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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스페셜올림픽] 설원 위를 비상한 부성애
입력 2013.01.31 (09:17) 수정 2013.01.31 (09:18) 연합뉴스
박덕주(52) 씨는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을 선수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전통연을 만드는 장인인 박 씨는 개회식이 열리는 평창 용평돔과 알펜시아리조트의 하늘을 화려한 연으로 장식하려고 했다.

국가대표가 된 아들이 대견해 자랑하고 싶었고 동료 선수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연결되는 수십 개의 전통연을 만드는 데 꼬박 열흘이 걸렸다. 선수들을 격려하는 말을 담은 현수막도 연에 매달기로 했다.

그러나 끝내 연을 날리지 못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개회식 때는 주요인사들이 참석해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제지됐다.

알펜시아 슬로프에서는 곤돌라 때문에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씨는 경기장 주변을 온종일 둘러봤으나 연을 날릴 수 있는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어차피 산골짜기에 바람 잘 불지도 않는다"며 스스로 위안했다.

박 씨의 아들 정현(25)은 다운증후군을 지니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극도로 약해 생사 고비를 자주 넘겼다.

병원이나 주변에서 시설에 보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박 씨의 마음은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박 씨는 정현을 위해 그런 권유를 끝까지 거절했다.

그는 "정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아이로 성장해 다른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어린이는 따라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아들에게 운동을 가르쳤다.

정현은 20년 동안 여러 운동을 꾸준히 소화하다가 스페셜올림픽에 나서는 스노보드 국가대표가 됐다.

박 씨는 "스노보드를 타러 간다고 하면 신이 나서 호들갑을 떠는 아들을 보면 무척 흐뭇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이 된 아들을 위해 직업도 바꿨다.

전통연을 만드는 장인으로서의 역할은 잠시 놓고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다. 아들이 직장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정현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곤충학습체험장에서 장애인, 고령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 사랑한다는 말부터 꺼내고 힘든 일이 있으면 미리 나서서 처리하는 모범직원이 됐다.

정현은 30일 실력에 따라 조를 편성하는 디비저닝 경기를 마치고서 31일부터 실전을 시작한다.

박 씨는 "사람 욕심이 묘하다"며 "정현이 상급과 중급을 오가는데 이왕이면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중급에 편성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정현이는 더는 장애인이 아닙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아주 행복한, 우리 사회의 가족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국가대표이기도 하지요."

아들을 위한 25년간의 희생을 담은 연은 날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이미 설원을 비상하고 있었다.

세계 지도자 300여명은 전날 지적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평창 선언문'을 채택하며 가족에 대한 지원을 별도로 강조했다.

선언문에는 "지적장애인이 삶의 주체로서 생활하려면 지적장애인 가족의 참여가 존중돼야 하고 국가적, 사회적 지원 체계에 지적장애인 가족이 포함돼야 한다"고 적시됐다.
  • [스페셜올림픽] 설원 위를 비상한 부성애
    • 입력 2013-01-31 09:17:54
    • 수정2013-01-31 09:18:36
    연합뉴스
박덕주(52) 씨는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을 선수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전통연을 만드는 장인인 박 씨는 개회식이 열리는 평창 용평돔과 알펜시아리조트의 하늘을 화려한 연으로 장식하려고 했다.

국가대표가 된 아들이 대견해 자랑하고 싶었고 동료 선수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연결되는 수십 개의 전통연을 만드는 데 꼬박 열흘이 걸렸다. 선수들을 격려하는 말을 담은 현수막도 연에 매달기로 했다.

그러나 끝내 연을 날리지 못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개회식 때는 주요인사들이 참석해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제지됐다.

알펜시아 슬로프에서는 곤돌라 때문에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씨는 경기장 주변을 온종일 둘러봤으나 연을 날릴 수 있는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어차피 산골짜기에 바람 잘 불지도 않는다"며 스스로 위안했다.

박 씨의 아들 정현(25)은 다운증후군을 지니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극도로 약해 생사 고비를 자주 넘겼다.

병원이나 주변에서 시설에 보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박 씨의 마음은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박 씨는 정현을 위해 그런 권유를 끝까지 거절했다.

그는 "정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아이로 성장해 다른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어린이는 따라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아들에게 운동을 가르쳤다.

정현은 20년 동안 여러 운동을 꾸준히 소화하다가 스페셜올림픽에 나서는 스노보드 국가대표가 됐다.

박 씨는 "스노보드를 타러 간다고 하면 신이 나서 호들갑을 떠는 아들을 보면 무척 흐뭇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이 된 아들을 위해 직업도 바꿨다.

전통연을 만드는 장인으로서의 역할은 잠시 놓고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다. 아들이 직장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정현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곤충학습체험장에서 장애인, 고령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 사랑한다는 말부터 꺼내고 힘든 일이 있으면 미리 나서서 처리하는 모범직원이 됐다.

정현은 30일 실력에 따라 조를 편성하는 디비저닝 경기를 마치고서 31일부터 실전을 시작한다.

박 씨는 "사람 욕심이 묘하다"며 "정현이 상급과 중급을 오가는데 이왕이면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중급에 편성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정현이는 더는 장애인이 아닙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아주 행복한, 우리 사회의 가족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국가대표이기도 하지요."

아들을 위한 25년간의 희생을 담은 연은 날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이미 설원을 비상하고 있었다.

세계 지도자 300여명은 전날 지적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평창 선언문'을 채택하며 가족에 대한 지원을 별도로 강조했다.

선언문에는 "지적장애인이 삶의 주체로서 생활하려면 지적장애인 가족의 참여가 존중돼야 하고 국가적, 사회적 지원 체계에 지적장애인 가족이 포함돼야 한다"고 적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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