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500만…한국 관객 왜 열광하나?

입력 2013.01.16 (07:14) 수정 2013.01.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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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전 프랑스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머나먼 시공간을 뛰어넘어 한국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 관객에게 익숙지 않은 세 시간 분량의 뮤지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500만 관객에 달하는 흥행 기록을 썼다.

영화의 흥행으로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과 뮤지컬 음악을 바탕으로 한 OST까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이런 '신드롬'은 장안의 화제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는 작품 자체의 힘과 함께 영화가 개봉된 2012년 말, 2013년 초 지금의 사회상과 큰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그 배경을 들여다봤다.

◇"150년 전 불행한 사람들 얘기, 오늘 우리 이야기와 겹쳐" =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레미제라블'이 개인성과 사회성을 결합한 영화로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을 비추는 점이 관객들의 감성을 강하게 건드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2-3년간 한국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고 개인의 삶이 이제는 시대와 맞물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사회가 됐다. 원래 '레 미제라블'이 '비참한 사람들' '불행한 사람들'로 번역되는데, 시대의 불행 때문에 개인이 불행한 모습을 보여준다. 150년 전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로 보이는 것이다. 이 영화가 5년 전이나 10년 전에 나왔으면 절대 이런 반응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과 비교해 "영화에서 개인사와 시대사가 얼마나 결합해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광해'도 그런 맥락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레미제라블'은 그러면서도 희망을 말한다. 절망을 말하면 사람들이 이런 감동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에피소드도 얼마나 절절한가. 뮤지컬영화이고 송-쓰루(song-through: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이어지는 것) 방식이 한국에서 안 먹히는데도 500만 명을 모으는 흥행을 했다는 것은 그런 핸디캡을 극복하는 장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힐링 무비'로 대선 후 진보-보수 모두에게 위안 줘" = 영화평론가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대선과 맞물려 개봉된 '레미제라블'이 정치적인 진영을 떠나 사람들에게 '힐링(치유)'의 메시지로 읽혔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힐링 무비'로 알려진 게 컸다. 대선 이후 진보 진영은 뼈아픈 패배를 맛봤고 이들은 내일을 생각하면서 민중의 연대와 희망을 보여주는 이야기에 치유를 느낀 듯하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점점 연대하면서 노래도 중창과 합창으로 끝이 나는데, 특히 젊은 관객은 바리케이드를 넘어 세상에 얘기를 하라는 메시지로 읽은 것 같다"고 했다.

또 한편으론 '레미제라블'의 이야기가 지닌 보수성도 지적하면서 이런 측면이 사람들에게 위안과 안도감을 준다고 풀이했다.

그는 "주인공 '장발장'이 전과자에서 사업가, 자본가로 멋진 변신을 하는 것이나 하층 계급인 '코제트'가 귀족 집안 아들인 '마리우스'와 결혼해 상층 계급과 결합하는 것은 보수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준다.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메시지, 이 사회는 결국 나아진다는 믿음은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사회 통합을 얘기한다"고 분석했다.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기획 탁월" = 영화의 외부 환경 요인과 함께 작품 자체가 지닌 힘도 당연히 무시할 수 없다.

국내 대표 영화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기면서 뮤지컬 원작 제작자를 영입해 뮤지컬의 묘미를 살리고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는 등 탁월한 기획·제작 능력이 빛을 발했다고 평했다.

심 대표는 "배우들의 열연과 폭발적인 노래가 주는 감동이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 완벽하게 뮤지컬을 옮겨왔고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를 클로즈업 숏으로 잡아서 무대에서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생생하게 경험하는 맛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이 영화를 제작한 영국의 유명 제작사 '워킹타이틀'을 높게 평가했다.

심 대표는 "워킹타이틀은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 하나로 전 세계 뮤지컬 시장을 석권하는 성공을 거뒀다. '러브 액츄얼리'나 '어톤먼트'도 영화와 음악을 결합해 성공한 영화다. OSMU(원 소스 멀티 유즈)에 특별한 노하우를 지닌 제작사"라고 평했다.

그는 또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게 한 판단이 탁월했다"며 "대단한 기획력이고 그에 걸맞게 감독과 배우, 뮤지컬 제작자의 결합을 통해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 경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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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미제라블’ 500만…한국 관객 왜 열광하나?
    • 입력 2013-01-16 07:14:04
    • 수정2013-01-16 08:28:11
    연합뉴스
150년 전 프랑스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머나먼 시공간을 뛰어넘어 한국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 관객에게 익숙지 않은 세 시간 분량의 뮤지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500만 관객에 달하는 흥행 기록을 썼다. 영화의 흥행으로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과 뮤지컬 음악을 바탕으로 한 OST까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이런 '신드롬'은 장안의 화제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는 작품 자체의 힘과 함께 영화가 개봉된 2012년 말, 2013년 초 지금의 사회상과 큰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그 배경을 들여다봤다. ◇"150년 전 불행한 사람들 얘기, 오늘 우리 이야기와 겹쳐" =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레미제라블'이 개인성과 사회성을 결합한 영화로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을 비추는 점이 관객들의 감성을 강하게 건드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2-3년간 한국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고 개인의 삶이 이제는 시대와 맞물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사회가 됐다. 원래 '레 미제라블'이 '비참한 사람들' '불행한 사람들'로 번역되는데, 시대의 불행 때문에 개인이 불행한 모습을 보여준다. 150년 전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로 보이는 것이다. 이 영화가 5년 전이나 10년 전에 나왔으면 절대 이런 반응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과 비교해 "영화에서 개인사와 시대사가 얼마나 결합해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광해'도 그런 맥락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레미제라블'은 그러면서도 희망을 말한다. 절망을 말하면 사람들이 이런 감동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에피소드도 얼마나 절절한가. 뮤지컬영화이고 송-쓰루(song-through: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이어지는 것) 방식이 한국에서 안 먹히는데도 500만 명을 모으는 흥행을 했다는 것은 그런 핸디캡을 극복하는 장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힐링 무비'로 대선 후 진보-보수 모두에게 위안 줘" = 영화평론가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대선과 맞물려 개봉된 '레미제라블'이 정치적인 진영을 떠나 사람들에게 '힐링(치유)'의 메시지로 읽혔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힐링 무비'로 알려진 게 컸다. 대선 이후 진보 진영은 뼈아픈 패배를 맛봤고 이들은 내일을 생각하면서 민중의 연대와 희망을 보여주는 이야기에 치유를 느낀 듯하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점점 연대하면서 노래도 중창과 합창으로 끝이 나는데, 특히 젊은 관객은 바리케이드를 넘어 세상에 얘기를 하라는 메시지로 읽은 것 같다"고 했다. 또 한편으론 '레미제라블'의 이야기가 지닌 보수성도 지적하면서 이런 측면이 사람들에게 위안과 안도감을 준다고 풀이했다. 그는 "주인공 '장발장'이 전과자에서 사업가, 자본가로 멋진 변신을 하는 것이나 하층 계급인 '코제트'가 귀족 집안 아들인 '마리우스'와 결혼해 상층 계급과 결합하는 것은 보수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준다.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메시지, 이 사회는 결국 나아진다는 믿음은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사회 통합을 얘기한다"고 분석했다.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기획 탁월" = 영화의 외부 환경 요인과 함께 작품 자체가 지닌 힘도 당연히 무시할 수 없다. 국내 대표 영화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기면서 뮤지컬 원작 제작자를 영입해 뮤지컬의 묘미를 살리고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는 등 탁월한 기획·제작 능력이 빛을 발했다고 평했다. 심 대표는 "배우들의 열연과 폭발적인 노래가 주는 감동이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 완벽하게 뮤지컬을 옮겨왔고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를 클로즈업 숏으로 잡아서 무대에서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생생하게 경험하는 맛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이 영화를 제작한 영국의 유명 제작사 '워킹타이틀'을 높게 평가했다. 심 대표는 "워킹타이틀은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 하나로 전 세계 뮤지컬 시장을 석권하는 성공을 거뒀다. '러브 액츄얼리'나 '어톤먼트'도 영화와 음악을 결합해 성공한 영화다. OSMU(원 소스 멀티 유즈)에 특별한 노하우를 지닌 제작사"라고 평했다. 그는 또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게 한 판단이 탁월했다"며 "대단한 기획력이고 그에 걸맞게 감독과 배우, 뮤지컬 제작자의 결합을 통해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 경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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