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복잡한 대입 전형…사교육만 배불려

입력 2012.11.0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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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주요 대선후보들의 교육 공약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대학입학전형을 단순화' 하겠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나 복잡하기에 그럴까요?

<질문>

구영희 기자! 대학 입학 전형 방법이 수천가지에 이른다고요?

<답변>

네, 올해 4년제 대학의 입학전형을 모두 합하면 3천 백 86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올해 대학입시에서 수험생들은 최대 수시 6번, 정시 3번의 원서를 넣을 수 있는데요.

이렇게 전형이 제각각이다보니 일단 어떤 대학에 원서를 넣을지 부터가 머리아픕니다.

전형 3천 186개 가운데 66%정도는 수시모집이고, 나머지 34%정도가 정시 모집 전형입니다.

특히 수시모집의 경우엔, 알바트로스 인재 전형, 다빈치형 인재전형, 네오 르네상스전형, 참사랑 인재전형 등 이름만 봐서는 도대체 어떤 학생을 어떻게 뽑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대학별로 보면, 단국대가 52가지로 가장 많고, 중앙대 46가지, 건국대나 명지대,상명대도 40개가 넘습니다.

이름뿐 아니라 전형마다 수능과 학생부, 면접, 논술 등의 반영비율이 모두 다르고,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경력 서류까지 준비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보니 학생들은 복잡한 입시전형때문에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다영(고등학교 3학년) : "자기소개서라든지 서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고..."

<인터뷰> 이예지(고등학교 3학년) : "제가 한건 똑같은데 그래도 대학교마다 (인재상에 맞게) 말을 바꿔서 해야 하다보니 약간 혼란스럽기는 합니다."

<질문>

그래서 이렇게 복잡한 대학입시를 보면, 차라리 옛날이 편했다 하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그동안에도 대학입시제도가 많이 변했죠?

<답변>

네. 지금은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보는데요, 1980년에는 수능대신 <예비고사>가 있었죠.

여기에 대학별 본고사와 내신이 대학입시의 기본틀이었는데요, 하지만 과외가 너무 과열되자, 과외 교습 전면 금지와 본고사 폐지조치가 취해졌습니다.

1982년에는 예비고사가 학력고사로 대체됐는데, 이후 내신 문제점을 보완한다며 논술이 도입됐지만 별 효과를 못보고 2년만에 폐지됩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보기시작한건 1994년인데요.

이때 14년만에 본고사도 다시 부활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3년만에 또 똑같이 과외문제로 폐지됐습니다.

1997년엔 논술을 다시 시작하면서 고액논술과외문제가 등장했고 2002년 이후엔 대학의 자율권이 확대되면서, 추천서, 심층면접등 전형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2008년 입학사정관제도 도입됐습니다.

2014년에는 수능이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선택제로 또 달라집니다.

<질문>

참 많이도 바뀌었네요.

문제가 있다며 없앴다가 다시 만들고, 또 없애고 그때마다 목표는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감소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사교육은 좀 줄었나요?

<답변>

사교육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교육 1번지라는 서울 대치동에 한번 가봤는데요.

밤 10시가 되자 학원들이 밀집한 빌딩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고등학생들은 수능과 내신에 대비한 국영수는 기본이고 지원 대학과 전형에 따라 추가로 학원을 더 다닌다고 합니다.

특히 수능이 끝나는 날에 맞춰서, 학원들은 대학별 맞춤 논술 특강을 내걸고 학생을 모집하고있는데요,

하루 12시간짜리가 30만원, 9박 10일 숙박형 강의가 225만원 짜리도 있습니다.

요즘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난 게 바로 진학 컨설팅 업체들인데요.

보통 시간당 20만원에서 50만원의 상담비를 요구합니다.

수능의 70%가 EBS와 연계 출제되자, 학원들은 EBS 요약강의로 돈을 벌고 국가영어능력평가, NEAT가 수능을 대체할 것이라는 방침에, NEAT 학원도 생겼습니다.

이렇다보니 입시나 검정, 보습과 관련한 학원과 개인과외는 4년전에 비해 각각 19%와 40%가 증가했습니다.

미등록 고액 과외는 추산하기도 어렵습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입시 제도를 바꾸면 거기에 맞춘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 겁니다.

입시제도에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 처방만 내리다보니, 입시전형은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지고, 사교육업체의 배만 불린 셈이 됐는데요.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위상에 걸맞는 제대로된 입시정책이 나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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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1-05 23: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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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주요 대선후보들의 교육 공약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대학입학전형을 단순화' 하겠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나 복잡하기에 그럴까요? <질문> 구영희 기자! 대학 입학 전형 방법이 수천가지에 이른다고요? <답변> 네, 올해 4년제 대학의 입학전형을 모두 합하면 3천 백 86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올해 대학입시에서 수험생들은 최대 수시 6번, 정시 3번의 원서를 넣을 수 있는데요. 이렇게 전형이 제각각이다보니 일단 어떤 대학에 원서를 넣을지 부터가 머리아픕니다. 전형 3천 186개 가운데 66%정도는 수시모집이고, 나머지 34%정도가 정시 모집 전형입니다. 특히 수시모집의 경우엔, 알바트로스 인재 전형, 다빈치형 인재전형, 네오 르네상스전형, 참사랑 인재전형 등 이름만 봐서는 도대체 어떤 학생을 어떻게 뽑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대학별로 보면, 단국대가 52가지로 가장 많고, 중앙대 46가지, 건국대나 명지대,상명대도 40개가 넘습니다. 이름뿐 아니라 전형마다 수능과 학생부, 면접, 논술 등의 반영비율이 모두 다르고,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경력 서류까지 준비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보니 학생들은 복잡한 입시전형때문에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다영(고등학교 3학년) : "자기소개서라든지 서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고..." <인터뷰> 이예지(고등학교 3학년) : "제가 한건 똑같은데 그래도 대학교마다 (인재상에 맞게) 말을 바꿔서 해야 하다보니 약간 혼란스럽기는 합니다." <질문> 그래서 이렇게 복잡한 대학입시를 보면, 차라리 옛날이 편했다 하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그동안에도 대학입시제도가 많이 변했죠? <답변> 네. 지금은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보는데요, 1980년에는 수능대신 <예비고사>가 있었죠. 여기에 대학별 본고사와 내신이 대학입시의 기본틀이었는데요, 하지만 과외가 너무 과열되자, 과외 교습 전면 금지와 본고사 폐지조치가 취해졌습니다. 1982년에는 예비고사가 학력고사로 대체됐는데, 이후 내신 문제점을 보완한다며 논술이 도입됐지만 별 효과를 못보고 2년만에 폐지됩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보기시작한건 1994년인데요. 이때 14년만에 본고사도 다시 부활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3년만에 또 똑같이 과외문제로 폐지됐습니다. 1997년엔 논술을 다시 시작하면서 고액논술과외문제가 등장했고 2002년 이후엔 대학의 자율권이 확대되면서, 추천서, 심층면접등 전형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2008년 입학사정관제도 도입됐습니다. 2014년에는 수능이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선택제로 또 달라집니다. <질문> 참 많이도 바뀌었네요. 문제가 있다며 없앴다가 다시 만들고, 또 없애고 그때마다 목표는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감소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사교육은 좀 줄었나요? <답변> 사교육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교육 1번지라는 서울 대치동에 한번 가봤는데요. 밤 10시가 되자 학원들이 밀집한 빌딩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고등학생들은 수능과 내신에 대비한 국영수는 기본이고 지원 대학과 전형에 따라 추가로 학원을 더 다닌다고 합니다. 특히 수능이 끝나는 날에 맞춰서, 학원들은 대학별 맞춤 논술 특강을 내걸고 학생을 모집하고있는데요, 하루 12시간짜리가 30만원, 9박 10일 숙박형 강의가 225만원 짜리도 있습니다. 요즘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난 게 바로 진학 컨설팅 업체들인데요. 보통 시간당 20만원에서 50만원의 상담비를 요구합니다. 수능의 70%가 EBS와 연계 출제되자, 학원들은 EBS 요약강의로 돈을 벌고 국가영어능력평가, NEAT가 수능을 대체할 것이라는 방침에, NEAT 학원도 생겼습니다. 이렇다보니 입시나 검정, 보습과 관련한 학원과 개인과외는 4년전에 비해 각각 19%와 40%가 증가했습니다. 미등록 고액 과외는 추산하기도 어렵습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입시 제도를 바꾸면 거기에 맞춘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 겁니다. 입시제도에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 처방만 내리다보니, 입시전형은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지고, 사교육업체의 배만 불린 셈이 됐는데요.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위상에 걸맞는 제대로된 입시정책이 나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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