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모아 2년째 기부한 구청 청소부들

입력 2013.01.03 (06:36) 수정 2013.01.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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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에서 쓰레기를 줍고 청소하는 근로자 12명이 재활용 작업으로 모은 돈을 2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이들 중 6명은 한 달에 120시간을 일해 80만원 정도를 버는 기간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추가 작업으로 작년 한 해 585만원을 모았다.

이 일에 앞장선 사람은 중구청 위생원실 김용화(43) 반장. 김 반장은 오전 6시 출근해 구청 본관의 바닥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김 반장을 비롯한 위생원들은 구청 광장, 화장실, 복도, 계단 청소 등 기본 업무를 마친 다음 나머지 시간을 쪼개 재활용 작업을 벌였다.

이들이 처음 재활용품을 처분해 번 돈은 한 달에 약 10여만원. 이 돈은 위생원들의 간식비로 쓰였지만 김 반장은 2010년부터 일반 쓰레기통에서도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기로 마음 먹었다.

김 반장은 "처음에는 액수가 적어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시세가 높아지면서 잘만 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3일 말했다.

이들은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쏟아놓고 병, 캔, 플라스틱을 일일이 분리했다. 여유가 생긴 봉투에 쓰레기를 눌러 담다 보니 쓰레기봉투 구입비도 줄고 한 달에 1t도 안 되던 재활용품 분리수거는 2t까지 늘었다.

들어오는 돈도 월 30만원이 넘기 시작했고, 김 반장과 동료들은 이 돈을 은행 계좌에 쌓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 동안 800만원을 모았다.

처음에는 연말에 나눠 가질 생각이었지만 김 반장은 "우리는 일을 할 수 있어 몇 푼이라도 받는 만큼 아예 돈을 못 버는 사람들에게 주자"고 동료들을 설득했다.

이들은 2011년 800만원을 기탁한 데 이어 작년에 모은 585만원도 지난 12월20일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보내기' 행사 때 기부했다.

김 반장은 "민원인들이 청소한다고 우리를 무시하고 욕할 때는 서럽기도 하지만 우리보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보탬이 된다면 그런 설움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구청 재활용처리장에 쓰레기가 들어오면 동료에게 "돈 들어왔다!"고 외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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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용품 모아 2년째 기부한 구청 청소부들
    • 입력 2013-01-03 06:36:38
    • 수정2013-01-03 09:19:16
    연합뉴스
서울 중구청에서 쓰레기를 줍고 청소하는 근로자 12명이 재활용 작업으로 모은 돈을 2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이들 중 6명은 한 달에 120시간을 일해 80만원 정도를 버는 기간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추가 작업으로 작년 한 해 585만원을 모았다. 이 일에 앞장선 사람은 중구청 위생원실 김용화(43) 반장. 김 반장은 오전 6시 출근해 구청 본관의 바닥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김 반장을 비롯한 위생원들은 구청 광장, 화장실, 복도, 계단 청소 등 기본 업무를 마친 다음 나머지 시간을 쪼개 재활용 작업을 벌였다. 이들이 처음 재활용품을 처분해 번 돈은 한 달에 약 10여만원. 이 돈은 위생원들의 간식비로 쓰였지만 김 반장은 2010년부터 일반 쓰레기통에서도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기로 마음 먹었다. 김 반장은 "처음에는 액수가 적어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시세가 높아지면서 잘만 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3일 말했다. 이들은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쏟아놓고 병, 캔, 플라스틱을 일일이 분리했다. 여유가 생긴 봉투에 쓰레기를 눌러 담다 보니 쓰레기봉투 구입비도 줄고 한 달에 1t도 안 되던 재활용품 분리수거는 2t까지 늘었다. 들어오는 돈도 월 30만원이 넘기 시작했고, 김 반장과 동료들은 이 돈을 은행 계좌에 쌓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 동안 800만원을 모았다. 처음에는 연말에 나눠 가질 생각이었지만 김 반장은 "우리는 일을 할 수 있어 몇 푼이라도 받는 만큼 아예 돈을 못 버는 사람들에게 주자"고 동료들을 설득했다. 이들은 2011년 800만원을 기탁한 데 이어 작년에 모은 585만원도 지난 12월20일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보내기' 행사 때 기부했다. 김 반장은 "민원인들이 청소한다고 우리를 무시하고 욕할 때는 서럽기도 하지만 우리보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보탬이 된다면 그런 설움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구청 재활용처리장에 쓰레기가 들어오면 동료에게 "돈 들어왔다!"고 외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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