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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보도’ 언론의 성적표는?
입력 2012.12.22 (08:45) 수정 2012.12.22 (17:55) 미디어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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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당내 경선과 야권후보 단일화 등 반년가까이 숨 가쁘게 진행돼 온 대선 정국도 이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여야의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언론들의 보도도 그에 못지않게 뜨거웠는데요.

하지만 올해 대선 보도는 그 열기에 비해 양적, 질적 측면 모두 미흡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성주 기자와 함께 올해 대선 보도의 전반적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질문> 김 기자, 미디어 비평이 그동안 대선보도의 세부적 문제점들을 연속 기획 형식으로 짚어왔는데요. 대선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올해 대선보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어떻게 내려야 할까요?

<답변>

네, 올해 대선보도는 전반적으로 볼때 양적, 질적 측면에서 모두 미흡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보도량이 지난 17대 대선 때보다 크게 줄어서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했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단순 사실 전달이나 갈등공방에 집중하는 보도 관행을 벗어나지 못해서 정책중심의 선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리포트>

숨 가쁘게 달려온 대선 정국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습니다.

치열했던 당내 경선에 이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과 단일화 협상 등으로 올해 대선은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안 후보의 사퇴로 본격적인 양자 대결 구도가 확립됐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에 오차 범위 내 접전이 이어지면서 대선투표일 직전까지도 결과를 예상하기 힘든 안개국면이 이어졌습니다.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복잡했던 18대 대선, 유권자들은 대선 관련 정보에 목말랐지만 언론 보도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한국 방송학회가 10월 중순부터 50일 동안 지상파 3사와 YTN의 메인 뉴스를 분석한 결과 대선관련 보도는 6백여 건으로 방송사당 하루 평균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07년 대선 보도량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신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한국 언론학회의 조사결과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5개 일간지의 대선 보도는 천4백여 건으로 17대 대선 때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인터뷰> 최영재(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 : "보도량에서 너무나 적게 보도함으로써 그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후보는 어떤 사람인지 정책 공약은 어떤 것들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실수를 했다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고요."

양적 빈곤도 문제지만 보도 내용은 더 우려할만한 수준입니다.

지상파 3사와 YTN의 대선뉴스 유형은 단순 사실 전달이 66.4%, 후보 간의 갈등 공방이 24.1%로 전체 보도의 90%를 넘었고.

5개 일간지는 경향과 동아를 제외하고 단순 사실 보도가 절반에 육박한 반면 후보자의 정책이나 도덕성 등을 체계적으로 검증 분석하기 위한 기획· 연재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언론보도가 후보자들의 동정이나 정치적 이벤트에 집중했고 정책보도도 각 당의 입을 빌려 단순 보도하는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보도 관행은 산적한 국내외 현안에 대해 각 후보자들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는지 체계적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정책중심의 선거를 만드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유민지(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모니터 담당자) : "후보자들의 동향을 쫓거나 후보자들의 발언을 소개하거나 아니면 어떤 정책 이슈에 대해서나 아니면 사안에 대해서 이 사안이 제대로 됐는지 검증하기 보다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입장 서로의 공방으로만 다루니까 시청자들이 과연 이것이 어디가 사실인지 어디가 거짓인지 아니면 어떤 것 기준으로 판단해야되는지 자체를 놓쳐버리는 그런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 언론이 정치권에 대고는 정책 중심의 선거를 하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언론 스스로는 정책 선거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긴데, 언론들이 조사결과가 들쭉날쭉한 여론조사를 남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겠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엎치락뒤치락 뒤바뀌는 대선판도에서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에게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여론조사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남발하면서 부작용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부터 시작된 여론조사는 13대, 14대의 당선자 예측 결과가 맞아 떨어지면서 민심을 읽는 유용한 수단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각 언론사들은 여론조사를 통한 판세 분석과 관련 기사 작성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올해 대선도 마찬가지로 하루가 멀다 하고 각 언론사들의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조사결과는 기사로 대서특필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여론 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하면서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연 여론조사는 얼마만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미디어비평의 의뢰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지난 8월 초부터 대선 직전까지 각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160여 개를 분석해봤습니다.

전체 여론조사를 한꺼번에 그래프를 대입하고 비교해보니 넉 달 동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쉴 새 없이 요동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마다 조사 결과가 너무 달라서 여론조사를 종합해서는 지지율의 추세를 확인하기가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제각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낮은 응답률을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습니다.

유선전화를 주로 사용하던 8,90년대와 달리 2천 년대 들어 휴대전화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유무선 전화 조사를 병행해 나이, 지역, 성별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연령이나 지역의 응답률이 현저히 낮은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이 경우 응답률이 낮은 데이터는 신뢰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실시되고 있는 여론조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심지어 상당수 여론조사는 아예 응답률을 표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디어 비평팀이 대선 직전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160여 개를 조사한 결과 응답률을 표기한 경우는 43개로 전체의 26%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이준웅(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20대 30대 응답률이 낮다든지. 50대 60대 응답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든지 나온다든지. 즉 그 응답자의 연령에 따라서 응답률 역시 달라질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그 응답자의 연령에 따라서 지지 후보의 분포도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으니까. 특정 후보 쪽으로 편파적인 그런 응답의 경향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사정이 이런데도 언론들은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여론조사를 남발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자극적 문구를 사용한 경마식 대선 보도를 양산해서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질문 > 사실 언론의 경마식 여론조사 보도나 단순 사실 전달 보도, 공방보도 이런 것들은 그동안 언론계 내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들 아닌가요? 그런데도 이런 보도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답변>

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언론이 대선을 승패에만 초점을 맞춘 일종의 게임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됩니다.

또 이 과정에서 대선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 이른바 정파성의 관행도 떨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리포트>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언론의 큰 관심 가운데 하나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였습니다.

안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이후 꾸준히 제기되 온 야권 단일화는 지난달 5일 안 후보가 전남대 강연에서 문 후보에게 처음으로 단일화 제안을 한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언론들은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이후 단일화 일시 중단과 재개 등의 우여곡절을 거치고 급기야 지난달 23일 안철수 후보의 사퇴에 이르기까지 야권 단일화에는 보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언론은 쫒아가기 식 보도에 매몰됐습니다.

미디어 비평이 지난달 5일부터 23일까지 지상파 3사와 5개 일간지의 대선보도를 분석한 결과 단일화 관련 보도는 무려 810건으로 전체 보도의 38%를 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책이나 후보자 검증 등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이른바 ‘단일화 블랙홀’ 현상까지 벌어졌지만.

언론들은 이를 비판하면서도 안 후보가 사퇴할 때까지 단일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녹취> 경향 11월 22일 31면 오피니언 : "두 후보 진영의 협상 올인은 단일화 피로도를 높이고 갖가지 대선 의제마저 잠식하는 블랙홀 현상도 낳았다...(중략)...그 피해는 정책이나 비전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한 유권자들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행태가 언론이 대선을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짖는 게임으로 인식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지적합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대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정치권처럼 언론이 선거 국면에서의 유불리만 따지다 보니 우리 선거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획보도나 심층보도보다는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이벤트에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유권자 또한 어느 후보가 당선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어느 후보가 어떤 정책을 실시하고 그러한 정책들이 국민에게 국가에게 필요한 것인가 그런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여론조사 보도나 선거 보도를 살펴보면 유권자의 관점은 철저히 배재된 채 언론인 즉 기자들의 관점만 부각된 게 아닌가 그런 비판적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오랜 세월 진보와 보수로 양분돼 선거 결과에 일희일비해온 우리 언론과 사회의 지나친 정파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강병한(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 "플레이어로서 욕구 그리고 선거에 어떤 영향을 주고자 하는 과거의 관성적인 문화 여기로부터 많이 개선은 됐지만 아직도 자유롭지는 않은 거 같아요. 끊임없이 대선 보도에서도 언론 기관들이 제3자로 떨어져서 이걸 관찰하고 비판하고 분석하고 이런 거 플러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플레이어로서 개입하고자 하는 결과적으로 의도성이 그런 게 있다 보니까."

<질문> 김 기자, 앞으로 더 성숙한 선거 문화, 정치권과 유권자 모두에게 책임을 다하는 선거 보도가 되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점이 많겠죠? 어떤 대안적 방향들이 있을까요?

<답변>

네, 미디어 비평팀도 대선관련 보도 분석을 하면서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대선보도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지금까지의 보도관행을 벗어나 유권자 중심의 보도로 시급히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리포트>

한국 언론학회는 최근 이번 대선 보도 가운데 각 언론사별로 좋은 기사들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한겨레의 '유권자와 함께하는 눈높이 정책검증’ 보도는 후보들이 제안한 정치개혁 공약을 기자나 전문가가 아니라 유권자들로 하여금 직접 평가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중앙일보가 연속 보도한 유권자가 묻고 후보가 답한다는 정치와 안보, 경제와 교육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일반 유권자와 전문가가 후보들에게 질문한 사항에 대한 답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평가해 좋은 기사로 선정됐습니다.

또 경향신문이 연속보도한 노동 없는 대선 시리즈도 대선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의제설정기능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등 많은 기사들이 좋은 대선 보도로 선정됐습니다.

하나같이 각 후보들의 정책을 유권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심층 분석했거나 후보들이 놓치고 있는 정책공약을 제시한 보도들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유권자의 입장에서 각 정당이 내놓은 정책과 공약을 평가분석하고 유권자들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유권자 중심의 보도야말로 언론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가기 위해선 언론이 이런 보도를 통해 유권자와 정치권 간의 소통의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 언론들은 정치권의 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공방보도에만 집중해 오히려 정치혐오만 키워 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실제 우리 일상생활은 너무나 바쁘잖아요.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물어볼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을 언론이 사실 유권자 대신해서 후보에게 정책이나 이슈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서 후보 간의 차이점을 비교해 줘서 유권자에게 제시해 줌으로써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그런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하는데 지금은 언론은 그런 책임은 다하고 있지 않다 그렇게 정리할 수가 있겠습니다."

올해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5.8%로 최근 15년 동안 가장 높았습니다.

그만큼 정치개혁과 사회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높다는 얘기일 겁니다.

정치권을 향해선 항상 민생을 외면한다 잇속만 챙긴다고 비판해 온 우리 언론들.

하지만 언론 자신도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보다는 정치권의 장단에 맞춰 함께 춤을 춰 온 것은 아닐지 자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대선 보도’ 언론의 성적표는?
    • 입력 2012-12-22 08:45:34
    • 수정2012-12-22 17:55:21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당내 경선과 야권후보 단일화 등 반년가까이 숨 가쁘게 진행돼 온 대선 정국도 이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여야의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언론들의 보도도 그에 못지않게 뜨거웠는데요.

하지만 올해 대선 보도는 그 열기에 비해 양적, 질적 측면 모두 미흡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성주 기자와 함께 올해 대선 보도의 전반적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질문> 김 기자, 미디어 비평이 그동안 대선보도의 세부적 문제점들을 연속 기획 형식으로 짚어왔는데요. 대선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올해 대선보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어떻게 내려야 할까요?

<답변>

네, 올해 대선보도는 전반적으로 볼때 양적, 질적 측면에서 모두 미흡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보도량이 지난 17대 대선 때보다 크게 줄어서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했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단순 사실 전달이나 갈등공방에 집중하는 보도 관행을 벗어나지 못해서 정책중심의 선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리포트>

숨 가쁘게 달려온 대선 정국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습니다.

치열했던 당내 경선에 이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과 단일화 협상 등으로 올해 대선은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안 후보의 사퇴로 본격적인 양자 대결 구도가 확립됐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에 오차 범위 내 접전이 이어지면서 대선투표일 직전까지도 결과를 예상하기 힘든 안개국면이 이어졌습니다.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복잡했던 18대 대선, 유권자들은 대선 관련 정보에 목말랐지만 언론 보도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한국 방송학회가 10월 중순부터 50일 동안 지상파 3사와 YTN의 메인 뉴스를 분석한 결과 대선관련 보도는 6백여 건으로 방송사당 하루 평균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07년 대선 보도량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신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한국 언론학회의 조사결과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5개 일간지의 대선 보도는 천4백여 건으로 17대 대선 때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인터뷰> 최영재(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 : "보도량에서 너무나 적게 보도함으로써 그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후보는 어떤 사람인지 정책 공약은 어떤 것들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실수를 했다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고요."

양적 빈곤도 문제지만 보도 내용은 더 우려할만한 수준입니다.

지상파 3사와 YTN의 대선뉴스 유형은 단순 사실 전달이 66.4%, 후보 간의 갈등 공방이 24.1%로 전체 보도의 90%를 넘었고.

5개 일간지는 경향과 동아를 제외하고 단순 사실 보도가 절반에 육박한 반면 후보자의 정책이나 도덕성 등을 체계적으로 검증 분석하기 위한 기획· 연재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언론보도가 후보자들의 동정이나 정치적 이벤트에 집중했고 정책보도도 각 당의 입을 빌려 단순 보도하는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보도 관행은 산적한 국내외 현안에 대해 각 후보자들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는지 체계적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정책중심의 선거를 만드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유민지(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모니터 담당자) : "후보자들의 동향을 쫓거나 후보자들의 발언을 소개하거나 아니면 어떤 정책 이슈에 대해서나 아니면 사안에 대해서 이 사안이 제대로 됐는지 검증하기 보다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입장 서로의 공방으로만 다루니까 시청자들이 과연 이것이 어디가 사실인지 어디가 거짓인지 아니면 어떤 것 기준으로 판단해야되는지 자체를 놓쳐버리는 그런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 언론이 정치권에 대고는 정책 중심의 선거를 하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언론 스스로는 정책 선거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긴데, 언론들이 조사결과가 들쭉날쭉한 여론조사를 남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겠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엎치락뒤치락 뒤바뀌는 대선판도에서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에게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여론조사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남발하면서 부작용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부터 시작된 여론조사는 13대, 14대의 당선자 예측 결과가 맞아 떨어지면서 민심을 읽는 유용한 수단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각 언론사들은 여론조사를 통한 판세 분석과 관련 기사 작성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올해 대선도 마찬가지로 하루가 멀다 하고 각 언론사들의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조사결과는 기사로 대서특필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여론 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하면서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연 여론조사는 얼마만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미디어비평의 의뢰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지난 8월 초부터 대선 직전까지 각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160여 개를 분석해봤습니다.

전체 여론조사를 한꺼번에 그래프를 대입하고 비교해보니 넉 달 동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쉴 새 없이 요동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마다 조사 결과가 너무 달라서 여론조사를 종합해서는 지지율의 추세를 확인하기가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제각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낮은 응답률을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습니다.

유선전화를 주로 사용하던 8,90년대와 달리 2천 년대 들어 휴대전화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유무선 전화 조사를 병행해 나이, 지역, 성별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연령이나 지역의 응답률이 현저히 낮은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이 경우 응답률이 낮은 데이터는 신뢰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실시되고 있는 여론조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심지어 상당수 여론조사는 아예 응답률을 표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디어 비평팀이 대선 직전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160여 개를 조사한 결과 응답률을 표기한 경우는 43개로 전체의 26%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이준웅(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20대 30대 응답률이 낮다든지. 50대 60대 응답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든지 나온다든지. 즉 그 응답자의 연령에 따라서 응답률 역시 달라질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그 응답자의 연령에 따라서 지지 후보의 분포도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으니까. 특정 후보 쪽으로 편파적인 그런 응답의 경향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사정이 이런데도 언론들은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여론조사를 남발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자극적 문구를 사용한 경마식 대선 보도를 양산해서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입니다.

<질문 > 사실 언론의 경마식 여론조사 보도나 단순 사실 전달 보도, 공방보도 이런 것들은 그동안 언론계 내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들 아닌가요? 그런데도 이런 보도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답변>

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언론이 대선을 승패에만 초점을 맞춘 일종의 게임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됩니다.

또 이 과정에서 대선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 이른바 정파성의 관행도 떨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리포트>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언론의 큰 관심 가운데 하나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였습니다.

안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이후 꾸준히 제기되 온 야권 단일화는 지난달 5일 안 후보가 전남대 강연에서 문 후보에게 처음으로 단일화 제안을 한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언론들은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이후 단일화 일시 중단과 재개 등의 우여곡절을 거치고 급기야 지난달 23일 안철수 후보의 사퇴에 이르기까지 야권 단일화에는 보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언론은 쫒아가기 식 보도에 매몰됐습니다.

미디어 비평이 지난달 5일부터 23일까지 지상파 3사와 5개 일간지의 대선보도를 분석한 결과 단일화 관련 보도는 무려 810건으로 전체 보도의 38%를 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책이나 후보자 검증 등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이른바 ‘단일화 블랙홀’ 현상까지 벌어졌지만.

언론들은 이를 비판하면서도 안 후보가 사퇴할 때까지 단일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녹취> 경향 11월 22일 31면 오피니언 : "두 후보 진영의 협상 올인은 단일화 피로도를 높이고 갖가지 대선 의제마저 잠식하는 블랙홀 현상도 낳았다...(중략)...그 피해는 정책이나 비전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한 유권자들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행태가 언론이 대선을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짖는 게임으로 인식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지적합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대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정치권처럼 언론이 선거 국면에서의 유불리만 따지다 보니 우리 선거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획보도나 심층보도보다는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이벤트에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유권자 또한 어느 후보가 당선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어느 후보가 어떤 정책을 실시하고 그러한 정책들이 국민에게 국가에게 필요한 것인가 그런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여론조사 보도나 선거 보도를 살펴보면 유권자의 관점은 철저히 배재된 채 언론인 즉 기자들의 관점만 부각된 게 아닌가 그런 비판적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오랜 세월 진보와 보수로 양분돼 선거 결과에 일희일비해온 우리 언론과 사회의 지나친 정파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강병한(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 "플레이어로서 욕구 그리고 선거에 어떤 영향을 주고자 하는 과거의 관성적인 문화 여기로부터 많이 개선은 됐지만 아직도 자유롭지는 않은 거 같아요. 끊임없이 대선 보도에서도 언론 기관들이 제3자로 떨어져서 이걸 관찰하고 비판하고 분석하고 이런 거 플러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플레이어로서 개입하고자 하는 결과적으로 의도성이 그런 게 있다 보니까."

<질문> 김 기자, 앞으로 더 성숙한 선거 문화, 정치권과 유권자 모두에게 책임을 다하는 선거 보도가 되기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점이 많겠죠? 어떤 대안적 방향들이 있을까요?

<답변>

네, 미디어 비평팀도 대선관련 보도 분석을 하면서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대선보도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지금까지의 보도관행을 벗어나 유권자 중심의 보도로 시급히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리포트>

한국 언론학회는 최근 이번 대선 보도 가운데 각 언론사별로 좋은 기사들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한겨레의 '유권자와 함께하는 눈높이 정책검증’ 보도는 후보들이 제안한 정치개혁 공약을 기자나 전문가가 아니라 유권자들로 하여금 직접 평가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중앙일보가 연속 보도한 유권자가 묻고 후보가 답한다는 정치와 안보, 경제와 교육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일반 유권자와 전문가가 후보들에게 질문한 사항에 대한 답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평가해 좋은 기사로 선정됐습니다.

또 경향신문이 연속보도한 노동 없는 대선 시리즈도 대선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의제설정기능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등 많은 기사들이 좋은 대선 보도로 선정됐습니다.

하나같이 각 후보들의 정책을 유권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심층 분석했거나 후보들이 놓치고 있는 정책공약을 제시한 보도들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유권자의 입장에서 각 정당이 내놓은 정책과 공약을 평가분석하고 유권자들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유권자 중심의 보도야말로 언론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가기 위해선 언론이 이런 보도를 통해 유권자와 정치권 간의 소통의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 언론들은 정치권의 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공방보도에만 집중해 오히려 정치혐오만 키워 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실제 우리 일상생활은 너무나 바쁘잖아요.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물어볼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을 언론이 사실 유권자 대신해서 후보에게 정책이나 이슈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서 후보 간의 차이점을 비교해 줘서 유권자에게 제시해 줌으로써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그런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하는데 지금은 언론은 그런 책임은 다하고 있지 않다 그렇게 정리할 수가 있겠습니다."

올해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5.8%로 최근 15년 동안 가장 높았습니다.

그만큼 정치개혁과 사회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높다는 얘기일 겁니다.

정치권을 향해선 항상 민생을 외면한다 잇속만 챙긴다고 비판해 온 우리 언론들.

하지만 언론 자신도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보다는 정치권의 장단에 맞춰 함께 춤을 춰 온 것은 아닐지 자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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