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얼마나 중요한 역인지 아니까 뿌듯”

입력 2012.12.26 (13:53) 수정 2012.12.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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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대작 '클라우드 아틀라스'서 주연 '손미' 역

"사실 내숭 떨고 싶은데요.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에요. 큰 영화에 큰 배우들, 큰 감독들과 해서 기쁜 게 아니고 '손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부분인지 아니까 그게 되게 뿌듯해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 배두나는 요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26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게다가 그걸 그냥 얻어냈다기보다는 내가 기회를 잡았고 그런 면에서는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영화 촬영을 "이렇게 운이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생일대의 좋은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1억2천만 달러(한화 약 1천3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할리우드 대작이다.

'매트릭스'로 유명한 라나·앤디 워쇼스키 남매와 독일 출신 톰 티크베어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감독들과 주연배우 짐 스터게스는 얼마 전 방한해 배두나와 함께 영화를 한국 관객에게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배두나는 6개 이야기로 짜인 이 영화에서 2144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의 주연을 맡았다.

인류 문명이 종말을 향해 흘러가는 시기 무분별하게 만든 클론(복제인간) 중 하나인 '손미' 역할이다.

잘못된 체제를 인지하고 혁명을 시도하는 선각자로서 영화의 주제의식이 모두 손미의 입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핵심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요한 역할을 감독들은 캐스팅 디렉터에게 맡기지 않고 한국배우 배두나를 콕 집어 오디션을 보게 했다.

"워쇼스키 감독님이 한국 영화계 계신 분들에게 저를 수소문해 개인 연락처로 연락하셨어요. 이후 화상 미팅을 하고 오디션 테이프를 보냈더니 현지로 스크린 테스트를 보러 오라고 비행기 티켓을 보내주셨죠. 그때는 매니저도 없을 때여서 그 일련의 과정을 다 저 혼자서 해냈는데, 혼자서 했다는 게 뿌듯하기도 해요."

오디션을 봤을 때 배두나는 감독들의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들도 표현을 되게 쑥스러워하고 칭찬을 할 때도 '어메이징(amazing)'이라고 하진 않아요. 그저 진심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죠. 사실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땐 아무 반응이 없어서 '아, 되게 좋은 경험했구나' 생각했어요. 13년 만에 처음 오디션 본다고 하면서. 그래도 호감이었던 건 제가 아무리 영어가 잘 안 되고 그래도 '한 번 빨리 말해볼래?' 하면서 지도를 해주셨고 그렇게 맞춰가는 걸 보면서 그들이 나의 마음을 읽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러고 나서 바로 확정됐는데, 나중에 들으니 이 영화의 캐스팅 디렉터가 저를 캐스팅한 감독들에게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물었다더라고요. 그때 앤디(워쇼스키)가 그랬대요. '쉬 이즈 프롬 어나더 플래닛(She is from another planet)'이라고. 그 얘기가 되게 감동적이고 신기했어요. 저에게 뭔가 다른 부분을 느끼고 선택해준 거죠."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언어 문제다. 미국 영어도 한국 토종 배우가 하기엔 어려운데, 감독들은 그에게 영국식 영어 발음을 원했다.

"출연이 확정되고 나서 현지 다이얼로그 코치랑 공부했어요. 당시 한국에서 '코리아'를 찍을 때였는데 밤마다 한 시간씩 스카이프로 통화하며 배웠어요. 또 한국에 있는 음성학 교수님을 섭외해서 공부했죠. 혀 근육 자체가 다르게 발달하니까 어떻게 소리나는지 배워야 할 것 같아서요. 브리티시(영국) 액센트가 되게 어렵더라고요. 특히 모음은 혀와 구강을 많이 사용하고요. 제가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내 혀가 안 움직여'라는 거였어요.(웃음) 피곤하거나 추우면 더 발음이 안 됐고요. 밤마다 연습하고 현장에서도 한국말을 안 쓰려고 노력했고요. 네이티브도 아닌데다 손미가 중요한 얘기를 다 뱉어내니까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잘 들리도록 전달할까 고민을 많이 했죠."

이렇게 공부하고 연습한 덕에 영어가 많이 늘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영어도 배우다니 1석3조라고 생각했죠. '공기인형' 찍으면서 일본어를 할 수 있게 됐고 이번에 이렇게 영어도 많이 늘었다는 게 참 좋아요."

언어 문제와 함께 외로움과도 싸워야 했다.

"혼자라는 것이 힘들었죠. 남들은 다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나만큼 힘들진 않을 텐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놓치니까요. 제가 한국에서는 경험자이고 이 바닥에서 십몇 년간 일했으니까 거기서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어요. 그래도 기분 좋았던 건 챙김을 많이 받았다는 거예요. 여기선 제가 현장에서 스태프나 다른 배우들을 많이 챙겨야 하는데 거기선 많이 이쁨 받고 보살핌을 받았죠. 제가 좀 어려보이니까 다들 예뻐해주더라고요.(웃음)"

상대역 남자배우인 짐 스터게스와 사이가 좋았던 것도 촬영에 힘이 많이 됐다고 했다.

"특히 저를 많이 챙겨줬죠. 짐이랑 워낙 친해져서 툭탁툭탁하면서 7살짜리 꼬맹이들처럼 놀았어요."

현장에서 그는 아시아 배우라고 해서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스태프는 그가 당연히 하는 일들에 놀라며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했다.

"현장에서 스태프한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은 기술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에 놀라더라고요. 그런 면에선 한국 배우들이 잘 훈련이 돼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가 특별히 그런 것도 아니고 한국에선 다들 그렇게 하는데."

그는 개인적인 성취와 함께 한국영화의 힘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저 개인적으론 우리나라와 다른 현장도 경험해보고 좀 더 강해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 얼마나 훌륭한 배우가 많아요. 내가 운이 좋았다 뿐이죠. 우리 영화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외국 사람들이 한국영화를 정말 많이 보더라고요. 영국에서 한 옷가게 점원도 저를 알아보면서 '괴물'을 봤다고 할 정도니까요. 저에게 그런 기회가 오는 것 자체가 우리 문화가 많이 나가 있다는 얘기고 이제는 이게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아요. 한국 감독님들도 외국에서 워낙 인기가 많고요.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한국영화가 될지, 할리우드 영화가 될지 물었다.

"한국영화 하나 미국영화 하나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데, 지금은 절실하게 한국영화를 하고 싶어요. 또 외국영화를 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고요."

할리우드에서 또 제안이 들어왔다면, 기회가 있을 때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한국 영화배우이고 한국영화를 찍었을 때 제 매력을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저 스스로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걸 느꼈어요. 원래 시나리오 고르는 게 까다로운 편이고 완전히 꽂히지 않으면 잘 못하는 스타일이어서 아직은 못 고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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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2-26 13:53:12
    • 수정2012-12-26 16:21:46
    연합뉴스
할리우드 대작 '클라우드 아틀라스'서 주연 '손미' 역

"사실 내숭 떨고 싶은데요.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에요. 큰 영화에 큰 배우들, 큰 감독들과 해서 기쁜 게 아니고 '손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부분인지 아니까 그게 되게 뿌듯해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 배두나는 요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26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게다가 그걸 그냥 얻어냈다기보다는 내가 기회를 잡았고 그런 면에서는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영화 촬영을 "이렇게 운이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생일대의 좋은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1억2천만 달러(한화 약 1천3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할리우드 대작이다.

'매트릭스'로 유명한 라나·앤디 워쇼스키 남매와 독일 출신 톰 티크베어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감독들과 주연배우 짐 스터게스는 얼마 전 방한해 배두나와 함께 영화를 한국 관객에게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배두나는 6개 이야기로 짜인 이 영화에서 2144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의 주연을 맡았다.

인류 문명이 종말을 향해 흘러가는 시기 무분별하게 만든 클론(복제인간) 중 하나인 '손미' 역할이다.

잘못된 체제를 인지하고 혁명을 시도하는 선각자로서 영화의 주제의식이 모두 손미의 입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핵심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요한 역할을 감독들은 캐스팅 디렉터에게 맡기지 않고 한국배우 배두나를 콕 집어 오디션을 보게 했다.

"워쇼스키 감독님이 한국 영화계 계신 분들에게 저를 수소문해 개인 연락처로 연락하셨어요. 이후 화상 미팅을 하고 오디션 테이프를 보냈더니 현지로 스크린 테스트를 보러 오라고 비행기 티켓을 보내주셨죠. 그때는 매니저도 없을 때여서 그 일련의 과정을 다 저 혼자서 해냈는데, 혼자서 했다는 게 뿌듯하기도 해요."

오디션을 봤을 때 배두나는 감독들의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들도 표현을 되게 쑥스러워하고 칭찬을 할 때도 '어메이징(amazing)'이라고 하진 않아요. 그저 진심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죠. 사실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땐 아무 반응이 없어서 '아, 되게 좋은 경험했구나' 생각했어요. 13년 만에 처음 오디션 본다고 하면서. 그래도 호감이었던 건 제가 아무리 영어가 잘 안 되고 그래도 '한 번 빨리 말해볼래?' 하면서 지도를 해주셨고 그렇게 맞춰가는 걸 보면서 그들이 나의 마음을 읽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러고 나서 바로 확정됐는데, 나중에 들으니 이 영화의 캐스팅 디렉터가 저를 캐스팅한 감독들에게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물었다더라고요. 그때 앤디(워쇼스키)가 그랬대요. '쉬 이즈 프롬 어나더 플래닛(She is from another planet)'이라고. 그 얘기가 되게 감동적이고 신기했어요. 저에게 뭔가 다른 부분을 느끼고 선택해준 거죠."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언어 문제다. 미국 영어도 한국 토종 배우가 하기엔 어려운데, 감독들은 그에게 영국식 영어 발음을 원했다.

"출연이 확정되고 나서 현지 다이얼로그 코치랑 공부했어요. 당시 한국에서 '코리아'를 찍을 때였는데 밤마다 한 시간씩 스카이프로 통화하며 배웠어요. 또 한국에 있는 음성학 교수님을 섭외해서 공부했죠. 혀 근육 자체가 다르게 발달하니까 어떻게 소리나는지 배워야 할 것 같아서요. 브리티시(영국) 액센트가 되게 어렵더라고요. 특히 모음은 혀와 구강을 많이 사용하고요. 제가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내 혀가 안 움직여'라는 거였어요.(웃음) 피곤하거나 추우면 더 발음이 안 됐고요. 밤마다 연습하고 현장에서도 한국말을 안 쓰려고 노력했고요. 네이티브도 아닌데다 손미가 중요한 얘기를 다 뱉어내니까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잘 들리도록 전달할까 고민을 많이 했죠."

이렇게 공부하고 연습한 덕에 영어가 많이 늘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영어도 배우다니 1석3조라고 생각했죠. '공기인형' 찍으면서 일본어를 할 수 있게 됐고 이번에 이렇게 영어도 많이 늘었다는 게 참 좋아요."

언어 문제와 함께 외로움과도 싸워야 했다.

"혼자라는 것이 힘들었죠. 남들은 다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나만큼 힘들진 않을 텐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놓치니까요. 제가 한국에서는 경험자이고 이 바닥에서 십몇 년간 일했으니까 거기서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어요. 그래도 기분 좋았던 건 챙김을 많이 받았다는 거예요. 여기선 제가 현장에서 스태프나 다른 배우들을 많이 챙겨야 하는데 거기선 많이 이쁨 받고 보살핌을 받았죠. 제가 좀 어려보이니까 다들 예뻐해주더라고요.(웃음)"

상대역 남자배우인 짐 스터게스와 사이가 좋았던 것도 촬영에 힘이 많이 됐다고 했다.

"특히 저를 많이 챙겨줬죠. 짐이랑 워낙 친해져서 툭탁툭탁하면서 7살짜리 꼬맹이들처럼 놀았어요."

현장에서 그는 아시아 배우라고 해서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스태프는 그가 당연히 하는 일들에 놀라며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했다.

"현장에서 스태프한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은 기술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에 놀라더라고요. 그런 면에선 한국 배우들이 잘 훈련이 돼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가 특별히 그런 것도 아니고 한국에선 다들 그렇게 하는데."

그는 개인적인 성취와 함께 한국영화의 힘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저 개인적으론 우리나라와 다른 현장도 경험해보고 좀 더 강해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 얼마나 훌륭한 배우가 많아요. 내가 운이 좋았다 뿐이죠. 우리 영화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외국 사람들이 한국영화를 정말 많이 보더라고요. 영국에서 한 옷가게 점원도 저를 알아보면서 '괴물'을 봤다고 할 정도니까요. 저에게 그런 기회가 오는 것 자체가 우리 문화가 많이 나가 있다는 얘기고 이제는 이게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아요. 한국 감독님들도 외국에서 워낙 인기가 많고요.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한국영화가 될지, 할리우드 영화가 될지 물었다.

"한국영화 하나 미국영화 하나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데, 지금은 절실하게 한국영화를 하고 싶어요. 또 외국영화를 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고요."

할리우드에서 또 제안이 들어왔다면, 기회가 있을 때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한국 영화배우이고 한국영화를 찍었을 때 제 매력을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저 스스로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걸 느꼈어요. 원래 시나리오 고르는 게 까다로운 편이고 완전히 꽂히지 않으면 잘 못하는 스타일이어서 아직은 못 고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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