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절벽 코앞 간 美정치권 협상 ‘막전막후’

입력 2013.01.02 (09:00) 수정 2013.01.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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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이 '재정 절벽(fiscal cliff)' 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는 게 쉬울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내에서도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티파티(tea party)의 '벌떼 지원'을 등에 업은 강경파가 대거 당선돼 하원을 장악한 뒤로 의회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사사건건 대립했다.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법,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두고 옥신각신했으며 지난해 국가 부채 한도를 높이는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떨어지기 직전에 상향조정하기는 했으나 사상 초유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면치 못했다.

공화당 상·하원의원은 대부분 '슈퍼 로비스트'인 그로버 노퀴스트가 만든 세금 반대 서약에 서명했다.

1985년 '세금 개혁을 위한 미국인'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이끄는 노퀴스트는 세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납세자 보호 서약'을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받아내고 오바마의 부자 증세 정책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재정 절벽 협상도 데드라인(지난해 12월 31일 자정)을 넘김으로써 미국 경제를 리세션(경기후퇴) 국면으로 다시 한 번 몰아넣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오랜만에 '정치력'을 발휘했다.

백악관과 행정부, 민주·공화당 지도부는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선수의 교체를 거듭하는 마라톤협상을 벌여 마침내 재정 절벽에 굴러 떨어질 시간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합의에 성공했다.

공화당이 다수 의석인 하원에 공이 넘어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해 오바마가 법안에 서명하고 세금 인상 및 연방 정부 예산 삭감 계획을 데드라인 시점으로 되돌리는 일만 남았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가장 큰 고비는 지난해 12월 28~30일이었다.

애초 오바마의 협상 파트너였던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을 상대로 한 '부자 증세안'을 담은 이른바 '플랜B'를 밀어붙이다 무산돼 뒷전으로 물러났고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이 협상 전면에 나섰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28일 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던진 안은 75만달러 이상 소득계층에 대한 세금 인상이 고작이었다.

장기 실업수당 연장 지급도 없었고 근로장려 세액공제(EITC) 등 저소득층을 위한 세제 감면 혜택도 포함하지 않았다.

30일까지 몇 차례 공방이 오가고 나서 이번엔 오바마 진영의 선수가 교체됐다.

리드가 빠져나오고 조 바이든 부통령이 대신 들어갔다.

매코널이 새로운 '춤 상대'가 필요하다고 한데 따른 것이다.

20여년을 상원에서 함께 보내면서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바이든과 매코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취해진 '부시 감세안'을 두 차례 연장하고 지난해 국가 채무 한도를 상향조정할 때 협상 당사자로 핵심 역할을 했다.

30일 매코널이 부자 증세 기준을 55만달러로 낮추고 상속세를 올리는 안을 내놨지만, 연방 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즉 시퀘스터(sequester)를 연기하는 문제로 협상은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이날 밤 8시 오바마와 선임 보좌진은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 모여 매코널에게 최후 통첩할 대안을 논의했다.

최소한 부자 증세 기준을 40만달러 내지 45만달러로 하고 장기 실업수당 지급 및 시퀘스터 발동 시기를 1년간 연장해야 한다는 게 오바마의 의중이었다.

이를 놓고 바이든과 매코널은 31일 새벽 0시45분 마지막 통화를 할 때까지 협상을 계속했다.

오바마와 바이든은 그 직후인 새벽 2시 집무실에서 만났고 상원 민주당의 법안 초안 작성 작업이 시작됐다.

바이든과 매코널은 아침 6시45분 다시 얘기해 대부분 사항에 합의했고 2012년 마지막 날의 나머지 시간은 교착 상태에 빠진 시퀘스터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31일 밤 9시 바이든과 매코널은 전화로 시퀘스터를 2개월 늦추기로 최종 합의를 이뤘다.

오바마는 리드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차례로 전화해 최종적으로 지지를 받았고 합의안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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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절벽 코앞 간 美정치권 협상 ‘막전막후’
    • 입력 2013-01-02 09:00:26
    • 수정2013-01-02 09:10:16
    연합뉴스
미국 정치권이 '재정 절벽(fiscal cliff)' 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는 게 쉬울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내에서도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티파티(tea party)의 '벌떼 지원'을 등에 업은 강경파가 대거 당선돼 하원을 장악한 뒤로 의회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사사건건 대립했다.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법,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두고 옥신각신했으며 지난해 국가 부채 한도를 높이는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떨어지기 직전에 상향조정하기는 했으나 사상 초유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면치 못했다. 공화당 상·하원의원은 대부분 '슈퍼 로비스트'인 그로버 노퀴스트가 만든 세금 반대 서약에 서명했다. 1985년 '세금 개혁을 위한 미국인'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이끄는 노퀴스트는 세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납세자 보호 서약'을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받아내고 오바마의 부자 증세 정책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재정 절벽 협상도 데드라인(지난해 12월 31일 자정)을 넘김으로써 미국 경제를 리세션(경기후퇴) 국면으로 다시 한 번 몰아넣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오랜만에 '정치력'을 발휘했다. 백악관과 행정부, 민주·공화당 지도부는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선수의 교체를 거듭하는 마라톤협상을 벌여 마침내 재정 절벽에 굴러 떨어질 시간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합의에 성공했다. 공화당이 다수 의석인 하원에 공이 넘어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해 오바마가 법안에 서명하고 세금 인상 및 연방 정부 예산 삭감 계획을 데드라인 시점으로 되돌리는 일만 남았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가장 큰 고비는 지난해 12월 28~30일이었다. 애초 오바마의 협상 파트너였던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을 상대로 한 '부자 증세안'을 담은 이른바 '플랜B'를 밀어붙이다 무산돼 뒷전으로 물러났고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이 협상 전면에 나섰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28일 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던진 안은 75만달러 이상 소득계층에 대한 세금 인상이 고작이었다. 장기 실업수당 연장 지급도 없었고 근로장려 세액공제(EITC) 등 저소득층을 위한 세제 감면 혜택도 포함하지 않았다. 30일까지 몇 차례 공방이 오가고 나서 이번엔 오바마 진영의 선수가 교체됐다. 리드가 빠져나오고 조 바이든 부통령이 대신 들어갔다. 매코널이 새로운 '춤 상대'가 필요하다고 한데 따른 것이다. 20여년을 상원에서 함께 보내면서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바이든과 매코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취해진 '부시 감세안'을 두 차례 연장하고 지난해 국가 채무 한도를 상향조정할 때 협상 당사자로 핵심 역할을 했다. 30일 매코널이 부자 증세 기준을 55만달러로 낮추고 상속세를 올리는 안을 내놨지만, 연방 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즉 시퀘스터(sequester)를 연기하는 문제로 협상은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이날 밤 8시 오바마와 선임 보좌진은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 모여 매코널에게 최후 통첩할 대안을 논의했다. 최소한 부자 증세 기준을 40만달러 내지 45만달러로 하고 장기 실업수당 지급 및 시퀘스터 발동 시기를 1년간 연장해야 한다는 게 오바마의 의중이었다. 이를 놓고 바이든과 매코널은 31일 새벽 0시45분 마지막 통화를 할 때까지 협상을 계속했다. 오바마와 바이든은 그 직후인 새벽 2시 집무실에서 만났고 상원 민주당의 법안 초안 작성 작업이 시작됐다. 바이든과 매코널은 아침 6시45분 다시 얘기해 대부분 사항에 합의했고 2012년 마지막 날의 나머지 시간은 교착 상태에 빠진 시퀘스터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31일 밤 9시 바이든과 매코널은 전화로 시퀘스터를 2개월 늦추기로 최종 합의를 이뤘다. 오바마는 리드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차례로 전화해 최종적으로 지지를 받았고 합의안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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