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여론조사, 해법은?

입력 2012.11.17 (09:46) 수정 2012.11.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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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론조사로 표심의 방향을 미리 점쳐볼 수 있기는 한데, 발표 기관마다 결과가 제각각이라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죠.

각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고, 여론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조사 방법, 표본선정, 조사 문항에 따라 결과의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은 김성주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질문> 김 기자, 우선 여론조사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요?

흔히, 집 전화는 보수층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고, 휴대전화는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조사 방법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죠?

<답변>

네,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함께 사용해 여론조사를 하는 방법을 이중표집틀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함께 사용한 조사와 집 전화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살펴봤습니다.

미디어비평은 서울대 언론 정보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9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두 달 동안 조사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양자대결을 펼칠 경우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모두 50% 안팎으로 박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함께 사용해 조사한 이중표집틀 조사결과, 안 후보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시점은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입니다.

집 전화만 사용한 경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지점은 10월 8일로 이중표집틀 사용 조사와 지지율 경향이 상반된 패턴을 보입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대결 그래픕니다.

이중표집틀로 조사한 경우 문 후보가 대체로 50%선 아래쪽이지만 안정적인 그래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이중표집틀이 아닌 경우 변동의 폭이 큽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이중표집틀을 통해 조사할 경우 야당 지지층의 여론을 안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여론 조사를 해도 그 특성에 따라 한계는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집 전화 사용층과 휴대전화 사용층의 정치성향에는 일정한 편차가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따라서, 집 전화나 휴대전화 가운데 한쪽에 치우친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나 진보성향 여론의 반영에 다소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준웅(교수/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부) : "이중표집틀을 적용한 경우에는 어느 정도 안철수 후보가 높게 나오는데 반해서, 그렇지 않은 이중 표집을 적용하지 않은 결과에는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와 집 전화를 섞어서 적절하게 채집을 한 경우에는 역시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젊고 고학력의 유권자들을 더욱더 정확하게 표집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모두 사용해 조사하는 이중표집틀이 선호되고 있지만, 집 전화와 휴대전화 비율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ARS, 그러니까 기계음이 여론조사를 안내하는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도 있잖아요?

이 ARS 방식이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것 같은데?

<답변>

네, 조사원이 직접 전화로 물어보는 방식과 녹음된 자동응답기로 물어보는 방식을 나누어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니
큰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또 조사기관이 어디냐에 따라서도 결과는 달랐습니다.

10월 이후 여론조사기관마다 자동응답시스템, ARS 여론조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됐습니다.

ARS 조사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단시간에 진행될 수 있어 민심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ARS 조사와 다른 조사와의 결과를 비교해 봤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3자 대결 조사에서 ARS 조사의 경우 10월 21일 이후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다른 조사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제시돼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그래프도 다른 조사결과와 미세한 정도지만 다른 경향성을 보입니다.

ARS 조사의 문제로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바로 낮은 응답률, 평균 5~7%로 100명당 5명에서 7명 정도만 답하고 대다수는 자동응답기가 돌아가는 순간 전화를 끊어버리는 겁니다.

<인터뷰> 전 여론조사 업체 직원 :"특정 기업이나 지역 20대 남자 아주 고 연령층 사람들의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연령대에서는 응답이 굉장히 낮아요. 그런 분들은 어쩌다 한 두분 응답을 해주면 바로 대표 되는 수가 있는 거 같아요."

조사 방법 이외에도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조사원 모집 기준과 교육 등이 각 업체마다 다른 만큼 결과도 다르게 산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조사기관이 발표한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와 다른 기관 전체 평균을 비교해보니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질문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적합도와 경쟁력, 어떤 질문으로 물어보느냐에 따라 결과의 차이는 뚜렷했습니다.

<녹취> SBS 8 : "호남에서는 문재인후보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적합도 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와의 격차가 보름 전보다 더 벌어졌고, 경쟁력을 감안한 지지도에서도 문 후보 48.4% 안후보 44.7%로 문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여론조사의 방법과 특징에 따라 다른 지지율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보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이양훈(미디어리서치 부장) : "여론조사는 현재의 유권자의 표심을 뚝 잘라보는 거죠 단면을 보는 건데 현재 유권자는 아직 투표를 결정할지 말지 결정하지 않은 분도 계시고 지지도 결정하지 않으신 거에요. 그 지지도라는 것은 각 후보를 지지한다는 퍼센트도 있지만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거나 밝히기 싫다거나 아직 결정 안 한 것도 포함돼요."

무엇보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는 대선 투표 결과의 예측치가 아닌 단순 지지율 조사입니다.

예상투표율을 예측해 보정작업을 거치지 않은 만큼 대선 당일 투표율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준웅(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2,30대가 투표를 더 많이 한다면 현재 여론조사가 맞겠지만, 만약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2,30대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지금 제시되는 여론조사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여론조사가 전체적인 민심을 반영하기엔 변수가 많다는 걸 알아봤는데~ 이런 여론조사 결과, 언론에선 어떻게 다뤘죠?

<답변>

양자 대결을 할 경우 각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대부분 오차범위 안에 있어 우열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결과를 중심으로 앞선다, 뒤 쳐진다는 표현을 사용해 혼란을 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5일 한 일간지의 기사제목에선 다소 단정적인 표현이 나옵니다.

<녹취> 한겨레 : "박, 3자 양자대결 모두 상승세, 야권은 ‘단일화 부진’ 주춤. 박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47.3%대 46.6%를 기록했다. 지난달엔 46.2% 대 48.7로 열세였는데 이번엔 박 후보가 미세한 수치나마 강세를 보인 셈이다."

박후보와 문후보의 차이는 겨우 0.7%.

지난달 조사결과도 2.5%로 오차범위 3.46%포인트 내의 차이라 둘 다 강세나 열세란 표현이 부적절한데도 제목에서 상승세란 단어를 쓴 것입니다.

또한 승리 1위란 표현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녹취> 국민 : "문, 여론조사서 안 이겨...본선은 박이 51:49승리.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소폭이지만 박후보의 상승세가 감지된다. 다자구도에서 박후보는 지난 26일 조사보다 2%포인트 상승한 39%로 1위를 지켰다. 문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47%를 얻어 오차범위에서 3%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실제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오차범위는 ±3.2%p.

박근혜 후보가 47%, 문재인 후보가 44%로 오차 범위 안입니다.

또, 지난 조사와 비교해 지지율이 답보상태나 다름없지만 박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결론이 서둘러 나왔습니다.

여기에 여론조사를 공표할 때 반드시 표기하도록 돼 있는 조사방법이나 응답률은 기사 본문에서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단순 지지율 수치 비교에 언론이 집중하면서 여론조사의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정보는 뒤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비평이 분석한 52건의 여론조사 가운데, 응답률과 질문지를 모두 공개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독자나 시청자는 여론조사에서 어떤 질문을 사용했는지 어떤 답변을 문항으로 제시했는지는 잘 알 수가 없고요. 정확한 수치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여론조사가 과학적이라고 인식하면서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질문> 언론이 대선 여론조사를 안 다룰 수는 없고~ 어떻게 보도하는 게 좋을까요?

<답변>

언론이 보다 여론조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와 유권자 입장에서 보도하는 관점이 요구됩니다.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보도는 단순 지지율 수치 비교에 집중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여론조사 방법이나 특성을 무시한 채 어느 후보가 이기고 지는지만 기사에 부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를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단순 지지율 수치 비교보다는 전체적인 추세가 상승인지 하락인지를 살펴보는데 무게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양승찬(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지금까지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는 흥미 위주의 경마식 보도로 오차 범위 내에 의미 없는 통계의 차이에 과도한 해석을 함으로써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보도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제공된다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여론조사 업체들은 짧은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이뤄지는 정치 여론조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시간을 들여 추이를 파악하고 정밀하게 변수를 측정하는 작업 등을 거치는 고품질의 여론조사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언론사들이 저렴한 가격에 의뢰하고, 여론조사 기관들은 단기간에 조사 결과를 뽑아내는 현행 구조에서, 중요한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견을 묻는 조사는 찾아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을 묻는 여론조사의 활성화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실제 유권자가 관심이 있는 후보의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가령 세 명의 후보가 내세운 경제민주화 정책의 경우에도 후보간의 정책점은 분명히 발견되고 있지만 실제 유권자가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에 대한 결과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는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수단이 아니라, 단순한 스냅사진이라고 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표심을 잠시 포착할 뿐인 여론조사, 그 한계는 인정하되 언론이 유권자를 고려하면서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여론조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조사방법과 시점에 따라 요동치는 여론조사를 어느 정도 신뢰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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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엇갈리는 여론조사, 해법은?
    • 입력 2012-11-17 09:46:26
    • 수정2012-11-18 14: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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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론조사로 표심의 방향을 미리 점쳐볼 수 있기는 한데, 발표 기관마다 결과가 제각각이라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죠. 각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고, 여론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조사 방법, 표본선정, 조사 문항에 따라 결과의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은 김성주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질문> 김 기자, 우선 여론조사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요? 흔히, 집 전화는 보수층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고, 휴대전화는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조사 방법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죠? <답변> 네,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함께 사용해 여론조사를 하는 방법을 이중표집틀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함께 사용한 조사와 집 전화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살펴봤습니다. 미디어비평은 서울대 언론 정보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9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두 달 동안 조사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양자대결을 펼칠 경우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모두 50% 안팎으로 박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함께 사용해 조사한 이중표집틀 조사결과, 안 후보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시점은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입니다. 집 전화만 사용한 경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지점은 10월 8일로 이중표집틀 사용 조사와 지지율 경향이 상반된 패턴을 보입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대결 그래픕니다. 이중표집틀로 조사한 경우 문 후보가 대체로 50%선 아래쪽이지만 안정적인 그래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이중표집틀이 아닌 경우 변동의 폭이 큽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이중표집틀을 통해 조사할 경우 야당 지지층의 여론을 안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여론 조사를 해도 그 특성에 따라 한계는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집 전화 사용층과 휴대전화 사용층의 정치성향에는 일정한 편차가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따라서, 집 전화나 휴대전화 가운데 한쪽에 치우친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나 진보성향 여론의 반영에 다소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준웅(교수/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부) : "이중표집틀을 적용한 경우에는 어느 정도 안철수 후보가 높게 나오는데 반해서, 그렇지 않은 이중 표집을 적용하지 않은 결과에는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와 집 전화를 섞어서 적절하게 채집을 한 경우에는 역시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젊고 고학력의 유권자들을 더욱더 정확하게 표집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모두 사용해 조사하는 이중표집틀이 선호되고 있지만, 집 전화와 휴대전화 비율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ARS, 그러니까 기계음이 여론조사를 안내하는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도 있잖아요? 이 ARS 방식이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것 같은데? <답변> 네, 조사원이 직접 전화로 물어보는 방식과 녹음된 자동응답기로 물어보는 방식을 나누어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니 큰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또 조사기관이 어디냐에 따라서도 결과는 달랐습니다. 10월 이후 여론조사기관마다 자동응답시스템, ARS 여론조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됐습니다. ARS 조사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단시간에 진행될 수 있어 민심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ARS 조사와 다른 조사와의 결과를 비교해 봤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3자 대결 조사에서 ARS 조사의 경우 10월 21일 이후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다른 조사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제시돼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그래프도 다른 조사결과와 미세한 정도지만 다른 경향성을 보입니다. ARS 조사의 문제로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바로 낮은 응답률, 평균 5~7%로 100명당 5명에서 7명 정도만 답하고 대다수는 자동응답기가 돌아가는 순간 전화를 끊어버리는 겁니다. <인터뷰> 전 여론조사 업체 직원 :"특정 기업이나 지역 20대 남자 아주 고 연령층 사람들의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연령대에서는 응답이 굉장히 낮아요. 그런 분들은 어쩌다 한 두분 응답을 해주면 바로 대표 되는 수가 있는 거 같아요." 조사 방법 이외에도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조사원 모집 기준과 교육 등이 각 업체마다 다른 만큼 결과도 다르게 산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조사기관이 발표한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와 다른 기관 전체 평균을 비교해보니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질문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적합도와 경쟁력, 어떤 질문으로 물어보느냐에 따라 결과의 차이는 뚜렷했습니다. <녹취> SBS 8 : "호남에서는 문재인후보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적합도 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와의 격차가 보름 전보다 더 벌어졌고, 경쟁력을 감안한 지지도에서도 문 후보 48.4% 안후보 44.7%로 문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여론조사의 방법과 특징에 따라 다른 지지율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보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이양훈(미디어리서치 부장) : "여론조사는 현재의 유권자의 표심을 뚝 잘라보는 거죠 단면을 보는 건데 현재 유권자는 아직 투표를 결정할지 말지 결정하지 않은 분도 계시고 지지도 결정하지 않으신 거에요. 그 지지도라는 것은 각 후보를 지지한다는 퍼센트도 있지만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거나 밝히기 싫다거나 아직 결정 안 한 것도 포함돼요." 무엇보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는 대선 투표 결과의 예측치가 아닌 단순 지지율 조사입니다. 예상투표율을 예측해 보정작업을 거치지 않은 만큼 대선 당일 투표율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준웅(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2,30대가 투표를 더 많이 한다면 현재 여론조사가 맞겠지만, 만약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2,30대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지금 제시되는 여론조사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여론조사가 전체적인 민심을 반영하기엔 변수가 많다는 걸 알아봤는데~ 이런 여론조사 결과, 언론에선 어떻게 다뤘죠? <답변> 양자 대결을 할 경우 각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대부분 오차범위 안에 있어 우열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결과를 중심으로 앞선다, 뒤 쳐진다는 표현을 사용해 혼란을 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5일 한 일간지의 기사제목에선 다소 단정적인 표현이 나옵니다. <녹취> 한겨레 : "박, 3자 양자대결 모두 상승세, 야권은 ‘단일화 부진’ 주춤. 박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47.3%대 46.6%를 기록했다. 지난달엔 46.2% 대 48.7로 열세였는데 이번엔 박 후보가 미세한 수치나마 강세를 보인 셈이다." 박후보와 문후보의 차이는 겨우 0.7%. 지난달 조사결과도 2.5%로 오차범위 3.46%포인트 내의 차이라 둘 다 강세나 열세란 표현이 부적절한데도 제목에서 상승세란 단어를 쓴 것입니다. 또한 승리 1위란 표현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녹취> 국민 : "문, 여론조사서 안 이겨...본선은 박이 51:49승리.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소폭이지만 박후보의 상승세가 감지된다. 다자구도에서 박후보는 지난 26일 조사보다 2%포인트 상승한 39%로 1위를 지켰다. 문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47%를 얻어 오차범위에서 3%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실제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오차범위는 ±3.2%p. 박근혜 후보가 47%, 문재인 후보가 44%로 오차 범위 안입니다. 또, 지난 조사와 비교해 지지율이 답보상태나 다름없지만 박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결론이 서둘러 나왔습니다. 여기에 여론조사를 공표할 때 반드시 표기하도록 돼 있는 조사방법이나 응답률은 기사 본문에서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단순 지지율 수치 비교에 언론이 집중하면서 여론조사의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정보는 뒤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비평이 분석한 52건의 여론조사 가운데, 응답률과 질문지를 모두 공개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독자나 시청자는 여론조사에서 어떤 질문을 사용했는지 어떤 답변을 문항으로 제시했는지는 잘 알 수가 없고요. 정확한 수치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여론조사가 과학적이라고 인식하면서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질문> 언론이 대선 여론조사를 안 다룰 수는 없고~ 어떻게 보도하는 게 좋을까요? <답변> 언론이 보다 여론조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와 유권자 입장에서 보도하는 관점이 요구됩니다.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보도는 단순 지지율 수치 비교에 집중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여론조사 방법이나 특성을 무시한 채 어느 후보가 이기고 지는지만 기사에 부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를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단순 지지율 수치 비교보다는 전체적인 추세가 상승인지 하락인지를 살펴보는데 무게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양승찬(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지금까지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는 흥미 위주의 경마식 보도로 오차 범위 내에 의미 없는 통계의 차이에 과도한 해석을 함으로써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보도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제공된다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여론조사 업체들은 짧은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이뤄지는 정치 여론조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시간을 들여 추이를 파악하고 정밀하게 변수를 측정하는 작업 등을 거치는 고품질의 여론조사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언론사들이 저렴한 가격에 의뢰하고, 여론조사 기관들은 단기간에 조사 결과를 뽑아내는 현행 구조에서, 중요한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견을 묻는 조사는 찾아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을 묻는 여론조사의 활성화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실제 유권자가 관심이 있는 후보의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가령 세 명의 후보가 내세운 경제민주화 정책의 경우에도 후보간의 정책점은 분명히 발견되고 있지만 실제 유권자가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에 대한 결과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는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수단이 아니라, 단순한 스냅사진이라고 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표심을 잠시 포착할 뿐인 여론조사, 그 한계는 인정하되 언론이 유권자를 고려하면서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여론조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조사방법과 시점에 따라 요동치는 여론조사를 어느 정도 신뢰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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