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입력 2012.11.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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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극작가이자 연극연출가인 앙뜨완이 죽고 그의 집사가 앙뜨완과 함께 일했던 13명의 배우들에게 전화해 부고를 알린다.



앙뜨완의 유언대로 집사는 배우들에게 산꼭대기에 있는 저택으로 와달라고 부탁하고 배우들이 하나씩 저택을 찾아온다.



앙뜨완은 미리 녹화해둔 영상을 통해 최근 한 극단으로부터 자신의 작품 ‘에우리디스’ 리허설 영상을 받았다며 이 극단에 공연을 허락해도 되는지 여러분

이 보고 판단해달라고 자신의 저택에 모인 13명의 배우들에게 부탁한다.



리허설 영상에서는 아주 현대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의 무대를 배경으로 풋풋한 젊은 배우들이 나와 ‘에우리디스’를 연기한다.



잠자코 공연을 보던 배우들이 갑자기 직접 대사를 말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훈수를 두는 것 같다가 점점 극에 몰입을 하더니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예전에 공연했던 것처럼 짝을 이뤄 주인공 커플을 연기한다.



영화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프랑스의 거장 알랭 레네 감독의 신작이다.



프랑스 누벨바그(새로운 물결)를 대표하는 그는 90세인 지금까지도 영화를 만드는 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신작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한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연극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실제로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 장 아누이(1910-1987)의 ‘에우리디스’와 ‘사랑하는 앙뜨완’을 결합해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젊은 배우들이 공연하는 연극의 리허설 내용과 함께 그 영상의 바깥에 있는 남녀 배우 두 쌍이 각각의 버전으로 똑같은 연극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관객 입장에서는 똑같은 내용이지만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세 편의 연극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배우들의 나이대가 다 다르다는 점도 각각의 연극을 다른 작품으로 보이게 한다.



20대의 젊은 배우 한 쌍, 중년의 배우 한 쌍, 아주 나이가 든 노년의 배우 한 쌍은 똑같은 대사를 해도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60대의 나이에도 젊은 연인의 불 같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경이롭게 다가온다.



사빈느 아제마, 마띠유 아말릭, 랑베르 윌슨, 미셸 피콜리 등 배우들의 연기가 눈부시다.



감독은 이들 각각의 연기에 맞게 각기 다른 시공간을 배치해 현실을 초월한 환상적인 극을 연출한다.



장면마다 계속 바뀌는 배경은 같은 내용을 세 번 반복해서 보는 지루함을 상쇄시킨다.



마지막 부분에 넣은 수수께끼 같은 장면은 관객을 헷갈리게 하면서 영화를 한층 더 초현실의 세계로 이끈다.



각기 다른 차원의 연극을 한 화면에 네 부분으로 분할해 보여준 장면도 인상적이다.



레네 감독은 장 아누이의 ’에우리디스’를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처음 보고 사랑에 빠진 뒤 70년 동안 영화를 구상해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극을 바탕으로 한 90살 거장 감독의 새로운 실험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다른 차원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제목의 뜻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22일 개봉. 상영시간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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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 입력 2012-11-15 10:24:18
    연합뉴스
유명한 극작가이자 연극연출가인 앙뜨완이 죽고 그의 집사가 앙뜨완과 함께 일했던 13명의 배우들에게 전화해 부고를 알린다.

앙뜨완의 유언대로 집사는 배우들에게 산꼭대기에 있는 저택으로 와달라고 부탁하고 배우들이 하나씩 저택을 찾아온다.

앙뜨완은 미리 녹화해둔 영상을 통해 최근 한 극단으로부터 자신의 작품 ‘에우리디스’ 리허설 영상을 받았다며 이 극단에 공연을 허락해도 되는지 여러분
이 보고 판단해달라고 자신의 저택에 모인 13명의 배우들에게 부탁한다.

리허설 영상에서는 아주 현대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의 무대를 배경으로 풋풋한 젊은 배우들이 나와 ‘에우리디스’를 연기한다.

잠자코 공연을 보던 배우들이 갑자기 직접 대사를 말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훈수를 두는 것 같다가 점점 극에 몰입을 하더니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예전에 공연했던 것처럼 짝을 이뤄 주인공 커플을 연기한다.

영화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프랑스의 거장 알랭 레네 감독의 신작이다.

프랑스 누벨바그(새로운 물결)를 대표하는 그는 90세인 지금까지도 영화를 만드는 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신작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한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연극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실제로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 장 아누이(1910-1987)의 ‘에우리디스’와 ‘사랑하는 앙뜨완’을 결합해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젊은 배우들이 공연하는 연극의 리허설 내용과 함께 그 영상의 바깥에 있는 남녀 배우 두 쌍이 각각의 버전으로 똑같은 연극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관객 입장에서는 똑같은 내용이지만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세 편의 연극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배우들의 나이대가 다 다르다는 점도 각각의 연극을 다른 작품으로 보이게 한다.

20대의 젊은 배우 한 쌍, 중년의 배우 한 쌍, 아주 나이가 든 노년의 배우 한 쌍은 똑같은 대사를 해도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60대의 나이에도 젊은 연인의 불 같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경이롭게 다가온다.

사빈느 아제마, 마띠유 아말릭, 랑베르 윌슨, 미셸 피콜리 등 배우들의 연기가 눈부시다.

감독은 이들 각각의 연기에 맞게 각기 다른 시공간을 배치해 현실을 초월한 환상적인 극을 연출한다.

장면마다 계속 바뀌는 배경은 같은 내용을 세 번 반복해서 보는 지루함을 상쇄시킨다.

마지막 부분에 넣은 수수께끼 같은 장면은 관객을 헷갈리게 하면서 영화를 한층 더 초현실의 세계로 이끈다.

각기 다른 차원의 연극을 한 화면에 네 부분으로 분할해 보여준 장면도 인상적이다.

레네 감독은 장 아누이의 ’에우리디스’를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처음 보고 사랑에 빠진 뒤 70년 동안 영화를 구상해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극을 바탕으로 한 90살 거장 감독의 새로운 실험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다른 차원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제목의 뜻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22일 개봉. 상영시간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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