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 료 “내 장점…평범함 아닐까요?”

입력 2012.10.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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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죄’로 부산영화제 초청



"배우로서 장점이요? 그냥 평범하다는 것?"



일본 배우 카세 료(38)는 동 세대 배우 오다기리 조, 아사노 타다노부에 비해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두 분은 굉장히 멋있고 화려한 데 비해 나는 평범하니까 조금 다른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영화 ’속죄’로 1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그는 5일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영화에서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며 여러 질문에 차분하고 성의있게 응대했다.



그의 말마따나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얼굴과 눈빛은 보는 사람을 은근히 빨아들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50여 편의 영화에 주연과 조연으로 출연한 그의 필모그래피는 ’평범함’이 배우로서 얼마나 큰 무기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 무기로 그는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마음을 훔치기도 했다. 이란 출신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사랑에 빠진 것처럼’), 미국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구스 반 산트(’레스트리스’)와 함께 작업했다.



그는 "외국 감독들과의 작업이 일본 감독보다 훨씬 더 쉽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인데 일본에서는 감독들이 말없이 그냥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해외 감독들은 배우와 대화하고 토론하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그런 게 별로 없고 배우가 얘기하는 걸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감독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그는 또 "이스트우드 감독이나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연기할 때 정해놓고 하지 말고 그냥 과감하게 무모하게 하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사랑에 빠진 것처럼’을 찍을 때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눈이 가끔 굉장히 무섭게 보인다. 어떤 광기가 보인다"고 말했던 일화를 전하며 웃었다.



그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에 대해 "항상 농담만 하다 가끔 진지한 얘길 하는데 늘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이 말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구분이 안 돼서 힘들었다"며 "진심을 말할 때 농담인 줄 알고 웃으면 화를 낸다"고 전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에 대해서는 "늘 캐주얼하고 촬영 장소가 대부분 감독님 집 근처여서 스태프가 감독님 집에서 과자를 먹으며 얘기하곤 했다. 그러다 날씨가 좋아지면 ’이제 슬슬 나가볼까’하는 스타일이다. 놀이처럼 작업하는 분이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사랑에 빠진 것처럼’에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집착하는 남자 ’노리아키’를 연기하며 평소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거친 느낌의 연기를 했다.



"섬세하고 약한 역보다는 이런 연기가 저에게 오히려 자연스러워요. 이 작품은 상대방이 나를 무서워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중요했던 작품인데 상대 배우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는 "’노리아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현실과 마주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마주 보는 것을 점점 귀찮아하고 문자메시지로 대충 때우거나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거리를 유지하는데 노리아키는 그렇지 않고 마주 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며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자신이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사랑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렸을 때, 고등학생 때에는 질투도 있고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직업상 집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다. 나는 하나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행동하는 게 더 맞는 것 같고 결혼은 나랑 참 안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연기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기를 하고 어떤 캐릭터를 만들 때 이 사람을 좋은 사람 또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양면을 가진 거잖아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기도 쉽고요. 그래서 보통은 이 캐릭터가 괴로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부분이 약할까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는 또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는데 처음부터 작은 영화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우연히 주연을 맡게 됐기 때문에 비중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속죄’를 연출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서로가 서로의 팬이라고 해서 일본에서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 함께 했다. 봉 감독이 굉장히 좋은 분이라고 느꼈다"며 "그가 영화에 부르면 물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국 감독 중에 함께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홍상수 감독을 꼽았다.



’레스트리스’에서는 십대 후반 내지 이십대 초반의 어린 군인을 연기할 정도로 엄청난 동안을 자랑하는 얼굴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사실 내 얼굴이 카메라로 찍으면 더 어려보이는 게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자꾸 그런 역할이 들어오면 싫다 싶지만 또 절반은 고맙기도 해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나이를 잘 먹고 싶기 때문에 아이 아빠 같은 역할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여성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소속사) 사무실로 한국팬들한테서 편지가 오는데 외국 팬에게서 한 번도 그런 걸 받아보지 않다가 받게 돼서 좋다"며 웃었다.



배우로서의 목표를 물으니 "오래 길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되도록이면 독립영화 쪽으로 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기도 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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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세 료 “내 장점…평범함 아닐까요?”
    • 입력 2012-10-05 19:24:20
    연합뉴스
영화 ’속죄’로 부산영화제 초청

"배우로서 장점이요? 그냥 평범하다는 것?"

일본 배우 카세 료(38)는 동 세대 배우 오다기리 조, 아사노 타다노부에 비해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두 분은 굉장히 멋있고 화려한 데 비해 나는 평범하니까 조금 다른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영화 ’속죄’로 1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그는 5일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영화에서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며 여러 질문에 차분하고 성의있게 응대했다.

그의 말마따나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얼굴과 눈빛은 보는 사람을 은근히 빨아들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50여 편의 영화에 주연과 조연으로 출연한 그의 필모그래피는 ’평범함’이 배우로서 얼마나 큰 무기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 무기로 그는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마음을 훔치기도 했다. 이란 출신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사랑에 빠진 것처럼’), 미국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구스 반 산트(’레스트리스’)와 함께 작업했다.

그는 "외국 감독들과의 작업이 일본 감독보다 훨씬 더 쉽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인데 일본에서는 감독들이 말없이 그냥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해외 감독들은 배우와 대화하고 토론하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그런 게 별로 없고 배우가 얘기하는 걸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감독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그는 또 "이스트우드 감독이나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연기할 때 정해놓고 하지 말고 그냥 과감하게 무모하게 하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사랑에 빠진 것처럼’을 찍을 때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눈이 가끔 굉장히 무섭게 보인다. 어떤 광기가 보인다"고 말했던 일화를 전하며 웃었다.

그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에 대해 "항상 농담만 하다 가끔 진지한 얘길 하는데 늘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이 말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구분이 안 돼서 힘들었다"며 "진심을 말할 때 농담인 줄 알고 웃으면 화를 낸다"고 전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에 대해서는 "늘 캐주얼하고 촬영 장소가 대부분 감독님 집 근처여서 스태프가 감독님 집에서 과자를 먹으며 얘기하곤 했다. 그러다 날씨가 좋아지면 ’이제 슬슬 나가볼까’하는 스타일이다. 놀이처럼 작업하는 분이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사랑에 빠진 것처럼’에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집착하는 남자 ’노리아키’를 연기하며 평소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거친 느낌의 연기를 했다.

"섬세하고 약한 역보다는 이런 연기가 저에게 오히려 자연스러워요. 이 작품은 상대방이 나를 무서워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중요했던 작품인데 상대 배우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는 "’노리아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현실과 마주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마주 보는 것을 점점 귀찮아하고 문자메시지로 대충 때우거나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거리를 유지하는데 노리아키는 그렇지 않고 마주 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며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자신이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사랑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렸을 때, 고등학생 때에는 질투도 있고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직업상 집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다. 나는 하나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행동하는 게 더 맞는 것 같고 결혼은 나랑 참 안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연기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기를 하고 어떤 캐릭터를 만들 때 이 사람을 좋은 사람 또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양면을 가진 거잖아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기도 쉽고요. 그래서 보통은 이 캐릭터가 괴로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부분이 약할까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는 또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는데 처음부터 작은 영화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우연히 주연을 맡게 됐기 때문에 비중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속죄’를 연출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서로가 서로의 팬이라고 해서 일본에서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 함께 했다. 봉 감독이 굉장히 좋은 분이라고 느꼈다"며 "그가 영화에 부르면 물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국 감독 중에 함께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홍상수 감독을 꼽았다.

’레스트리스’에서는 십대 후반 내지 이십대 초반의 어린 군인을 연기할 정도로 엄청난 동안을 자랑하는 얼굴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사실 내 얼굴이 카메라로 찍으면 더 어려보이는 게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자꾸 그런 역할이 들어오면 싫다 싶지만 또 절반은 고맙기도 해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나이를 잘 먹고 싶기 때문에 아이 아빠 같은 역할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여성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소속사) 사무실로 한국팬들한테서 편지가 오는데 외국 팬에게서 한 번도 그런 걸 받아보지 않다가 받게 돼서 좋다"며 웃었다.

배우로서의 목표를 물으니 "오래 길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되도록이면 독립영화 쪽으로 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기도 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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