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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친구가 필요해…‘로봇 앤 프랭크’
입력 2013.01.04 (08:35) 연합뉴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특히 늙고 병이 들수록 병 수발을 들어줄 간병인, 집안 살림을 대신 해줄 가사 도우미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함께하고 삶의 기억을 공유할 누군가, 바로 '친구'라는 존재가 아닐까.

영화 '로봇 앤 프랭크'는 치매를 서서히 맞고 있는 노인 '프랭크'(프랭크 안젤라)가 어떻게 도우미로 들어온 로봇과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준다.

시대적 배경은 '가까운 미래'. 다이아몬드를 훔치러 다니다 탈세 혐의까지 받고 10여년간 교도소에서 썩은 프랭크는 아내와 이혼한 지 오래고 노년의 삶을 뉴욕의 외딴 집에서 쓸쓸히 보낸다.

세계 각지로 인권 운동을 하러 다니는 딸(리브 타일러)과 멀리 사는 아들(제임스 마스던)은 혼자 사는 아버지가 최근 치매 증세까지 보이자 걱정이 커진다.

아버지를 자주 찾아오기 어려운 아들은 대신 아버지의 생활을 도와줄 로봇 'VGC-60L'을 사다 놓는다. 느닷없이 로봇을 맞이한 프랭크는 아침에 씨리얼 대신 야채찜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로봇을 갖다 버릴 궁리만 한다.

그러다 이들의 관계는 반전을 맞이한다.

이 대목이 재미있다.

왕년의 잘나가던 도둑 프랭크가 옛날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자주 들러 물건을 '슬쩍' 하는 비누 가게에서 로봇이 위기에 처한 주인을 대신해 물건을 훔쳐 온다.

이런 순발력조차 미리 프로그래밍된 것일 수 있지만, 프랭크는 자신의 유일한 취미를 함께해준 로봇을 맘에 들어하기 시작한다.

로봇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본 프랭크는 자신의 금고따기 비법을 로봇에게 전수하고 평소 미워하던 젊은 녀석의 집을 함께 털기로 한다.

미국의 독립영화 '로봇 앤 프랭크'는 신선한 이야기를 쉽고 재치있게 풀어내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우선 인간관계의 원형질인 '우정'을 사람이 아닌, 살아있는 생물도 아닌, 로봇을 대상으로 느낄 수 있는가 하는 화두가 있다. SF나 판타지,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일상을 평범하게 다룬 영화에서 인간과 로봇 사이의 우정은 선뜻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영화는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누구보다 컸던 주인공의 변화를 보여주며 이 특별한 우정을 납득시킨다.

그렇다면 우정의 본질은 뭘까. 프랭크는 로봇과 함께한 강도질이 로봇의 메모리 기록으로 경찰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한 순간에도 메모리를 전부 없앨 '포맷'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프랭크는 자신의 삶에 마지막 한 줄기 열정과 환희가 찾아온 순간, 그 순간을 함께하고 기억해줄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

영화는 주인공 프랭크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상황을 설정해 인간의 삶에서 '기억' 또는 '추억'이 차지하는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영화 막바지 프랭크가 마음에 두고 있던 미녀 '제니퍼'(수전 서랜든)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반전의 놀라움을 안겨주며 이야기를 매듭 짓는다.

내내 경쾌한 편이었던 영화는 마지막에 여러 노인과 로봇들을 한데 비추면서 쓸쓸함과 애잔함을 남긴다.

이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장편영화상인 '알프레드 P. 슬론' 상을 받는 등 미국에서 호평받은 작품이다. 특히 주연배우 프랭크 안젤라의 내공 있는 연기가 빛난다.

1월 17일 개봉. 상영시간 89분. 12세 이상 관람가.
  • [새영화] 친구가 필요해…‘로봇 앤 프랭크’
    • 입력 2013-01-04 08:35:24
    연합뉴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특히 늙고 병이 들수록 병 수발을 들어줄 간병인, 집안 살림을 대신 해줄 가사 도우미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함께하고 삶의 기억을 공유할 누군가, 바로 '친구'라는 존재가 아닐까.

영화 '로봇 앤 프랭크'는 치매를 서서히 맞고 있는 노인 '프랭크'(프랭크 안젤라)가 어떻게 도우미로 들어온 로봇과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준다.

시대적 배경은 '가까운 미래'. 다이아몬드를 훔치러 다니다 탈세 혐의까지 받고 10여년간 교도소에서 썩은 프랭크는 아내와 이혼한 지 오래고 노년의 삶을 뉴욕의 외딴 집에서 쓸쓸히 보낸다.

세계 각지로 인권 운동을 하러 다니는 딸(리브 타일러)과 멀리 사는 아들(제임스 마스던)은 혼자 사는 아버지가 최근 치매 증세까지 보이자 걱정이 커진다.

아버지를 자주 찾아오기 어려운 아들은 대신 아버지의 생활을 도와줄 로봇 'VGC-60L'을 사다 놓는다. 느닷없이 로봇을 맞이한 프랭크는 아침에 씨리얼 대신 야채찜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로봇을 갖다 버릴 궁리만 한다.

그러다 이들의 관계는 반전을 맞이한다.

이 대목이 재미있다.

왕년의 잘나가던 도둑 프랭크가 옛날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자주 들러 물건을 '슬쩍' 하는 비누 가게에서 로봇이 위기에 처한 주인을 대신해 물건을 훔쳐 온다.

이런 순발력조차 미리 프로그래밍된 것일 수 있지만, 프랭크는 자신의 유일한 취미를 함께해준 로봇을 맘에 들어하기 시작한다.

로봇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본 프랭크는 자신의 금고따기 비법을 로봇에게 전수하고 평소 미워하던 젊은 녀석의 집을 함께 털기로 한다.

미국의 독립영화 '로봇 앤 프랭크'는 신선한 이야기를 쉽고 재치있게 풀어내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우선 인간관계의 원형질인 '우정'을 사람이 아닌, 살아있는 생물도 아닌, 로봇을 대상으로 느낄 수 있는가 하는 화두가 있다. SF나 판타지,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일상을 평범하게 다룬 영화에서 인간과 로봇 사이의 우정은 선뜻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영화는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누구보다 컸던 주인공의 변화를 보여주며 이 특별한 우정을 납득시킨다.

그렇다면 우정의 본질은 뭘까. 프랭크는 로봇과 함께한 강도질이 로봇의 메모리 기록으로 경찰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한 순간에도 메모리를 전부 없앨 '포맷'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프랭크는 자신의 삶에 마지막 한 줄기 열정과 환희가 찾아온 순간, 그 순간을 함께하고 기억해줄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

영화는 주인공 프랭크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상황을 설정해 인간의 삶에서 '기억' 또는 '추억'이 차지하는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영화 막바지 프랭크가 마음에 두고 있던 미녀 '제니퍼'(수전 서랜든)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반전의 놀라움을 안겨주며 이야기를 매듭 짓는다.

내내 경쾌한 편이었던 영화는 마지막에 여러 노인과 로봇들을 한데 비추면서 쓸쓸함과 애잔함을 남긴다.

이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장편영화상인 '알프레드 P. 슬론' 상을 받는 등 미국에서 호평받은 작품이다. 특히 주연배우 프랭크 안젤라의 내공 있는 연기가 빛난다.

1월 17일 개봉. 상영시간 89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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