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그리고 여자 (2월 2일 방송)

입력 2013.01.31 (17:44) 수정 2013.01.3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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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한 시내버스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대생이 끝내 숨지면서 인도 사회가 분노로 들끓었다. 사건 이후 인도 전역에서는 대책 마련과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지만 시위가 잇따르는 중에도 인도 여성에 대한 성폭행 사건은 계속 발생했다. 역사적으로 천시와 억압의 대상이었던 인도 여성들은 21세기인 지금도 좀처럼 그 속박의 멍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성 위주의 사회, 가부장적 권위의식이 팽배한 가정구조와 힌두교적 전통이 만들어 낸 인도 여성의 고달픈 삶을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다.



 

성폭행, 가정 폭력 만연


 

 당국의 범죄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2분마다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너무 빈번하기 때문에 성폭행 사건은 언론에 보도조차 잘 되지 않는다. 성폭행에 대해 피해자를 탓하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실제 성폭행은 더욱 많을 것으로 인권 단체들은 보고 있다. 가정 폭력도 인도에서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2011년 인도 내 폭력 범죄 25만 건 중 성폭행을 포함한 여성 상대 범죄가 전체의 90%였다. 



 

‘딸 둘만 시집보내면 집안이 거덜 나...’ 결혼지참금 ’다우리‘



 

 인도에선 아버지가 딸 결혼식 때 평생 번 돈의 60%를 쓴다는 말까지 있다. 취재진은 성대한 결혼식이 열린 한 마을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5백 명 넘는 하객이 모인 하룻밤 결혼식에 2천만 원이 들었다. 인도 직장인 평균 월급은 30만 원 정도이다. 결혼식 비용은 모두 신부 측 부담. 그러나 신부 측을 짓누르는 건 다름 아닌 결혼지참금 ‘다우리’다. 다우리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 결혼식에서 신부 측은 패물과 값비싼 옷감 등 10여 가지 품목을 신랑 측에 전달했다. 예물과 별도로 결혼지참금으로 얼마를 줬는지를 묻자 신부 측은 입을 닫았다. ‘다우리 부담’ 때문에 가난한 집에선 딸을 짐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불법 태아 성감별을 통한 낙태가 흔하고 농촌 지역에선 태어난 딸을 살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회 통념에 가로막힌 여성의 사회 진출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여성들을 희롱하니까 여성이 식당에서 일하기엔 적절하지 않아요.” 뉴델리의 한 식당 주인의 말이다. 이곳 식당 종업원 20여 명 모두 남성이고, 여성이라곤 식당 주인 한 명뿐이다. 12억 인구 대국을 말해주듯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뉴델리 거리에서도 여성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여성이 집안에 머무는 걸 미덕으로 생각하는 통념 또한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 뿌리 깊은 힌두교적 전통



“여성들은 독자적으로 어느 것도 해서는 안 되며,

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벗어나려 해서도 안 된다.”



힌두교의 경전으로 불리는 인도 최초의 법전인 마누 법전에 명시된 글귀다. 2천 년이 넘은 이 율법서가 오늘날까지도 인도 여성을 옭아매고 있다. 여성 인권 단체들은 교육을 통한 의식 개조를 외치고 있지만 인도 정부는 이제야 여성 인권 보호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어떤 대책과 대안도 여성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 인도 여성들은 지금 사회 깊숙이 깔린 온갖 억압을 풀고 거리를 마음껏 활보하며 사는 모습을 그저 꿈꾸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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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1-31 17:44:07
    • 수정2013-01-31 22:44:04
    국제

 


 

지난해 12월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한 시내버스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대생이 끝내 숨지면서 인도 사회가 분노로 들끓었다. 사건 이후 인도 전역에서는 대책 마련과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지만 시위가 잇따르는 중에도 인도 여성에 대한 성폭행 사건은 계속 발생했다. 역사적으로 천시와 억압의 대상이었던 인도 여성들은 21세기인 지금도 좀처럼 그 속박의 멍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성 위주의 사회, 가부장적 권위의식이 팽배한 가정구조와 힌두교적 전통이 만들어 낸 인도 여성의 고달픈 삶을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다.



 

성폭행, 가정 폭력 만연


 

 당국의 범죄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2분마다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너무 빈번하기 때문에 성폭행 사건은 언론에 보도조차 잘 되지 않는다. 성폭행에 대해 피해자를 탓하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실제 성폭행은 더욱 많을 것으로 인권 단체들은 보고 있다. 가정 폭력도 인도에서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2011년 인도 내 폭력 범죄 25만 건 중 성폭행을 포함한 여성 상대 범죄가 전체의 90%였다. 



 

‘딸 둘만 시집보내면 집안이 거덜 나...’ 결혼지참금 ’다우리‘



 

 인도에선 아버지가 딸 결혼식 때 평생 번 돈의 60%를 쓴다는 말까지 있다. 취재진은 성대한 결혼식이 열린 한 마을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5백 명 넘는 하객이 모인 하룻밤 결혼식에 2천만 원이 들었다. 인도 직장인 평균 월급은 30만 원 정도이다. 결혼식 비용은 모두 신부 측 부담. 그러나 신부 측을 짓누르는 건 다름 아닌 결혼지참금 ‘다우리’다. 다우리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 결혼식에서 신부 측은 패물과 값비싼 옷감 등 10여 가지 품목을 신랑 측에 전달했다. 예물과 별도로 결혼지참금으로 얼마를 줬는지를 묻자 신부 측은 입을 닫았다. ‘다우리 부담’ 때문에 가난한 집에선 딸을 짐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불법 태아 성감별을 통한 낙태가 흔하고 농촌 지역에선 태어난 딸을 살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회 통념에 가로막힌 여성의 사회 진출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여성들을 희롱하니까 여성이 식당에서 일하기엔 적절하지 않아요.” 뉴델리의 한 식당 주인의 말이다. 이곳 식당 종업원 20여 명 모두 남성이고, 여성이라곤 식당 주인 한 명뿐이다. 12억 인구 대국을 말해주듯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뉴델리 거리에서도 여성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여성이 집안에 머무는 걸 미덕으로 생각하는 통념 또한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 뿌리 깊은 힌두교적 전통



“여성들은 독자적으로 어느 것도 해서는 안 되며,

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벗어나려 해서도 안 된다.”



힌두교의 경전으로 불리는 인도 최초의 법전인 마누 법전에 명시된 글귀다. 2천 년이 넘은 이 율법서가 오늘날까지도 인도 여성을 옭아매고 있다. 여성 인권 단체들은 교육을 통한 의식 개조를 외치고 있지만 인도 정부는 이제야 여성 인권 보호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어떤 대책과 대안도 여성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 인도 여성들은 지금 사회 깊숙이 깔린 온갖 억압을 풀고 거리를 마음껏 활보하며 사는 모습을 그저 꿈꾸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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