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대낮에 수천만 원 어치 물건을…

입력 2012.11.27 (09:10) 수정 2012.11.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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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형마트에서 등산복 같은 물건을 훔친 혐의로 40대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훔친 물건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무려 5천5백만 원어치나 된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보안이 잘돼 있는 대형마트에서 이럴 수가 있는 건가요?

<기자 멘트>

벌건 대낮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물건을 상자째 훔쳐갔는데요.

하지만 아무도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보란 듯이 승합차를 끌고 와 너무나 태연스럽게 물건을 싣고 갔기 때문에 마트 직원쯤으로 생각했던 건데요.

그런데 경찰에 붙잡힌 이 남성은 이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간 큰 도둑의 대담한 절도 행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고양의 한 대형마트입니다.

아직 손님이 뜸한 시간, 승합차 한 대가 하역장으로 들어오는데요.

차에서 내린 남성은 태연하게 뒷좌석과 화물칸에 상자를 옮겨 싣습니다.

배송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물건을 훔치고 있는 중입니다.

불과 1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오승환(경위/고양경찰서 강력3팀) : "사람들의 왕래가 뜸할 때 직원을 가장해 자연스럽게 물건을 훔치는 그런 장면이 CCTV에 찍혔습니다."

마트 직원인 척 하며 물건을 상자째 훔쳐 달아난 절도범.

마흔두 살 이모 씨는 이렇게 네 차례에 거쳐 5천5백만 원어치의 물건을 훔쳤습니다.

<인터뷰> 오승환(경위/고양경찰서 강력3팀) : "등산화라든지 여성의류, 유명 브랜드하고 고급의류 등이었어요. 상자째로 절취하다보니까 그 양도 많고 피해액도 컸습니다."

대낮에 대형마트의 물품 하역장에서, 그것도 혼자서 어떻게 이런 범행을 할 수 있었던 걸까요.

수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먼저 손님을 가장해 승합차를 타고 마트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이 씨.

주차장 맨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그 뒤부턴 반대로 직원 행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역장 안에 들어가려고 문을 부수거나 숨을 필요도 없었는데요.

주차장 바로 옆에 물건들이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승환(경위/고양경찰서 강력3팀) : "물건을 보관하던 곳이 지하주차장과 같이 사용하는 곳인데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더라도 누가 의심하지 않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이 씨는 물품 배송이 주로 이뤄지는 낮 시간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승합차를 이용한 데다 평범한 작업복 차림이어서, 직원들은 이 씨의 차를 ‘반품 배송 차량’쯤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녹취> 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저 사람이 '자기네 회사 반품 물건을 가져가나보다' 그렇게 생각하지 '저 사람 도둑놈이다' 그렇게 생각을 안 해요. 누가 봐도 똑같을 거예요."

대놓고 물건을 차에 싣는 모습에 도리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건데요.

범행 장면은 CCTV에도 고스란히 찍혔지만 도난 사실을 안 건 나흘 뒤였습니다.

마트에 입점한 한 의류업체가 재고 파악을 하고 나서였는데요.

이미 매장별로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피해를 입은 후였는데요.

특히 재고조사를 자주 하지 않는 매장의 피해가 컸습니다.

<녹취> 피해 매장 업주(음성변조) : "여기 있는 사람들 몇 천만 원씩 다 잃어버렸어요."

<녹취> 피해 매장 업주(음성변조) : "막 피가 거꾸로 솟죠."

<녹취> 피해 매장 업주(음성변조) : "(피해액이) 2천만 원이 넘어가요. 10상자를 다 꺼내 갔다니까요. 도난 규모가 큰 만큼 일부에선 범인이 내부 직원이라는 추측도 나돌았습니다."

<녹취> 피해 매장 업주(음성변조) : "제가 우리 직원을 의심해서요. 이번에 직원이 그만 둔다고 해서 (새로) 구하고 난리 났어요."

<녹취> 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제일 아래층 주차장은 차가 많이 없어서 그 주차장에다 (임시로) 적재해놓고 수시로 물건을 올리거든요, 매장으로. 그거를 아는 사람이 한 것 아닐까요? 범행은 대담했지만 허술하기도 했습니다."

범행 과정에서 얼굴과 차량번호를 CCTV에 그대로 노출하고 만 건데요.

결국 경찰에 붙잡힌 이 씨.

내부 소행은 아니었지만, 이 씨가 마트 사정에 훤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4년 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던 겁니다.

<인터뷰> 오승환(경위/고양경찰서 강력3팀) : "같은 장소에서 범행을 하다가 검거돼 처벌받은 적이 있어서 그쪽 지리라든지 구조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범행을 하는 데 더 용이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씨는 내년 초 결혼을 앞두고 약혼녀 선물과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4년 만에 다시 범행에 나선 걸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조사에선 생활고를 겪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주변의 얘기는 이 씨의 이런 진술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자기 집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집이.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고 그냥 먹고 사는 사람들이에요. 평소에는 얌전하게 얘기하고 그러던데..."

<인터뷰> 오승환(경위/고양경찰서 강력3팀) : "훔친 물건 중에서 일부는 자기가 입고 여자 친구에게도 준 걸로 봐서는 모르겠어요. 어떤 경제적인 거 (말고도) 습벽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찰은 이 씨를 구속하는 한편, 이 씨가 훔친 물건을 장물업자에게 판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동일 수법의 다른 피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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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2-11-27 2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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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형마트에서 등산복 같은 물건을 훔친 혐의로 40대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훔친 물건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무려 5천5백만 원어치나 된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보안이 잘돼 있는 대형마트에서 이럴 수가 있는 건가요? <기자 멘트> 벌건 대낮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물건을 상자째 훔쳐갔는데요. 하지만 아무도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보란 듯이 승합차를 끌고 와 너무나 태연스럽게 물건을 싣고 갔기 때문에 마트 직원쯤으로 생각했던 건데요. 그런데 경찰에 붙잡힌 이 남성은 이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간 큰 도둑의 대담한 절도 행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고양의 한 대형마트입니다. 아직 손님이 뜸한 시간, 승합차 한 대가 하역장으로 들어오는데요. 차에서 내린 남성은 태연하게 뒷좌석과 화물칸에 상자를 옮겨 싣습니다. 배송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물건을 훔치고 있는 중입니다. 불과 1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오승환(경위/고양경찰서 강력3팀) : "사람들의 왕래가 뜸할 때 직원을 가장해 자연스럽게 물건을 훔치는 그런 장면이 CCTV에 찍혔습니다." 마트 직원인 척 하며 물건을 상자째 훔쳐 달아난 절도범. 마흔두 살 이모 씨는 이렇게 네 차례에 거쳐 5천5백만 원어치의 물건을 훔쳤습니다. <인터뷰> 오승환(경위/고양경찰서 강력3팀) : "등산화라든지 여성의류, 유명 브랜드하고 고급의류 등이었어요. 상자째로 절취하다보니까 그 양도 많고 피해액도 컸습니다." 대낮에 대형마트의 물품 하역장에서, 그것도 혼자서 어떻게 이런 범행을 할 수 있었던 걸까요. 수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먼저 손님을 가장해 승합차를 타고 마트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이 씨. 주차장 맨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그 뒤부턴 반대로 직원 행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역장 안에 들어가려고 문을 부수거나 숨을 필요도 없었는데요. 주차장 바로 옆에 물건들이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승환(경위/고양경찰서 강력3팀) : "물건을 보관하던 곳이 지하주차장과 같이 사용하는 곳인데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더라도 누가 의심하지 않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이 씨는 물품 배송이 주로 이뤄지는 낮 시간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승합차를 이용한 데다 평범한 작업복 차림이어서, 직원들은 이 씨의 차를 ‘반품 배송 차량’쯤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녹취> 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저 사람이 '자기네 회사 반품 물건을 가져가나보다' 그렇게 생각하지 '저 사람 도둑놈이다' 그렇게 생각을 안 해요. 누가 봐도 똑같을 거예요." 대놓고 물건을 차에 싣는 모습에 도리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건데요. 범행 장면은 CCTV에도 고스란히 찍혔지만 도난 사실을 안 건 나흘 뒤였습니다. 마트에 입점한 한 의류업체가 재고 파악을 하고 나서였는데요. 이미 매장별로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피해를 입은 후였는데요. 특히 재고조사를 자주 하지 않는 매장의 피해가 컸습니다. <녹취> 피해 매장 업주(음성변조) : "여기 있는 사람들 몇 천만 원씩 다 잃어버렸어요." <녹취> 피해 매장 업주(음성변조) : "막 피가 거꾸로 솟죠." <녹취> 피해 매장 업주(음성변조) : "(피해액이) 2천만 원이 넘어가요. 10상자를 다 꺼내 갔다니까요. 도난 규모가 큰 만큼 일부에선 범인이 내부 직원이라는 추측도 나돌았습니다." <녹취> 피해 매장 업주(음성변조) : "제가 우리 직원을 의심해서요. 이번에 직원이 그만 둔다고 해서 (새로) 구하고 난리 났어요." <녹취> 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제일 아래층 주차장은 차가 많이 없어서 그 주차장에다 (임시로) 적재해놓고 수시로 물건을 올리거든요, 매장으로. 그거를 아는 사람이 한 것 아닐까요? 범행은 대담했지만 허술하기도 했습니다." 범행 과정에서 얼굴과 차량번호를 CCTV에 그대로 노출하고 만 건데요. 결국 경찰에 붙잡힌 이 씨. 내부 소행은 아니었지만, 이 씨가 마트 사정에 훤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4년 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던 겁니다. <인터뷰> 오승환(경위/고양경찰서 강력3팀) : "같은 장소에서 범행을 하다가 검거돼 처벌받은 적이 있어서 그쪽 지리라든지 구조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범행을 하는 데 더 용이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씨는 내년 초 결혼을 앞두고 약혼녀 선물과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4년 만에 다시 범행에 나선 걸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조사에선 생활고를 겪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주변의 얘기는 이 씨의 이런 진술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자기 집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집이.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고 그냥 먹고 사는 사람들이에요. 평소에는 얌전하게 얘기하고 그러던데..." <인터뷰> 오승환(경위/고양경찰서 강력3팀) : "훔친 물건 중에서 일부는 자기가 입고 여자 친구에게도 준 걸로 봐서는 모르겠어요. 어떤 경제적인 거 (말고도) 습벽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찰은 이 씨를 구속하는 한편, 이 씨가 훔친 물건을 장물업자에게 판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동일 수법의 다른 피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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