 도박 하우스가 판을 치고 심지어는 법당에 이르기까지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인터뷰> 도박중독자 : "처음에는 오락으로 시작했던 게 재밌고 돈도 풍족하게 생길 것 같고..."



돈을 잃고 목숨을 끊는 사람까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강원랜드에서 자살한 사람이 14명에 이르는 등 해마다 자살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양성화의 바람을 타고 도박이 독버섯처럼 번지면서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보신 것처럼 사행성 도박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덫과 같습니다.



지난 2003년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이후 합법적으로 성장해온 국내 사행산업의 실태를 김지선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설명합니다.



<리포트>



제가 있는 이곳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강원랜드입니다.



지난해에만 총매출액이 1조 2천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사행산업도 날로 급증세입니다.



지난해 매출액 18조 2629억 원, 5년 전에 비해 무려 51%나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사행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우리나라 성인 100명 중 7명, 260만 명이 도박중독자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호주보다 3~4배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더 우려되는 점은 청년 세대의 도박 중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도박 중독으로 치유센터를 찾은 20, 30대는 540여 명. 2008년에 비해 2배 넘게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녹취> 영화 ’타짜’ : "(저건 뭘로 보이니?) 화투짝 3이요. (너도 이제 슬슬 미쳐가는구나...)"



유명한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인데요,



보신 것처럼, 처음엔 사람들과 친목을 위해 시작했다가 나중엔 점점 돈을 딸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내 돈으로 도박을 하고, 돈이 모자라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빌리고, 결국은 사채까지 끌어쓰게 됩니다.



도박이 중독자 한 사람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통째로 망가뜨리는 건 다 이런 이유에섭니다.



모든 걸 잃고 벼랑 끝에 몰려도 결코 끊기 어렵다는 도박 중독.



해결책은 없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 직장 생활로 모은 돈을 도박으로 다 날리고 세상 끝에 내몰렸던 50대 가장.



제빵 기술을 배우면서 도박 중독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00씨(도박 중독 경험자) :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모임을 일주일에 정기적으로 나가서 노력해야만 극복할 수 있고요."



가족들도 도박 빚을 무작정 갚아주는 것이 아니라, 중독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의 책임도 큽니다.



조세 확보 등을 명분으로 국내 사행산업을 18조 원 규모로 양성화했지만, 중독자 치료나 부작용 등 관리감독은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현섭(중독예방치유센터장) : "전국에 상담센터나 거주시설 직업재활 센터등 다양한 시설들을 설치할 계획을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관리해야 할 질병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합법화된 사행산업에 대한 더 적극적인 감독 장치가 필요한 땝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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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도박 공화국, 오명을 벗어라”
    • 입력 2012-09-28 22:01:38
    뉴스 9
<앵커 멘트>

<녹취> 도박 중독 경험자 : "한 방이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만약 한탕했어도 이거 가지곤 안 돼. 좀 더 하다보면 다 잃고 몇 배 빚을 지게 되고..."

<녹취> 도박중독자 가족 : "가족 중에 도박중독자가 있다는 건 암보다 더 무섭더라고...정신적인 파탄이 오는 거란 말이야. 가족까지 다..."

이번 추석 연휴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나 친구들과 재미삼아 화투 놀이하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들도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다가 중독됐습니다.

오늘 이슈 앤 뉴스에선 도박 중독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사행성 도박의 실태를 하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의 한 스크린 경정장.

평일 낮 시간인데도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몰려들어 주권을 산 사람들은 작은 스크린 앞에서 환호성과 탄식을 쏟아냅니다.

상한액이 1회에 10만 원으로, 하루에 150만 원까지 베팅할 수 있습니다.

실내 경정장 주변에서는 또 다른 도박 호객이 이뤄집니다.

<녹취> "000 경마입니다. 고 배당률 자랑하는 000 경마입니다. 매장 근처에 있습니다."

어둠이 내린 한밤중에도 도박은 계속 됩니다.

도심 한복판의 한 PC방.

손님들은 인터넷으로 속칭 `고스톱’이나 `포커’ 도박에 빠져듭니다.

<녹취> "내가 여기 앉을테니까 언니가 거기 앉아. 여기가 그 조그만 삼촌이 45만 원 다 따먹고 간 자리잖아."

현금을 포인트로 바꿔 시작한 인터넷 도박은 새벽이 될 때까지 끝날 줄을 모릅니다.

가정집은 물론, 불법 도박 하우스가 판을 치고 심지어는 법당에 이르기까지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인터뷰> 도박중독자 : "처음에는 오락으로 시작했던 게 재밌고 돈도 풍족하게 생길 것 같고..."

돈을 잃고 목숨을 끊는 사람까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강원랜드에서 자살한 사람이 14명에 이르는 등 해마다 자살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양성화의 바람을 타고 도박이 독버섯처럼 번지면서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보신 것처럼 사행성 도박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덫과 같습니다.

지난 2003년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이후 합법적으로 성장해온 국내 사행산업의 실태를 김지선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설명합니다.

<리포트>

제가 있는 이곳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강원랜드입니다.

지난해에만 총매출액이 1조 2천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사행산업도 날로 급증세입니다.

지난해 매출액 18조 2629억 원, 5년 전에 비해 무려 51%나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사행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우리나라 성인 100명 중 7명, 260만 명이 도박중독자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호주보다 3~4배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더 우려되는 점은 청년 세대의 도박 중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도박 중독으로 치유센터를 찾은 20, 30대는 540여 명. 2008년에 비해 2배 넘게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녹취> 영화 ’타짜’ : "(저건 뭘로 보이니?) 화투짝 3이요. (너도 이제 슬슬 미쳐가는구나...)"

유명한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인데요,

보신 것처럼, 처음엔 사람들과 친목을 위해 시작했다가 나중엔 점점 돈을 딸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내 돈으로 도박을 하고, 돈이 모자라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빌리고, 결국은 사채까지 끌어쓰게 됩니다.

도박이 중독자 한 사람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통째로 망가뜨리는 건 다 이런 이유에섭니다.

모든 걸 잃고 벼랑 끝에 몰려도 결코 끊기 어렵다는 도박 중독.

해결책은 없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년 직장 생활로 모은 돈을 도박으로 다 날리고 세상 끝에 내몰렸던 50대 가장.

제빵 기술을 배우면서 도박 중독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00씨(도박 중독 경험자) :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모임을 일주일에 정기적으로 나가서 노력해야만 극복할 수 있고요."

가족들도 도박 빚을 무작정 갚아주는 것이 아니라, 중독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의 책임도 큽니다.

조세 확보 등을 명분으로 국내 사행산업을 18조 원 규모로 양성화했지만, 중독자 치료나 부작용 등 관리감독은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현섭(중독예방치유센터장) : "전국에 상담센터나 거주시설 직업재활 센터등 다양한 시설들을 설치할 계획을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관리해야 할 질병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합법화된 사행산업에 대한 더 적극적인 감독 장치가 필요한 땝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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