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시리아 군시설 폭격…5년 만에 공습

입력 2013.01.31 (23:52) 수정 2013.02.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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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으로 이동하던 시리아 군트럭도 공격…시리아 "2명 사망·5명 부상
러시아·이란·헤즈볼라, 이스라엘 비난

이스라엘이 31일(현지시간) 전투기를 동원해 시리아 영토에 있는 군 시설과 레바논으로 향하던 시리아 군용 차량 행렬을 폭격했다고 시리아 국영TV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에 들어가 직접 폭격을 가하기는 2007년 시리아 원자로를 공습한지 5년여만이다.

이에 따라 2년 가까이 벌어진 시리아 내전의 여파가 인접국 이스라엘, 레바논으로 미칠 지 주목된다.

◇이스라엘, 시리아 폭격…7명 사상 = 시리아 군당국은 30일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이날 새벽 영공을 침범해 들어온 뒤 억지력과 자위 능력 증강을 맡고 있는 과학 연구 센터를 직접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으로 현장 직원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고 군당국은 발표했다.

폭격을 당한 이 연구센터는 시리아의 비(非)재래식 무기 연구시설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또 자정을 조금 넘어선 시간대에 시리아와 레바논 국경 인근에서 무기 수송 트럭 행렬에 폭격을 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공습을 당한 군용 트럭 안에는 시리아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옮기려던 러시아제 SA-17 지대공 미사일이 실려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기습 공습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정부가 보유중인 화학무기가 내전 와중에 시리아 정권과 친밀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나 다른 무장세력에 넘어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을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고 일간 하레츠가 미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리아 군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반군을 지칭하며 "최근 몇 개월 동안 테러리스트들이 해당 시설을 장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또 시리아와 레바논 국경지대의 '헤몬 산악지대'를 레이더를 피해 저공 비행해 시리아 영토에 침입했다고 군당국은 설명했다.

시리아 국영 TV는 "전투기들이 해당 시설을 폭격해 대규모의 물질적 피해가 발생했으며 건물을 파괴하는 침략행위를 했다"고 보도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잠라야에 있는 이 연구 시설은 비(非) 재래식 무기와 관련된 연구 시설이라고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주민들은 로켓 6발이 시설에 명중해 건물이 부분적으로 파괴됐고 불이 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공격에 대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레바논 주재 시리아 대사는 시리아 정부가 (이스라엘에) 보복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는 구체적인 보복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이번 일이 이스라엘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된다면 2007년 9월 핵무기 개발용으로 의심되던 시리아 원자로를 공습한 이후 5년여 만에 다시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를 직접 공격한 사례가 된다.

레바논군은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이날 오전 2시 사이에 이스라엘 전투기가 레바논 영공을 16번 침범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의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 전투기의 자국 영공 침범이 거의 매일 이뤄져 왔지만, 전날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그의 축출을 추구하는 반군 사이의 내전이 약 2년간 이어지면서 시리아 정부가 보유 중인 화학무기가 시리아 정권과 친밀한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나 다른 무장세력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발생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헤즈볼라에 넘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SA-17 이동식 지대공미사일이 헤즈볼라의 손에 들어가면 시리아와 레바논에서의 항공 작전에 심각한 지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왔다.

중동 전문가들은 만약 지대공미사일이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옮겨지는 징후가 포착되면 이스라엘이 타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애초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향하던 군용 차량을 목표로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으나 시리아 군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대신 시리아 군당국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시리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행위를 교사하거나 그로 인한 이익을 얻는 것은 물론 직접 테러를 한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비난했다.

◇시리아 동맹인 이란·러시아·헤즈볼라, 이스라엘 비판 = 시리아의 동맹인 이란과 러시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시리아의 안정 회복을 막으려는 서방과 시오니스트(이스라엘)의 명백한 공격 행위"라고 밝혔다.

살레히 장관은 또 "시오니스트(이스라엘)와 테러 단체의 목표가 일치한다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또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전했다.

이란은 시아파 소수 종파인 알라위트파를 근간으로 한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외무부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사실이라면 이는 유엔 헌장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침공으로 지난 2년간 (이스라엘이) 진행해 온 시리아에 적대적인 음모론이 실체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도 이스라엘의 공습은 명백한 침략이자 주권 침해라고 비난했다.

나빌 알 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과거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에 침묵한 결과 또 다른 침략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은 이번 사건 직후 시리아와 국경 지대의 경비와 순찰을 대폭 강화했다.

유엔 레바논 임시주둔군(UNIFIL)은 전날 평소보다 많은 이스라엘 전투기의 비행이 있었다면서도 레바논과 시리아 사이에서 공격 행위가 이뤄졌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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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시리아 군시설 폭격…5년 만에 공습
    • 입력 2013-01-31 23:52:15
    • 수정2013-02-03 10:35:14
    연합뉴스
레바논으로 이동하던 시리아 군트럭도 공격…시리아 "2명 사망·5명 부상 러시아·이란·헤즈볼라, 이스라엘 비난 이스라엘이 31일(현지시간) 전투기를 동원해 시리아 영토에 있는 군 시설과 레바논으로 향하던 시리아 군용 차량 행렬을 폭격했다고 시리아 국영TV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에 들어가 직접 폭격을 가하기는 2007년 시리아 원자로를 공습한지 5년여만이다. 이에 따라 2년 가까이 벌어진 시리아 내전의 여파가 인접국 이스라엘, 레바논으로 미칠 지 주목된다. ◇이스라엘, 시리아 폭격…7명 사상 = 시리아 군당국은 30일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이날 새벽 영공을 침범해 들어온 뒤 억지력과 자위 능력 증강을 맡고 있는 과학 연구 센터를 직접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으로 현장 직원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고 군당국은 발표했다. 폭격을 당한 이 연구센터는 시리아의 비(非)재래식 무기 연구시설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또 자정을 조금 넘어선 시간대에 시리아와 레바논 국경 인근에서 무기 수송 트럭 행렬에 폭격을 가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공습을 당한 군용 트럭 안에는 시리아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옮기려던 러시아제 SA-17 지대공 미사일이 실려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기습 공습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정부가 보유중인 화학무기가 내전 와중에 시리아 정권과 친밀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나 다른 무장세력에 넘어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을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고 일간 하레츠가 미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리아 군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반군을 지칭하며 "최근 몇 개월 동안 테러리스트들이 해당 시설을 장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또 시리아와 레바논 국경지대의 '헤몬 산악지대'를 레이더를 피해 저공 비행해 시리아 영토에 침입했다고 군당국은 설명했다. 시리아 국영 TV는 "전투기들이 해당 시설을 폭격해 대규모의 물질적 피해가 발생했으며 건물을 파괴하는 침략행위를 했다"고 보도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잠라야에 있는 이 연구 시설은 비(非) 재래식 무기와 관련된 연구 시설이라고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주민들은 로켓 6발이 시설에 명중해 건물이 부분적으로 파괴됐고 불이 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공격에 대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레바논 주재 시리아 대사는 시리아 정부가 (이스라엘에) 보복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는 구체적인 보복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이번 일이 이스라엘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된다면 2007년 9월 핵무기 개발용으로 의심되던 시리아 원자로를 공습한 이후 5년여 만에 다시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를 직접 공격한 사례가 된다. 레바논군은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이날 오전 2시 사이에 이스라엘 전투기가 레바논 영공을 16번 침범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의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 전투기의 자국 영공 침범이 거의 매일 이뤄져 왔지만, 전날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그의 축출을 추구하는 반군 사이의 내전이 약 2년간 이어지면서 시리아 정부가 보유 중인 화학무기가 시리아 정권과 친밀한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나 다른 무장세력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발생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헤즈볼라에 넘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SA-17 이동식 지대공미사일이 헤즈볼라의 손에 들어가면 시리아와 레바논에서의 항공 작전에 심각한 지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왔다. 중동 전문가들은 만약 지대공미사일이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옮겨지는 징후가 포착되면 이스라엘이 타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애초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향하던 군용 차량을 목표로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으나 시리아 군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대신 시리아 군당국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시리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행위를 교사하거나 그로 인한 이익을 얻는 것은 물론 직접 테러를 한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비난했다. ◇시리아 동맹인 이란·러시아·헤즈볼라, 이스라엘 비판 = 시리아의 동맹인 이란과 러시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시리아의 안정 회복을 막으려는 서방과 시오니스트(이스라엘)의 명백한 공격 행위"라고 밝혔다. 살레히 장관은 또 "시오니스트(이스라엘)와 테러 단체의 목표가 일치한다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또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전했다. 이란은 시아파 소수 종파인 알라위트파를 근간으로 한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외무부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사실이라면 이는 유엔 헌장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침공으로 지난 2년간 (이스라엘이) 진행해 온 시리아에 적대적인 음모론이 실체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도 이스라엘의 공습은 명백한 침략이자 주권 침해라고 비난했다. 나빌 알 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과거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에 침묵한 결과 또 다른 침략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은 이번 사건 직후 시리아와 국경 지대의 경비와 순찰을 대폭 강화했다. 유엔 레바논 임시주둔군(UNIFIL)은 전날 평소보다 많은 이스라엘 전투기의 비행이 있었다면서도 레바논과 시리아 사이에서 공격 행위가 이뤄졌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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