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오밍이다!”…강릉실내스케이트장 ‘들썩’

입력 2013.01.31 (13:35) 수정 2013.01.3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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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이요? 내가 내려다보지 않아도 되는 친구죠."

조용하던 강릉실내스케이트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앉아 있기만 해도 경기장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거인' 야오밍(중국)이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의 디비저닝(예선) 경기가 열리는 31일.

잠시 경기를 쉬는 중국 선수·가족 모두가 관중석으로 달려가 야오밍에게 기념 촬영을 요청했다.

처음엔 정중하게 거절하다가도 '인해전술'로 몰려드는 중국 팬의 요청이 계속 이어지자 야오밍은 못 이기는 척 일어나 팬들과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이날 강릉실내스케이트장에서 만난 그는 왼편에서 질문하는 취재진에게 오른쪽 자리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어릴 때 먹은 약의 부작용 때문에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야오밍은 "8년째 스페셜올림픽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열심히 뛰는 지적장애인과 함께 꿈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홍보대사의 최고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적장애인들의 경기라고 해서 지루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선수들은 아주 강력하게 승리를 바라고 있습니다. 경기에 출전하면서 자신감을 찾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적입니다"

2007년 상하이 여름 스페셜올림픽 때부터 대회의 홍보대사를 맡은 야오밍은 하루 전인 30일에는 스노슈즈를 신고 눈밭을 달렸다.

세계적인 스타와 지적장애인 선수가 팀을 이뤄 경기를 치르는 스포츠통합체험 행사의 일환이었다.

농구장에서는 날렵한 그였지만 스노슈즈를 신고 눈 위에서 달리기는 어려웠는지 결국 꼴찌를 차지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은 알루미늄 재질로 된 멋진 스노슈즈를 줬는데 나한테만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나무 장비를 줬다"며 엉뚱한 핑계를 대고 웃었다.

야오밍은 한국 농구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자 곧바로 '하승진'을 떠올렸다.

"하승진은 내가 내려다볼 필요가 없는 선수"라며 "NBA에서 그가 뛰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키 229㎝의 야오밍은 대부분 사람들을 만나면 내려다보고 대화를 나누지만 하승진(221㎝)과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만난 한국 팀에 대해서 언급했다.

당시 야오밍이 뛰는 중국팀은 결승에서 만난 한국에 패배, 금메달을 내줬다.

야오밍은 "그때 받은 한국 농구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며 "정신력이 강하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야오밍은 "나는 따뜻한 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눈을 보면 흥분된다"며 "평창에는 처음 왔지만 재밌는 기억을 남겨 가고 싶다"며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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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오밍이다!”…강릉실내스케이트장 ‘들썩’
    • 입력 2013-01-31 13:35:10
    • 수정2013-01-31 13:35:32
    연합뉴스
"하승진이요? 내가 내려다보지 않아도 되는 친구죠." 조용하던 강릉실내스케이트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앉아 있기만 해도 경기장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거인' 야오밍(중국)이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의 디비저닝(예선) 경기가 열리는 31일. 잠시 경기를 쉬는 중국 선수·가족 모두가 관중석으로 달려가 야오밍에게 기념 촬영을 요청했다. 처음엔 정중하게 거절하다가도 '인해전술'로 몰려드는 중국 팬의 요청이 계속 이어지자 야오밍은 못 이기는 척 일어나 팬들과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이날 강릉실내스케이트장에서 만난 그는 왼편에서 질문하는 취재진에게 오른쪽 자리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어릴 때 먹은 약의 부작용 때문에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야오밍은 "8년째 스페셜올림픽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열심히 뛰는 지적장애인과 함께 꿈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홍보대사의 최고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적장애인들의 경기라고 해서 지루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선수들은 아주 강력하게 승리를 바라고 있습니다. 경기에 출전하면서 자신감을 찾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적입니다" 2007년 상하이 여름 스페셜올림픽 때부터 대회의 홍보대사를 맡은 야오밍은 하루 전인 30일에는 스노슈즈를 신고 눈밭을 달렸다. 세계적인 스타와 지적장애인 선수가 팀을 이뤄 경기를 치르는 스포츠통합체험 행사의 일환이었다. 농구장에서는 날렵한 그였지만 스노슈즈를 신고 눈 위에서 달리기는 어려웠는지 결국 꼴찌를 차지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은 알루미늄 재질로 된 멋진 스노슈즈를 줬는데 나한테만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나무 장비를 줬다"며 엉뚱한 핑계를 대고 웃었다. 야오밍은 한국 농구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자 곧바로 '하승진'을 떠올렸다. "하승진은 내가 내려다볼 필요가 없는 선수"라며 "NBA에서 그가 뛰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키 229㎝의 야오밍은 대부분 사람들을 만나면 내려다보고 대화를 나누지만 하승진(221㎝)과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만난 한국 팀에 대해서 언급했다. 당시 야오밍이 뛰는 중국팀은 결승에서 만난 한국에 패배, 금메달을 내줬다. 야오밍은 "그때 받은 한국 농구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며 "정신력이 강하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야오밍은 "나는 따뜻한 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눈을 보면 흥분된다"며 "평창에는 처음 왔지만 재밌는 기억을 남겨 가고 싶다"며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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