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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대신”…남미의 ‘음료 민족주의’
입력 2012.11.11 (09:33) 수정 2012.11.11 (15:04)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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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도 한 때 콜라 독립을 한다는 8.15콜라라는 국산 콜라가 시판된 적이 있었는데요.

이유는 다르지만 지금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 남미의 대표적 반미 좌파정권 나라들에선 대통령까지 나서 콜라, 환타 등 다국적 기업 음료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습니다.

콜라 대신 자국의 전통 음료를 마시라는 건데요.

그 속내는 민족주의를 부추겨 반미 정권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별 호응이 없습니다.

남미의 ‘음료 민족주의’ 박전식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이 유엔 회원국들 앞에 섰습니다.

연설의 화두는 코카.

볼리비아 주산물인 코카 잎은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랄레스는 코카로 만든 식품들을 들어보이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에보 모랄레스(볼리비아 대통령) : “볼리비아에는 코카 잎으로 만들어진 '코카 에볼루션' 같은 음료가 있고요, 네덜란드에는 코카 술의 원료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코카 재배가 결국 마약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미국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볼리비아.

7년째 집권 중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자국민들을 의식해 이처럼 미국 한복판 뉴욕에서 보란듯이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볼리비아 모랄레스 정권은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과 함께 대표적인 반미 노선을 걷고 있는 남미 국가입니다.

지난 8월, 모랄레스의 최측근인 외무장관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습니다.

미국의 코카콜라사가 올 연말 볼리비아에서 철수할 것이며, 그날은 자본주의가 끝나고 공동체주의가 시작되는 날이라는 겁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변기가 막혔을 때 코카콜라를 부으면 독한 화학물질 때문에 변기가 뚫린다면서,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모랄레스 정권의 이같은 발언은 마야력의 세기 종말일에 빗대 미국기업에 대한 증오감을 표출한 것으로 확인됐고, 코카콜라사는 크게 긴장했습니다.

지난해 느닷없는 세무조사로 3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한 볼리비아 정부가 이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코카콜라 볼리비아 지사 관계자 : “볼리비아 정부로부터 실제로 유무형의 압력이 많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또 다른 기업 맥도날드는 지난 10여 년에 걸쳐 볼리비아에서 완전 철수했습니다.

현재 중남미에서 맥도날드가 없는 나라는 쿠바와 볼리비아 뿐입니다.

정부 전매청 창고에 가득 쌓여있는 말린 코카 잎들. 볼리비아 정부가 미국계 식음료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마약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 잎'입니다.

산타크루스 주 한 곳에서만 종이처럼 가벼운 말린 코카 잎이 연간 3백 톤 이상 거래될 정도로 볼리비아는 코카 잎 주산지입니다.

<인터뷰> 세베리노 아르만도(산타크루스 주 코카 전매청장) : “코카 잎으로 질 좋은 알약도 만들고 껌도 만듭니다. 특히 활력음료가 유명한데요, 외국으로 수출도 합니다.”

볼리비아에서는 코카 추출액을 주 원료로 하는 코카 음료가 본격적으로 생산.유통되고 있습니다.

코카 잎 원액과 물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만든 코카음료는 이곳과 같은 집하시설을 통해 한달에 만여병 씩 볼리비아 전역의 도소매상들에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인제니에로 루하네스(코카음료 공장장) : “마약인 코카인으로 유용되는 걸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산업적 이용방법을 개발해 일반에게 공급하게 됐습니다.”

코카 음료의 확산에는 모랄레스 정권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토마스 미스탈란(코카음료사 사장) : “모랄레스 대통령이 코차밤바 코카연맹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데요, 코카의 합법적 활용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계십니다.”

<녹취> 볼리비아 TV 광고 : “알로에 베라를 첨가한 녹색병이 참 맛있어요.” (코카음료 마시고 힘내는 것 잊지 마세요!)

정부의 지원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연간 70만 병 넘게 생산되는 코카 음료는 점차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스카(택시 운전사) : “코카 성분이 피로를 없애고 졸음을 쫓아 줘서 하루에 두 번 이상 마십니다.”

사시사철 찬 음료를 파는 베네수엘라의 백화점 가판대. 시민들이 민속 음료 '치차'를 사 마십니다.

<인터뷰> 히아네스(카라카스 시민) : “맛이 좋고 영양도 많아서 치차를 자주 마십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이런 민속음료가 미국 다국적 음료기업에 대항하는 정치적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민속음료를 선호하는 현상은 차베스의 국가 베네수엘라도 마찬가집니다.

반미 성향의 차베스 대통령도 이런 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제국주의라 칭하며 미국 자본주의를 공격해온 차베스.

지난 7월 TV연설에서 코카콜라나 펩시 대신 국영기업 포도음료 '우비타'를 마시라며 국민에게 강력히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볼리비아와는 달리 정책적 뒷받침 없이 구호만 외치고 있어 업계에선 불만이 누적됐습니다.

<인터뷰> 윌리엄 알바라도(민속음료회사 대표) :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우비타를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코카콜라나 펩시, 환타를 좋아하죠. 우리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못받고 있어요.”

남미의 반미 쌍두마차 차베스와 모랄레스 정권이 음료 민족주의를 강변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카라카스와 산타크루스 등 두 나라의 경제 중심지에선 미국 식음료 산업이 오히려 더 번창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부딪치더라도 소비자인 국민들의 이용이 늘면서 오히려 내성이 생기고 있는 겁니다.

<녹취> 버거킹 볼리비아 지사 지배인 : “매출이 계속 늘고 있어요. 새로 문을 연 중앙지점은 정말 크고 화려하고요, 곧 다른 지점을 또 열 계획입니다.“

페루 리마 시에 자리잡은 대형 공장. 페루 음료의 상징 잉카콜라 생산 공장입니다.

노란 콜라로 통칭되는 잉카 콜라도 강한 민족주의를 토대로 성장했습니다.

다만 집권 세력이 아니라 잉카의 후예라는 국민적 애국심이 바탕이 됐습니다.

<녹취> 잉카콜라 관계자 : “잉카콜라는 수도 리마 건설 400주년이 되던 지난 1935년 7월 9일에 첫 생산됐습니다.”

연간 15만 톤 이상 팔리며 코카콜라 판매량을 추월하자 다국적 기업 코카콜라사는 인수합병을 통해 잉카콜라 제조사를 아예 흡수했습니다.

이후 코카콜라사는 기존 제품 판매를 극대화 하면서도 잉카콜라를 통해 페루인들의 애국심을 적절히 충족시키는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레슬리 우요(페루 대학생) : “잉카콜라는 페루 전통음식을 먹을 때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전통음료 개념이 돼버렸습니다.“

미 제국주의 배척을 주장하며 민족 고유음료를 국민에게 강권하는 남미의 좌파 정권들.

음료 민족주의를 앞세운 배타적 정권에 대항하는 다국적 식음료 기업들.

음료 시장을 놓고 남미대륙에서는 오늘도 치열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콜라 대신”…남미의 ‘음료 민족주의’
    • 입력 2012-11-11 09:33:02
    • 수정2012-11-11 15:04:3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우리도 한 때 콜라 독립을 한다는 8.15콜라라는 국산 콜라가 시판된 적이 있었는데요.

이유는 다르지만 지금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 남미의 대표적 반미 좌파정권 나라들에선 대통령까지 나서 콜라, 환타 등 다국적 기업 음료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습니다.

콜라 대신 자국의 전통 음료를 마시라는 건데요.

그 속내는 민족주의를 부추겨 반미 정권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별 호응이 없습니다.

남미의 ‘음료 민족주의’ 박전식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이 유엔 회원국들 앞에 섰습니다.

연설의 화두는 코카.

볼리비아 주산물인 코카 잎은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랄레스는 코카로 만든 식품들을 들어보이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에보 모랄레스(볼리비아 대통령) : “볼리비아에는 코카 잎으로 만들어진 '코카 에볼루션' 같은 음료가 있고요, 네덜란드에는 코카 술의 원료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코카 재배가 결국 마약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미국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볼리비아.

7년째 집권 중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자국민들을 의식해 이처럼 미국 한복판 뉴욕에서 보란듯이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볼리비아 모랄레스 정권은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과 함께 대표적인 반미 노선을 걷고 있는 남미 국가입니다.

지난 8월, 모랄레스의 최측근인 외무장관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습니다.

미국의 코카콜라사가 올 연말 볼리비아에서 철수할 것이며, 그날은 자본주의가 끝나고 공동체주의가 시작되는 날이라는 겁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변기가 막혔을 때 코카콜라를 부으면 독한 화학물질 때문에 변기가 뚫린다면서,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모랄레스 정권의 이같은 발언은 마야력의 세기 종말일에 빗대 미국기업에 대한 증오감을 표출한 것으로 확인됐고, 코카콜라사는 크게 긴장했습니다.

지난해 느닷없는 세무조사로 3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한 볼리비아 정부가 이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코카콜라 볼리비아 지사 관계자 : “볼리비아 정부로부터 실제로 유무형의 압력이 많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또 다른 기업 맥도날드는 지난 10여 년에 걸쳐 볼리비아에서 완전 철수했습니다.

현재 중남미에서 맥도날드가 없는 나라는 쿠바와 볼리비아 뿐입니다.

정부 전매청 창고에 가득 쌓여있는 말린 코카 잎들. 볼리비아 정부가 미국계 식음료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마약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 잎'입니다.

산타크루스 주 한 곳에서만 종이처럼 가벼운 말린 코카 잎이 연간 3백 톤 이상 거래될 정도로 볼리비아는 코카 잎 주산지입니다.

<인터뷰> 세베리노 아르만도(산타크루스 주 코카 전매청장) : “코카 잎으로 질 좋은 알약도 만들고 껌도 만듭니다. 특히 활력음료가 유명한데요, 외국으로 수출도 합니다.”

볼리비아에서는 코카 추출액을 주 원료로 하는 코카 음료가 본격적으로 생산.유통되고 있습니다.

코카 잎 원액과 물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만든 코카음료는 이곳과 같은 집하시설을 통해 한달에 만여병 씩 볼리비아 전역의 도소매상들에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인제니에로 루하네스(코카음료 공장장) : “마약인 코카인으로 유용되는 걸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산업적 이용방법을 개발해 일반에게 공급하게 됐습니다.”

코카 음료의 확산에는 모랄레스 정권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토마스 미스탈란(코카음료사 사장) : “모랄레스 대통령이 코차밤바 코카연맹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데요, 코카의 합법적 활용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계십니다.”

<녹취> 볼리비아 TV 광고 : “알로에 베라를 첨가한 녹색병이 참 맛있어요.” (코카음료 마시고 힘내는 것 잊지 마세요!)

정부의 지원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연간 70만 병 넘게 생산되는 코카 음료는 점차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스카(택시 운전사) : “코카 성분이 피로를 없애고 졸음을 쫓아 줘서 하루에 두 번 이상 마십니다.”

사시사철 찬 음료를 파는 베네수엘라의 백화점 가판대. 시민들이 민속 음료 '치차'를 사 마십니다.

<인터뷰> 히아네스(카라카스 시민) : “맛이 좋고 영양도 많아서 치차를 자주 마십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이런 민속음료가 미국 다국적 음료기업에 대항하는 정치적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민속음료를 선호하는 현상은 차베스의 국가 베네수엘라도 마찬가집니다.

반미 성향의 차베스 대통령도 이런 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제국주의라 칭하며 미국 자본주의를 공격해온 차베스.

지난 7월 TV연설에서 코카콜라나 펩시 대신 국영기업 포도음료 '우비타'를 마시라며 국민에게 강력히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볼리비아와는 달리 정책적 뒷받침 없이 구호만 외치고 있어 업계에선 불만이 누적됐습니다.

<인터뷰> 윌리엄 알바라도(민속음료회사 대표) :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우비타를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코카콜라나 펩시, 환타를 좋아하죠. 우리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못받고 있어요.”

남미의 반미 쌍두마차 차베스와 모랄레스 정권이 음료 민족주의를 강변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카라카스와 산타크루스 등 두 나라의 경제 중심지에선 미국 식음료 산업이 오히려 더 번창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부딪치더라도 소비자인 국민들의 이용이 늘면서 오히려 내성이 생기고 있는 겁니다.

<녹취> 버거킹 볼리비아 지사 지배인 : “매출이 계속 늘고 있어요. 새로 문을 연 중앙지점은 정말 크고 화려하고요, 곧 다른 지점을 또 열 계획입니다.“

페루 리마 시에 자리잡은 대형 공장. 페루 음료의 상징 잉카콜라 생산 공장입니다.

노란 콜라로 통칭되는 잉카 콜라도 강한 민족주의를 토대로 성장했습니다.

다만 집권 세력이 아니라 잉카의 후예라는 국민적 애국심이 바탕이 됐습니다.

<녹취> 잉카콜라 관계자 : “잉카콜라는 수도 리마 건설 400주년이 되던 지난 1935년 7월 9일에 첫 생산됐습니다.”

연간 15만 톤 이상 팔리며 코카콜라 판매량을 추월하자 다국적 기업 코카콜라사는 인수합병을 통해 잉카콜라 제조사를 아예 흡수했습니다.

이후 코카콜라사는 기존 제품 판매를 극대화 하면서도 잉카콜라를 통해 페루인들의 애국심을 적절히 충족시키는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레슬리 우요(페루 대학생) : “잉카콜라는 페루 전통음식을 먹을 때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전통음료 개념이 돼버렸습니다.“

미 제국주의 배척을 주장하며 민족 고유음료를 국민에게 강권하는 남미의 좌파 정권들.

음료 민족주의를 앞세운 배타적 정권에 대항하는 다국적 식음료 기업들.

음료 시장을 놓고 남미대륙에서는 오늘도 치열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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