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공채제도 ‘흔들’…내년 채용도 어렵다

입력 2012.11.22 (08:01) 수정 2012.11.22 (08: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어려운 업황 탓에 증권사 공채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18개사의 올해 대졸공채 규모가 작년대비 55%에 그쳐 채용 규모가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신입사원을 선발해 교육할 여력이 없는 증권사들은 공채 대신 수시채용 방식을 적극 활용해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을 뽑겠다는 입장이다.

내년에도 증권업계 업황이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증권사의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바로 뽑아 바로 투입"…공채 줄고 수시채용 확대

올해 하반기 증권사 채용 현황의 가장 큰 특징은 공채 대신 수시채용 방식이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증권사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대졸공채를 실시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되기 때문이다.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해 훈련하기보다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을 뽑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 공채를 하지 않고 수시채용으로 인력을 확충한다는 증권사는 아이엠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KTB투자증권 등이다. 주로 중소형 증권사이거나 업계의 후발주자다.

그러나 대형사 중에도 수시채용으로 공채를 대신하는 증권사가 있었고 상당수 대형사는 하반기 공채를 하더라도 작년 동기대비 선발인원 규모를 줄일 예정이다.

가령 미래에셋증권은 대형 증권사임에도 올해 공채를 시행하지 않고 부문별로 필요한 인력을 신입이나 경력사원 형태로 수시로 고용할 계획이다.

이런 추세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 영향 탓에 증권사들이 기수 단위로 뽑는 대대적인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꺼리고 있다"며 "신입사원보다는 당장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경력사원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 공공기관의 올 하반기 공채 규모는 지난해보다 커지거나 작년 수준을 유지했다.

코스콤은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20명, 14명을 선발했으나 올해는 규모를 키워 상반기에 22명, 하반기에 31명을 뽑았다.

한국증권금융과 한국예탁결제원도 작년대비 규모상 큰 변화 없이 올 하반기에 1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공채로 선발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 하반기 대졸자 25명, 고졸자 2명 내외를 공채로 뽑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어려운 업황에도 일부 증권사들은 고졸자를 꾸준히 채용해 눈길을 끌었다.

SK증권(12명), 현대증권(10명), 교보증권(8명), 신한금융투자(4명) 등이 올해 고졸자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대졸공채를 실시하지 않았지만 고졸공채를 통해 고졸자 59명을 뽑았다.

◇ 내년도 '증권 불황' 지속

한 때 대표적 고소득 화이트칼라 업종으로 꼽히던 증권사의 올해 채용규모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어려운 업황 탓이 크다.

일단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를 상쇄해줄 것으로 보였던 자산관리 상품마저 판매가 부진했던 탓에 증권사 대부분의 실적이 나빴다.

이런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의 업황이 최악의 수준이었다고 평가한다.

SK증권 안정균 연구원은 "작년과 비교할 때 올해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이 30% 이상 줄었고 심지어 반토막 난 증권사도 많았다"면서 "올해 업황은 최악이었다"라고 진단했다.

또 증시상황이 안 좋은 탓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올해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등을 피하면서 투자은행(IB)의 수익성도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표한 10개 증권사의 실적을 토대로 올해 수익성을 살펴본 결과, 10개사 중 절반인 5개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감소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 채용규모뿐만 아니라 기존 임직원 수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말 기준으로 국내 61개 증권사의 임직원은 4만3천8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말(4만4
천404명)보다 1천319명, 올해 6월말(4만3천586명)보다 501명 줄어든 것이다.

내년에도 증권업종 업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KTB투자증권 조성경 연구원은 "내년 브로커리지 수익이 올해보다 약 10% 늘어날 것으로 보여 증가폭은 크지 않다"며 "결국 실물경기가 반등해 투자심리가 살아나야 증권사의 주 수익원인 리테일 부문에서 이익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전망 가운데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내년 공채를 구체적으로 계획한 증권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대상 증권사 18개사 중 12개사가 내년 공채 계획이 '미정'이라고 답했고 메리츠종금증권, 교보증권, KTB투자증권
등 세 곳은 내년 공채계획이 아예 없다고 응답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증권사 공채제도 ‘흔들’…내년 채용도 어렵다
    • 입력 2012-11-22 08:01:04
    • 수정2012-11-22 08:11:10
    연합뉴스
어려운 업황 탓에 증권사 공채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18개사의 올해 대졸공채 규모가 작년대비 55%에 그쳐 채용 규모가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신입사원을 선발해 교육할 여력이 없는 증권사들은 공채 대신 수시채용 방식을 적극 활용해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을 뽑겠다는 입장이다. 내년에도 증권업계 업황이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증권사의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바로 뽑아 바로 투입"…공채 줄고 수시채용 확대 올해 하반기 증권사 채용 현황의 가장 큰 특징은 공채 대신 수시채용 방식이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증권사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대졸공채를 실시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되기 때문이다.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해 훈련하기보다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을 뽑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 공채를 하지 않고 수시채용으로 인력을 확충한다는 증권사는 아이엠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KTB투자증권 등이다. 주로 중소형 증권사이거나 업계의 후발주자다. 그러나 대형사 중에도 수시채용으로 공채를 대신하는 증권사가 있었고 상당수 대형사는 하반기 공채를 하더라도 작년 동기대비 선발인원 규모를 줄일 예정이다. 가령 미래에셋증권은 대형 증권사임에도 올해 공채를 시행하지 않고 부문별로 필요한 인력을 신입이나 경력사원 형태로 수시로 고용할 계획이다. 이런 추세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 영향 탓에 증권사들이 기수 단위로 뽑는 대대적인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꺼리고 있다"며 "신입사원보다는 당장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경력사원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 공공기관의 올 하반기 공채 규모는 지난해보다 커지거나 작년 수준을 유지했다. 코스콤은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20명, 14명을 선발했으나 올해는 규모를 키워 상반기에 22명, 하반기에 31명을 뽑았다. 한국증권금융과 한국예탁결제원도 작년대비 규모상 큰 변화 없이 올 하반기에 1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공채로 선발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 하반기 대졸자 25명, 고졸자 2명 내외를 공채로 뽑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어려운 업황에도 일부 증권사들은 고졸자를 꾸준히 채용해 눈길을 끌었다. SK증권(12명), 현대증권(10명), 교보증권(8명), 신한금융투자(4명) 등이 올해 고졸자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대졸공채를 실시하지 않았지만 고졸공채를 통해 고졸자 59명을 뽑았다. ◇ 내년도 '증권 불황' 지속 한 때 대표적 고소득 화이트칼라 업종으로 꼽히던 증권사의 올해 채용규모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어려운 업황 탓이 크다. 일단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를 상쇄해줄 것으로 보였던 자산관리 상품마저 판매가 부진했던 탓에 증권사 대부분의 실적이 나빴다. 이런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의 업황이 최악의 수준이었다고 평가한다. SK증권 안정균 연구원은 "작년과 비교할 때 올해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이 30% 이상 줄었고 심지어 반토막 난 증권사도 많았다"면서 "올해 업황은 최악이었다"라고 진단했다. 또 증시상황이 안 좋은 탓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올해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등을 피하면서 투자은행(IB)의 수익성도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표한 10개 증권사의 실적을 토대로 올해 수익성을 살펴본 결과, 10개사 중 절반인 5개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감소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 채용규모뿐만 아니라 기존 임직원 수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말 기준으로 국내 61개 증권사의 임직원은 4만3천8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말(4만4 천404명)보다 1천319명, 올해 6월말(4만3천586명)보다 501명 줄어든 것이다. 내년에도 증권업종 업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KTB투자증권 조성경 연구원은 "내년 브로커리지 수익이 올해보다 약 10% 늘어날 것으로 보여 증가폭은 크지 않다"며 "결국 실물경기가 반등해 투자심리가 살아나야 증권사의 주 수익원인 리테일 부문에서 이익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전망 가운데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내년 공채를 구체적으로 계획한 증권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대상 증권사 18개사 중 12개사가 내년 공채 계획이 '미정'이라고 답했고 메리츠종금증권, 교보증권, KTB투자증권 등 세 곳은 내년 공채계획이 아예 없다고 응답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