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9 태극전사, ‘약체’ 걱정 날린 우승

입력 2012.11.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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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눈에 띄는 스타급 선수가 없어 ‘약체’라는 얘기를 들었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한 출발로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기도 쉽지 않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 청소년 축구 대표 선수들이 한국을 8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19세 이하(U-19) 대표팀은 17일(현지시간) 랍에미리트 라스 알 카이마의 에미리츠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이라크를 승부차기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로써 한국은 이 대회에서 12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전통의 강호로서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은 1959년 초대 대회와 이듬해 2회 대회를 모두 휩쓴 것을 시작으로 숱하게 정상에 올랐다.



가장 최근에는 2002년 정조국(서울), 2004년에는 박주영(셀타 비고)과 백지훈(상주) 등 스타급 선수들을 앞세워 2회 연속 우승했다.



하지만 그 이후 줄곧 4강에 그쳤다.



어린 나이에도 스타급으로 화제를 모은 선수들이 숱하게 도전했지만 2006년과 2008년, 2010년 3회 대회 연속 3위에 머물렀다.



2006년에는 득점왕 심영성(강원)과 신영록(제주)을 비롯해 현재 대표팀 주축 선수로 자리 잡은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등이 활약했고, 2008년에는 주장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 김영권(광저우헝다) 등이 주축으로 뛰었다.



현 사령탑인 이광종 감독이 이끌었던 2010년에는 지동원(선덜랜드), 이종호(전남) 등 거물급 신인들을 앞세웠지만 4강에서 북한에 지는 바람에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나선 선수들은 이런 쟁쟁한 선배들에 비해 이름값에서부터 밀렸다.



엔트리 23명의 대부분 대학생 선수들이고, 4명뿐인 프로선수는 그나마 팀에서 출전기회를 자주 얻지 못한 상태였다. 고교생도 4명이 포함됐다.



물론 해당 연령대에서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아왔지만 아무래도 과거 멤버에 비해서는 눈에 띄는 선수가 드문 것이 사실이다.



본선도 불안하게 출발했다.



지난 3일 1차전에서 이라크와 0-0으로 비긴 데 이어 2차전 상대 태국에는 2-1, 중국과의 3차전에서는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2승1무로 조 2위에 올라 8강에 오르긴 했지만 골 결정력에서 부족한 모습을 노출했고, 일부에서는 세계대회 출전권이 걸린 4강 진출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나왔다.



하지만 ‘무명’ 선수들은 토너먼트 시작과 함께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문창진(포항)이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 골(4골)을 뽑아내며 앞장선 가운데 강상우(경희대)와 김승준(군산제일고)이 두 골씩을 보태는 등 6명이 11골을 고루 나눠 넣었다.



중앙 수비수 송주훈(광명공고)과 미드필더 권창훈(매탄고) 등 고교생 선수들도 어린 나이에도 주전으로 뛰며 수비라인과 중원에서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이 결승까지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던 데에는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5경기 동안 3실점밖에 하지 않은 ‘짠물 수비’가 바탕이 됐다.



큰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침착한 경기운영을 보인 점도 돋보였다.



중동 국가라는 이점을 안은 이라크를 상대로 결승전을 치르며 현지 응원단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선제골까지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자기 플레이를 펼친 덕에 후반 추가시간 문창진의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골키퍼 이창근(부산)은 입술을, 송주훈은 다리를 다친 상황에서 연장전을 치러야 했지만 이라크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막아냈다.



’‘1m의 러시안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에서도 이들의 담력은 빛을 발했다.



한 번의 실수가 패배를 부르는 피 말리는 순간이지만 이라크 선수들이 제풀에 무너지는 동안 4차례 시도 모두 성공하는 저력을 과시하며 한국에 8년 만의 우승컵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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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19 태극전사, ‘약체’ 걱정 날린 우승
    • 입력 2012-11-18 08:30:41
    연합뉴스
딱히 눈에 띄는 스타급 선수가 없어 ‘약체’라는 얘기를 들었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한 출발로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기도 쉽지 않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 청소년 축구 대표 선수들이 한국을 8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19세 이하(U-19) 대표팀은 17일(현지시간) 랍에미리트 라스 알 카이마의 에미리츠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이라크를 승부차기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로써 한국은 이 대회에서 12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전통의 강호로서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은 1959년 초대 대회와 이듬해 2회 대회를 모두 휩쓴 것을 시작으로 숱하게 정상에 올랐다.

가장 최근에는 2002년 정조국(서울), 2004년에는 박주영(셀타 비고)과 백지훈(상주) 등 스타급 선수들을 앞세워 2회 연속 우승했다.

하지만 그 이후 줄곧 4강에 그쳤다.

어린 나이에도 스타급으로 화제를 모은 선수들이 숱하게 도전했지만 2006년과 2008년, 2010년 3회 대회 연속 3위에 머물렀다.

2006년에는 득점왕 심영성(강원)과 신영록(제주)을 비롯해 현재 대표팀 주축 선수로 자리 잡은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등이 활약했고, 2008년에는 주장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 김영권(광저우헝다) 등이 주축으로 뛰었다.

현 사령탑인 이광종 감독이 이끌었던 2010년에는 지동원(선덜랜드), 이종호(전남) 등 거물급 신인들을 앞세웠지만 4강에서 북한에 지는 바람에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나선 선수들은 이런 쟁쟁한 선배들에 비해 이름값에서부터 밀렸다.

엔트리 23명의 대부분 대학생 선수들이고, 4명뿐인 프로선수는 그나마 팀에서 출전기회를 자주 얻지 못한 상태였다. 고교생도 4명이 포함됐다.

물론 해당 연령대에서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아왔지만 아무래도 과거 멤버에 비해서는 눈에 띄는 선수가 드문 것이 사실이다.

본선도 불안하게 출발했다.

지난 3일 1차전에서 이라크와 0-0으로 비긴 데 이어 2차전 상대 태국에는 2-1, 중국과의 3차전에서는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2승1무로 조 2위에 올라 8강에 오르긴 했지만 골 결정력에서 부족한 모습을 노출했고, 일부에서는 세계대회 출전권이 걸린 4강 진출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나왔다.

하지만 ‘무명’ 선수들은 토너먼트 시작과 함께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문창진(포항)이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 골(4골)을 뽑아내며 앞장선 가운데 강상우(경희대)와 김승준(군산제일고)이 두 골씩을 보태는 등 6명이 11골을 고루 나눠 넣었다.

중앙 수비수 송주훈(광명공고)과 미드필더 권창훈(매탄고) 등 고교생 선수들도 어린 나이에도 주전으로 뛰며 수비라인과 중원에서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이 결승까지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던 데에는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5경기 동안 3실점밖에 하지 않은 ‘짠물 수비’가 바탕이 됐다.

큰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침착한 경기운영을 보인 점도 돋보였다.

중동 국가라는 이점을 안은 이라크를 상대로 결승전을 치르며 현지 응원단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선제골까지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자기 플레이를 펼친 덕에 후반 추가시간 문창진의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골키퍼 이창근(부산)은 입술을, 송주훈은 다리를 다친 상황에서 연장전을 치러야 했지만 이라크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막아냈다.

’‘1m의 러시안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에서도 이들의 담력은 빛을 발했다.

한 번의 실수가 패배를 부르는 피 말리는 순간이지만 이라크 선수들이 제풀에 무너지는 동안 4차례 시도 모두 성공하는 저력을 과시하며 한국에 8년 만의 우승컵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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