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사태’ 3개월…갈등 불씨는 여전

입력 2013.01.16 (19:51) 수정 2013.01.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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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구단과의 갈등 끝에 터키 프로배구에서 뛰는 여자배구 '거포' 김연경(25·페네르바체)의 거취와 관련한 불씨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 보인다.

첨예하게 맞서 있던 갈등을 어렵게 봉합하면서 기한으로 정한 3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명확한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체육계 인사들은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종로구 와룡동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모여 회의를 열고 소속 구단인 흥국생명과 해외 진출 문제로 갈등을 겪던 김연경을 보내주기로 했다.

대한배구협회가 바로 1시즌짜리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해 김연경이 터키에 진출할 문을 열어 줬다.

아울러 3개월 내에 김연경은 흥국생명의 임대 선수 신분으로 페네르바체와 계약을 맺고, 한국배구연맹(KOVO)은 마찬가지로 3개월 내에 해외 진출과 관련한 자유계약선수(FA)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당장 이번 시즌에 임대 선수 신분으로 김연경이 외국에서 뛸 수 있도록 해준 뒤, 규정을 바꿔 다음 시즌부터는 FA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정이었다.

당시 정해 둔 기한이 다음 주면 끝나지만, 후속 절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소속을 흥국생명이라고 못박았음에도 김연경은 아직 임대 계약 없이 페네르바체에서 뛰고 있다. 소속이 모호한 '무적 선수'인 셈이다.

여기에 FA 규정의 개정 작업도 쉽게 진척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OVO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FA 개정안을 논의하겠다고 16일 밝혔지만, 이날 논의할 내용은 남자부 규정에 국한될 전망이다.

FA 자격을 얻는 기한을 현행 6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보호선수를 4명에서 5명으로 늘이는 대신 보상액은 줄여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부 FA 규정에 대해서는 실무자회의에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용관 KOVO 경기지원팀장은 "서로가 양보하는 쪽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만큼 이사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애초 지난해 10월 정부와 체육계 인사들이 김연경의 해외 진출 문을 열어 줄 때에도 정치 논리에 휘둘려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외국에 나가는 경우 기한을 다 채우지 않아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겠다는 발상부터가 리그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규정을 바꾸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도출한 결론이라는 점에서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당시 우려대로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사회에서 이런 규정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규정을 손질하더라도 김연경에게까지 소급 적용할 수 있느냐도 별개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으로 봉합한 갈등의 불씨가 3개월 만에 다시 타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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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경 사태’ 3개월…갈등 불씨는 여전
    • 입력 2013-01-16 19:51:56
    • 수정2013-01-22 16:19:00
    연합뉴스
소속 구단과의 갈등 끝에 터키 프로배구에서 뛰는 여자배구 '거포' 김연경(25·페네르바체)의 거취와 관련한 불씨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 보인다. 첨예하게 맞서 있던 갈등을 어렵게 봉합하면서 기한으로 정한 3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명확한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체육계 인사들은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종로구 와룡동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모여 회의를 열고 소속 구단인 흥국생명과 해외 진출 문제로 갈등을 겪던 김연경을 보내주기로 했다. 대한배구협회가 바로 1시즌짜리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해 김연경이 터키에 진출할 문을 열어 줬다. 아울러 3개월 내에 김연경은 흥국생명의 임대 선수 신분으로 페네르바체와 계약을 맺고, 한국배구연맹(KOVO)은 마찬가지로 3개월 내에 해외 진출과 관련한 자유계약선수(FA)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당장 이번 시즌에 임대 선수 신분으로 김연경이 외국에서 뛸 수 있도록 해준 뒤, 규정을 바꿔 다음 시즌부터는 FA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정이었다. 당시 정해 둔 기한이 다음 주면 끝나지만, 후속 절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소속을 흥국생명이라고 못박았음에도 김연경은 아직 임대 계약 없이 페네르바체에서 뛰고 있다. 소속이 모호한 '무적 선수'인 셈이다. 여기에 FA 규정의 개정 작업도 쉽게 진척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OVO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FA 개정안을 논의하겠다고 16일 밝혔지만, 이날 논의할 내용은 남자부 규정에 국한될 전망이다. FA 자격을 얻는 기한을 현행 6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보호선수를 4명에서 5명으로 늘이는 대신 보상액은 줄여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부 FA 규정에 대해서는 실무자회의에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용관 KOVO 경기지원팀장은 "서로가 양보하는 쪽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만큼 이사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애초 지난해 10월 정부와 체육계 인사들이 김연경의 해외 진출 문을 열어 줄 때에도 정치 논리에 휘둘려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외국에 나가는 경우 기한을 다 채우지 않아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겠다는 발상부터가 리그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규정을 바꾸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도출한 결론이라는 점에서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당시 우려대로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사회에서 이런 규정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규정을 손질하더라도 김연경에게까지 소급 적용할 수 있느냐도 별개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으로 봉합한 갈등의 불씨가 3개월 만에 다시 타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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