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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부담 안주려고…’ 보일러 끄고 자다 참변
입력 2013.01.04 (20:44) 연합뉴스
광주서 70대女, 기름통에 기름 가득 있어도 난방하지 않고 생활
경찰 "건강한 사람도 이런 혹한에는 위험"

기름 값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끄고 자던 70대 노인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연일 계속되는 혹한에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얼마나 팍팍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일 저녁 심모(79·여·광주 동구)씨는 새해가 되면 반찬을 싸들고 찾아오겠다는 딸을 기다리며 잠을 청했다.

영하 10도에 달하는 혹한이 연일 이어지는 날씨였지만 심씨는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얼마 전 큰아들이 따뜻하게 지내라며 보일러 기름통에 기름을 가득 채워줬지만 심씨는 보일러 대신 전기장판을 켜고 이불을 덮었다.

전기요금도 걱정돼 그나마도 약하게 틀었다.

3일 오후 심씨의 딸은 남편과 함께 어머님에게 가져다 줄 반찬을 양손에 들고 얼어 있는 종종걸음을 재촉했다.

집앞에서 '엄마'를 몇 차례 불렀으나 기척이 없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심씨는 너무 차가워 발 딛기도 어려운 방안에서 이불을 반쯤 덮은 채 반듯이 누워 있었다.

들고온 반찬들을 던지듯 내팽개치고 심씨의 손을 붙잡았던 딸은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어머니의 손은 이미 얼음장처럼 차게 얼어 있었다.

심씨는 평소 "자식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지"란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주변에 거주하는 큰아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당부해도 여간해서 보일러를 켜지 않고 지냈다.

큰아들은 혹시나 돈이 부담돼서 그러나 싶어 기름도 꼬박꼬박 채워줬다.

그러나 심씨는 "노인이 따뜻하게 지내면 뭐하냐"며 "나라도 부담이 안 돼야 할 텐데"라고 오히려 자식 걱정을 했다.

심씨는 별다른 지병이 없이 건강한 편이었다.

무릎관절이 아픈 탓에 거동이 불편해 거의 집안에서 생활했지만 여간해서는 보일러를 틀지 않는 심씨의 고집은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경찰은 사망한 심씨를 검안한 결과 별다른 외상이 없고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시신이 언 듯이 굳어 있는 점으로 보아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지난 겨울 화장실에서 돌연사한 심씨 남편의 사건도 맡아 처리한 인연으로 두번 째 심씨의 집을 방문한 담당 경찰관은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감돌 만큼 방안에 냉기가 돌았다"고 현장상황을 전하며 "어찌하다 보니 두 부부의 사망사건을 모두 처리하게 돼 애석하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겨울철 노인이나 저소득층 가구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혹한에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광주 동구 산수동에 홀로 살던 심씨는 3일 오후 3시 50분께 보일러를 켜지 않고 잠을 자다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 ‘자식부담 안주려고…’ 보일러 끄고 자다 참변
    • 입력 2013-01-04 20:44:44
    연합뉴스
광주서 70대女, 기름통에 기름 가득 있어도 난방하지 않고 생활
경찰 "건강한 사람도 이런 혹한에는 위험"

기름 값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끄고 자던 70대 노인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연일 계속되는 혹한에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얼마나 팍팍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일 저녁 심모(79·여·광주 동구)씨는 새해가 되면 반찬을 싸들고 찾아오겠다는 딸을 기다리며 잠을 청했다.

영하 10도에 달하는 혹한이 연일 이어지는 날씨였지만 심씨는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얼마 전 큰아들이 따뜻하게 지내라며 보일러 기름통에 기름을 가득 채워줬지만 심씨는 보일러 대신 전기장판을 켜고 이불을 덮었다.

전기요금도 걱정돼 그나마도 약하게 틀었다.

3일 오후 심씨의 딸은 남편과 함께 어머님에게 가져다 줄 반찬을 양손에 들고 얼어 있는 종종걸음을 재촉했다.

집앞에서 '엄마'를 몇 차례 불렀으나 기척이 없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심씨는 너무 차가워 발 딛기도 어려운 방안에서 이불을 반쯤 덮은 채 반듯이 누워 있었다.

들고온 반찬들을 던지듯 내팽개치고 심씨의 손을 붙잡았던 딸은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어머니의 손은 이미 얼음장처럼 차게 얼어 있었다.

심씨는 평소 "자식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지"란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주변에 거주하는 큰아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당부해도 여간해서 보일러를 켜지 않고 지냈다.

큰아들은 혹시나 돈이 부담돼서 그러나 싶어 기름도 꼬박꼬박 채워줬다.

그러나 심씨는 "노인이 따뜻하게 지내면 뭐하냐"며 "나라도 부담이 안 돼야 할 텐데"라고 오히려 자식 걱정을 했다.

심씨는 별다른 지병이 없이 건강한 편이었다.

무릎관절이 아픈 탓에 거동이 불편해 거의 집안에서 생활했지만 여간해서는 보일러를 틀지 않는 심씨의 고집은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경찰은 사망한 심씨를 검안한 결과 별다른 외상이 없고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시신이 언 듯이 굳어 있는 점으로 보아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지난 겨울 화장실에서 돌연사한 심씨 남편의 사건도 맡아 처리한 인연으로 두번 째 심씨의 집을 방문한 담당 경찰관은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감돌 만큼 방안에 냉기가 돌았다"고 현장상황을 전하며 "어찌하다 보니 두 부부의 사망사건을 모두 처리하게 돼 애석하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겨울철 노인이나 저소득층 가구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혹한에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광주 동구 산수동에 홀로 살던 심씨는 3일 오후 3시 50분께 보일러를 켜지 않고 잠을 자다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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