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국인 대상 범죄 왜 자꾸 일어나나?

입력 2012.11.27 (08:22) 수정 2012.11.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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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호주 주요 도시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 원인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전쟁에 파병하기도 했던 호주는 한국의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이 같은 사태를 수수방관할 경우 자칫 양국관계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호주 내 한국인 유학생 및 워킹홀리데이 비자소지자(이하 워홀러)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호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한국인 대상 범죄는 없었던 일이 갑자기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수면 아래 잠겨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이런 일을 당하더라도 신분이 취약한 유학생이나 워홀러 입장에서는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것 말고는 효과적인 대응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따라서 현지 경찰이 사건을 무성의하게 처리하거나 대충 묻어버리더라도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본인만 억울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발달하면서 힘이 약한 개개인도 자신이 당한 억울한 피해사례를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고 이 같은 사회환경의 변화가 최근 잇단 한국인 대상 범죄의 이슈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시드니대 유학생인 김형태(22.가명) 씨는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 대상 범죄는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으나 호주 경찰의 축소수사와 언론의 무관심 등으로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최근 드러난 사건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호주가 치안안전국이라는 막연한 인식도 아시아인들이 범죄에 자주 노출되는 원인 중 하나다.

호주가 멕시코나 남아프리카공화국같은 나라보다는 치안이 안전할 지 몰라도 일본이나 핀란드 등 최고 수준의 치안을 갖춘 국가에는 못미치는 만큼 유학생이나 워홀러들이 호주를 방문할 때 치안상태에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아시아인 대상 범죄를 대하는 호주 경찰의 무성의한 태도도 문제다.

과거 백호주의(백인 우선주의)로 악명높았던 호주에게 인종증오 범죄는 일종의 치부인 셈이어서 유학·관광산업에 미칠 악영향 등을 우려해 경찰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인종차별적 범죄를 단순폭행 사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다 보니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긴 백인 가해자들이 더욱 마음놓고 아시아인 대상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멜버른에서 백인 10대들에게 집단폭행 당해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중상을 입었던 장모 씨는 "우리가 아무리 인종차별적 범죄라고 주장해도 현지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1995년 특정 인종이나 출신 국가를 비하하는 내용의 욕설이나 비방 등을 범법으로 규정한 '인종증오금지법(Racial Hatred Act)'을 제정했지만 기소권을 가진 경찰이 실제로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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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한국인 대상 범죄 왜 자꾸 일어나나?
    • 입력 2012-11-27 08:22:26
    • 수정2012-11-27 17:01:14
    연합뉴스
최근 호주 주요 도시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 원인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전쟁에 파병하기도 했던 호주는 한국의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이 같은 사태를 수수방관할 경우 자칫 양국관계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호주 내 한국인 유학생 및 워킹홀리데이 비자소지자(이하 워홀러)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호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한국인 대상 범죄는 없었던 일이 갑자기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수면 아래 잠겨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이런 일을 당하더라도 신분이 취약한 유학생이나 워홀러 입장에서는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것 말고는 효과적인 대응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따라서 현지 경찰이 사건을 무성의하게 처리하거나 대충 묻어버리더라도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본인만 억울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발달하면서 힘이 약한 개개인도 자신이 당한 억울한 피해사례를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고 이 같은 사회환경의 변화가 최근 잇단 한국인 대상 범죄의 이슈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시드니대 유학생인 김형태(22.가명) 씨는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 대상 범죄는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으나 호주 경찰의 축소수사와 언론의 무관심 등으로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최근 드러난 사건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호주가 치안안전국이라는 막연한 인식도 아시아인들이 범죄에 자주 노출되는 원인 중 하나다. 호주가 멕시코나 남아프리카공화국같은 나라보다는 치안이 안전할 지 몰라도 일본이나 핀란드 등 최고 수준의 치안을 갖춘 국가에는 못미치는 만큼 유학생이나 워홀러들이 호주를 방문할 때 치안상태에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아시아인 대상 범죄를 대하는 호주 경찰의 무성의한 태도도 문제다. 과거 백호주의(백인 우선주의)로 악명높았던 호주에게 인종증오 범죄는 일종의 치부인 셈이어서 유학·관광산업에 미칠 악영향 등을 우려해 경찰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인종차별적 범죄를 단순폭행 사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다 보니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긴 백인 가해자들이 더욱 마음놓고 아시아인 대상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멜버른에서 백인 10대들에게 집단폭행 당해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중상을 입었던 장모 씨는 "우리가 아무리 인종차별적 범죄라고 주장해도 현지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1995년 특정 인종이나 출신 국가를 비하하는 내용의 욕설이나 비방 등을 범법으로 규정한 '인종증오금지법(Racial Hatred Act)'을 제정했지만 기소권을 가진 경찰이 실제로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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