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제시 목표주가 믿으면 ‘쪽박 위험’

입력 2012.12.05 (06:36) 수정 2012.12.0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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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가 확연히 달라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목표주가와 현재주가의 차이를 뜻하는 괴리율이 커지면 통상 상승 여력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하향 조정되는 와중에도 목표주가는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괴리율이 투자손실을 부추기는 `함정'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약세장에 목표주가만 '고공비행'…투자지표 기능 상실

국내 증시가 박스권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정한 목표주가는 나홀로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목표주가는 앞으로 6개월 안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가로 기업의 추정실적과 적정주가, 동종업체와의 비교 등을 통해 계산된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3개 이상 증권사가 분석한 157개 종목 중 작년 12월말 기준 6개월 목표주가 컨센서스(평균추정치)를 올해 상반기말에 실제로 달성한 종목은 7개(4.5%)에 그쳤다.

157개 종목의 주가는 작년말 평균 11만2천774원으로 목표주가 평균(15만562원)과 33.5%의 괴리율을 보였었다.

종목별로는 현대산업의 괴리율이 90.85%로 가장 높았다.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현대산업의 주가는 1만6천800원으로 목표주가(3만2천63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SK(81.58%), 동양기전(76.55%), 아시아나항공(71.71%), SK이노베이션(71.41%)으로 괴리율이 컸다.

하지만 6개월 뒤 현대산업의 주가는 2만4천150원에 그쳤고 SK는 12만1천원에서 13만2천500원으로, 동양기전은 1만2천650원에서 1만3천원으로 올라가 목표주가에는 한참 못 미쳤다. 또 SK네트웍스는 괴리율이 64.60%로 높은 편인데도 주가는 1만100원에서 8천660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금호석유도 괴리율이 58.42%이지만 주가는 16만7천500원에서 12만원으로 낮아졌다.

전문 투자가와 다르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가 발표하는 종목 리포트를 통해 투자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목표주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가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꺼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시 상승장에서는 목표주가를 따라 올리지만 하향 조정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눈치가 보여 쉽지가 않다"고 털어놓았다.

◇목표주가 산정, 기업 눈치보기 못 벗어나

증권가 관계자들은 목표주가 괴리율이 큰 것은 투자자들을 증시에 끌어들이기 위해 기업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리포트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과의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해당 기업의 실적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데도 애널리스트들이 예상 실적이나 목표주가를 쉽게 하향 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목표주가는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해 주는 것이 맞는데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업종이나 기업에 대해 낙관적인 경향이 강하다"며 "기업과의 보이지 않는 관계에 의해 낙관적 견해를 갖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목표주가를 내리는 등의 부정적 견해를 리포트에 담았을 때 기업에서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보다는 자산운용사나 기업 입장을 고려해 리포트를 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괴리율이 커질수록 목표주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시장의 비판기능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위주의 시장이다 보니 전문성과 비판적 시각을 갖고 증권사 보고서를 평가할 투자자 기반이 없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좀 더 시장이 선진화되면서 장기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증권사 보고서에 대한 비판이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신뢰도 역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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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2-05 06:36:22
    • 수정2012-12-05 06:37:20
    연합뉴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가 확연히 달라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목표주가와 현재주가의 차이를 뜻하는 괴리율이 커지면 통상 상승 여력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하향 조정되는 와중에도 목표주가는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괴리율이 투자손실을 부추기는 `함정'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약세장에 목표주가만 '고공비행'…투자지표 기능 상실 국내 증시가 박스권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정한 목표주가는 나홀로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목표주가는 앞으로 6개월 안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가로 기업의 추정실적과 적정주가, 동종업체와의 비교 등을 통해 계산된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3개 이상 증권사가 분석한 157개 종목 중 작년 12월말 기준 6개월 목표주가 컨센서스(평균추정치)를 올해 상반기말에 실제로 달성한 종목은 7개(4.5%)에 그쳤다. 157개 종목의 주가는 작년말 평균 11만2천774원으로 목표주가 평균(15만562원)과 33.5%의 괴리율을 보였었다. 종목별로는 현대산업의 괴리율이 90.85%로 가장 높았다.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현대산업의 주가는 1만6천800원으로 목표주가(3만2천63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SK(81.58%), 동양기전(76.55%), 아시아나항공(71.71%), SK이노베이션(71.41%)으로 괴리율이 컸다. 하지만 6개월 뒤 현대산업의 주가는 2만4천150원에 그쳤고 SK는 12만1천원에서 13만2천500원으로, 동양기전은 1만2천650원에서 1만3천원으로 올라가 목표주가에는 한참 못 미쳤다. 또 SK네트웍스는 괴리율이 64.60%로 높은 편인데도 주가는 1만100원에서 8천660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금호석유도 괴리율이 58.42%이지만 주가는 16만7천500원에서 12만원으로 낮아졌다. 전문 투자가와 다르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가 발표하는 종목 리포트를 통해 투자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목표주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가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꺼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시 상승장에서는 목표주가를 따라 올리지만 하향 조정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눈치가 보여 쉽지가 않다"고 털어놓았다. ◇목표주가 산정, 기업 눈치보기 못 벗어나 증권가 관계자들은 목표주가 괴리율이 큰 것은 투자자들을 증시에 끌어들이기 위해 기업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리포트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과의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해당 기업의 실적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데도 애널리스트들이 예상 실적이나 목표주가를 쉽게 하향 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목표주가는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해 주는 것이 맞는데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업종이나 기업에 대해 낙관적인 경향이 강하다"며 "기업과의 보이지 않는 관계에 의해 낙관적 견해를 갖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목표주가를 내리는 등의 부정적 견해를 리포트에 담았을 때 기업에서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보다는 자산운용사나 기업 입장을 고려해 리포트를 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괴리율이 커질수록 목표주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시장의 비판기능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위주의 시장이다 보니 전문성과 비판적 시각을 갖고 증권사 보고서를 평가할 투자자 기반이 없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좀 더 시장이 선진화되면서 장기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증권사 보고서에 대한 비판이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신뢰도 역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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