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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대리운전기사 처우 개선 협동조합 생긴다
입력 2012.11.28 (07:59) 수정 2012.11.28 (19:43) 연합뉴스
밤새 취객에게 시달리는 박봉의 대리운전기사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권익 찾기에 나선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소속 조합원 100여명은 28일 중구 을지로 서울시청소년수련관에서 창립총회를 연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는 다음달 1일 설립 신고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우선 교육위원회와 권익위원회를 두고 해당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교육위원회에선 대리운전에 필요한 교육, 교통사고 발생 시 대처법, 지리정보 교육 등을 한다. 권익위원회는 사고 발생 시 조합원을 지원하고 콜센터 등과 처우개선 협상을 벌인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내년 3월께 자체 콜센터를 세워 운영한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대리운전기사들이 협동조합을 꾸리게 된 것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오후 8시에서 다음날 새벽 5시까지 9시간가량 일하면 한 달에 대개 200만원을 번다. 하지만 수수료 20%를 콜센터에 주고, 보험료 6만원에 콜 프로그램 비용 1만5천원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150만원이 채 안 된다.

게다가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산다. 콜센터는 '서비스가 나쁜' 대리운전 기사에 '락'을 걸어 해당 기사의 단말기에 콜이 안 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운전을 신청한 고객이 해당 기사가 불친철하다며 콜센터에 항의하면 콜센터는 서비스 제고 차원에서 해당 기사의 단말기에 이런 '락'을 건다.

하지만 고객 중엔 취객들이 많아 시비가 종종 발생하는데, 대리기사들은 자신의 소명을 들어보지도 않고 '락'만 건다고 불만이 많다. '락'에 걸리면 콜을 받지 못해 실업자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불만은 한 대리운전 기사의 불행한 죽음을 계기로 폭발했다.

2010년 6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만취한 고객이 한 대리운전 기사를 내리게 하고서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노동단체들은 대리기사도 산재보험을 적용받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했지만, 아직 정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한다.

협동조합 결성 움직임은 다음카페의 대리운전기사들의 모임인 '처음처럼'에서 싹텄다.

'처음처럼'은 수수료 인상이 부당하다며 1년간 일인시위를 벌였던 한 회원 아이디 '처음'에서 이름을 땄다.

이들은 올해 3월 협동조합 설립 협의회를 발족해 조합 설립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고 그렇다고 임의단체로 남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공익재단 등을 알아보다가 김성호 전 법무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행복세상을 통해 협동조합으로 설립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조합설립 협의회 소속 대리기사들은 협동조합 관련 책을 읽으며 자체 강연회도 열고 지방차치단체가 진행하는 협동조합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가하며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높여갔다.

하지만, 정작 협동조합 설립에 합의하기까지 6개월이나 걸렸다.

협동조합이 아직 우리 사회에 생소한 탓에 회원들이 협동조합의 실효성에 반신반의해서다. 회원들 사이 장기간에 걸친 토론 끝에 지난 9월에 발기인 대회를 열 수 있었다.

대리운전협동조합 추진위원회 이상국 사업본부장은 "일반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데 협동조합은 고용을 위해 경제활동을 한다는 데에 회원들이 크게 공감했다"며 "대리기사들은 '여기서 더 밀리면 갈 데가 없다'는 불안감이 강한데 협동조합의 이런 점에 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격론 끝에 내린 결정이어서 이후 진행과정은 탄력을 받았다.

조합비도 조합원당 60만원이나 내기로 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렵지만 그만큼 협동조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대리운전협동조합원 조합원 권익뿐 아니라 사회 기여활동도 펼친다.

대리운전하러 다니면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경찰에게 알리는 '시민안전지킴이' 활동이 그것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이 가진 단말기는 개인 위치가 추적되기에 경찰이 신고를 받고 바로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마쳤고 조합이 본격적으로 결성되는 대로 관계 당국과 서비스 시행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현재 100여명으로 시작하지만, 전국 10만여 대리운전기사가 함께하길 꿈꾸고 있다.

이 본부장은 "조합이 출범하고 내부적인 시스템이 갖춰지면 모든 분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합비를 낮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 ‘벼랑 끝’ 대리운전기사 처우 개선 협동조합 생긴다
    • 입력 2012-11-28 07:59:14
    • 수정2012-11-28 19:43:42
    연합뉴스
밤새 취객에게 시달리는 박봉의 대리운전기사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권익 찾기에 나선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소속 조합원 100여명은 28일 중구 을지로 서울시청소년수련관에서 창립총회를 연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는 다음달 1일 설립 신고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우선 교육위원회와 권익위원회를 두고 해당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교육위원회에선 대리운전에 필요한 교육, 교통사고 발생 시 대처법, 지리정보 교육 등을 한다. 권익위원회는 사고 발생 시 조합원을 지원하고 콜센터 등과 처우개선 협상을 벌인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내년 3월께 자체 콜센터를 세워 운영한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대리운전기사들이 협동조합을 꾸리게 된 것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오후 8시에서 다음날 새벽 5시까지 9시간가량 일하면 한 달에 대개 200만원을 번다. 하지만 수수료 20%를 콜센터에 주고, 보험료 6만원에 콜 프로그램 비용 1만5천원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150만원이 채 안 된다.

게다가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산다. 콜센터는 '서비스가 나쁜' 대리운전 기사에 '락'을 걸어 해당 기사의 단말기에 콜이 안 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운전을 신청한 고객이 해당 기사가 불친철하다며 콜센터에 항의하면 콜센터는 서비스 제고 차원에서 해당 기사의 단말기에 이런 '락'을 건다.

하지만 고객 중엔 취객들이 많아 시비가 종종 발생하는데, 대리기사들은 자신의 소명을 들어보지도 않고 '락'만 건다고 불만이 많다. '락'에 걸리면 콜을 받지 못해 실업자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불만은 한 대리운전 기사의 불행한 죽음을 계기로 폭발했다.

2010년 6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만취한 고객이 한 대리운전 기사를 내리게 하고서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노동단체들은 대리기사도 산재보험을 적용받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했지만, 아직 정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한다.

협동조합 결성 움직임은 다음카페의 대리운전기사들의 모임인 '처음처럼'에서 싹텄다.

'처음처럼'은 수수료 인상이 부당하다며 1년간 일인시위를 벌였던 한 회원 아이디 '처음'에서 이름을 땄다.

이들은 올해 3월 협동조합 설립 협의회를 발족해 조합 설립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고 그렇다고 임의단체로 남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공익재단 등을 알아보다가 김성호 전 법무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행복세상을 통해 협동조합으로 설립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조합설립 협의회 소속 대리기사들은 협동조합 관련 책을 읽으며 자체 강연회도 열고 지방차치단체가 진행하는 협동조합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가하며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높여갔다.

하지만, 정작 협동조합 설립에 합의하기까지 6개월이나 걸렸다.

협동조합이 아직 우리 사회에 생소한 탓에 회원들이 협동조합의 실효성에 반신반의해서다. 회원들 사이 장기간에 걸친 토론 끝에 지난 9월에 발기인 대회를 열 수 있었다.

대리운전협동조합 추진위원회 이상국 사업본부장은 "일반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데 협동조합은 고용을 위해 경제활동을 한다는 데에 회원들이 크게 공감했다"며 "대리기사들은 '여기서 더 밀리면 갈 데가 없다'는 불안감이 강한데 협동조합의 이런 점에 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격론 끝에 내린 결정이어서 이후 진행과정은 탄력을 받았다.

조합비도 조합원당 60만원이나 내기로 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렵지만 그만큼 협동조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대리운전협동조합원 조합원 권익뿐 아니라 사회 기여활동도 펼친다.

대리운전하러 다니면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경찰에게 알리는 '시민안전지킴이' 활동이 그것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이 가진 단말기는 개인 위치가 추적되기에 경찰이 신고를 받고 바로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마쳤고 조합이 본격적으로 결성되는 대로 관계 당국과 서비스 시행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현재 100여명으로 시작하지만, 전국 10만여 대리운전기사가 함께하길 꿈꾸고 있다.

이 본부장은 "조합이 출범하고 내부적인 시스템이 갖춰지면 모든 분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합비를 낮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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