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오리 땅끝에서 군무 ‘장관’

<앵커 멘트>

겨울만 되면 천수만이나 금강하구를 가득 채우던 가창오리가 이번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땅끝 마을 전남 해남군에서 가창오리 수십만 마리가 월동하는 것이 목격됐습니다.

가창오리들이 펼치는 화려한 군무, 함께 보시죠.

나신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가창오리 수십만 마리가 땅끝마을의 겨울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선두를 쫓아 몰려다니다가 물결치듯 방향을 바꾸며 기하학적 문양을 만들어 냅니다.

다른 무리들이 합류하면서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가 싶더니, 호수 복판으로 일제히 내려앉습니다.

날개로 물장구를 치며 요란하게 놀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종삼(전남 해남군 환경교통과 3대호수 지킴이) : "야행성이라 밤에 먹이활동을 하고 지금같은 낮에는 호수에서 쉬고 있죠"

먹이가 풍부한 땅끝마을은 겨울철새의 천국입니다.

멸종위기동물1급인 검독수리가 목격됐고, 멸종위기2급 큰고니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대백로, 그리고 흰죽지까지 확인됐습니다.

국제보호종 가창오리는 대표적인 겨울철새입니다.

30-70만마리로 추정되는데,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납니다.

가창오리는 통상 천수만 등을 거쳐 이곳 해남으로 내려옵니다. 그러나 올해는 곧바로 이곳으로 내려온 것으로 보입니다.

서해안 먹잇감이 갈수록 줄고, 도로개설과 개발이 잇따라 월동지 주변 환경이 나빠진 때문으로 보입니다.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 가창오리들의 마지막 비상이 시작됐습니다.

철새 서식지 파괴가 계속된다면 언젠간 이런 군무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KBS 뉴스 나신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