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연 前 축구협회장, 조용한 이임식

입력 2013.01.28 (18:58) 수정 2013.01.28 (21:2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4년의 임기를 끝낸 조중연(67)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이임식은 조용하고 조촐했다.

조 전 회장은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정몽규(51) 신임 회장이 선출되는 것을 보고 나서 조용히 축구협회 회장실로 복귀했다.

애초 축구협회는 이날 축구회관 로비에서 공식 이임식을 치르려고 했지만 조 전 회장의 만류로 대의원총회를 마친 뒤 80여명의 임직원이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행사를 치렀다.

조 전 회장은 축구협회로부터 '행운의 열쇠'를 기념품으로 받았고, 축구협회 노조는 기념패와 전 직원들의 사인이 담긴 사인볼을 전달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즐거웠다"며 "재임 기간에 축구계가 여야로 갈라져 본연 업무보다 외부 비난을 막는 데 힘을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신임 회장이 오면 직원들이 전부 단합해 오직 축구 자체만 집중하길 염원한다"는 말을 남겼다.

1965년 고려대 시절 청소년 대표로 뽑혀 태극마크를 달았던 조 회장은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1998년 전무이사를 맡은 뒤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 건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실무책임자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러나 기술위원장을 겸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에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하자 곧바로 차범근 감독을 현지에서 경질해 본의 아니게 자신의 이름을 축구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조 전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05년에는 국회 문화관광위 축구협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선 뒤 회계결산 부정 의혹 등 재정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자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부회장으로 복귀한 조 전 회장은 정몽준 명예회장의 지원을 받아 마침내 2009년 경선을 통해 '축구 수장'에 오르는 꿈을 실현했다.

그는 임기 동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과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지만 2011년 12월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의 '밀실 경질'과 비리 직원에게 위로금까지 주고 퇴사시킨 사실 등이 알려져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게다가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불거진 '독도 세리머니' 이후 일본축구협회에 '저자세' 문건을 보낸 것까지 밝혀지면서 국민적 비난 속에 4년의 임기를 마쳐야만 했다.

조 전 회장은 "축구협회를 떠나지만 원로로서 후배들이 한국 축구 발전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면 격려를 아끼지 않겠다"며 "브라질 월드컵 본선 티켓을 꼭 따내 16강, 8강까지 올라가길 기원한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현재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회장을 맡고 있는 조 전 회장은 신임 회장과 협의해 회장직 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회장의 EAFF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올해 7월에 동아시아연맹 대회가 있지만 조 전 회장이 신임 회장에게 승계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조중연 前 축구협회장, 조용한 이임식
    • 입력 2013-01-28 18:58:48
    • 수정2013-01-28 21:24:21
    연합뉴스
4년의 임기를 끝낸 조중연(67)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이임식은 조용하고 조촐했다. 조 전 회장은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정몽규(51) 신임 회장이 선출되는 것을 보고 나서 조용히 축구협회 회장실로 복귀했다. 애초 축구협회는 이날 축구회관 로비에서 공식 이임식을 치르려고 했지만 조 전 회장의 만류로 대의원총회를 마친 뒤 80여명의 임직원이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행사를 치렀다. 조 전 회장은 축구협회로부터 '행운의 열쇠'를 기념품으로 받았고, 축구협회 노조는 기념패와 전 직원들의 사인이 담긴 사인볼을 전달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즐거웠다"며 "재임 기간에 축구계가 여야로 갈라져 본연 업무보다 외부 비난을 막는 데 힘을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신임 회장이 오면 직원들이 전부 단합해 오직 축구 자체만 집중하길 염원한다"는 말을 남겼다. 1965년 고려대 시절 청소년 대표로 뽑혀 태극마크를 달았던 조 회장은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1998년 전무이사를 맡은 뒤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 건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실무책임자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러나 기술위원장을 겸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에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하자 곧바로 차범근 감독을 현지에서 경질해 본의 아니게 자신의 이름을 축구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조 전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05년에는 국회 문화관광위 축구협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선 뒤 회계결산 부정 의혹 등 재정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자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부회장으로 복귀한 조 전 회장은 정몽준 명예회장의 지원을 받아 마침내 2009년 경선을 통해 '축구 수장'에 오르는 꿈을 실현했다. 그는 임기 동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과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지만 2011년 12월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의 '밀실 경질'과 비리 직원에게 위로금까지 주고 퇴사시킨 사실 등이 알려져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게다가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불거진 '독도 세리머니' 이후 일본축구협회에 '저자세' 문건을 보낸 것까지 밝혀지면서 국민적 비난 속에 4년의 임기를 마쳐야만 했다. 조 전 회장은 "축구협회를 떠나지만 원로로서 후배들이 한국 축구 발전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면 격려를 아끼지 않겠다"며 "브라질 월드컵 본선 티켓을 꼭 따내 16강, 8강까지 올라가길 기원한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현재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회장을 맡고 있는 조 전 회장은 신임 회장과 협의해 회장직 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회장의 EAFF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올해 7월에 동아시아연맹 대회가 있지만 조 전 회장이 신임 회장에게 승계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