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올림픽 ‘정직한 노력’ 안 하면 실격

입력 2013.02.01 (15:16) 수정 2013.02.01 (16: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스페셜올림픽에서는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승전을 치를 수 있도록 '디비저닝'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결과에 따라 결승 조를 결정할 수 있는 '디비저닝' 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속였다가는 실격당할 수 있다.

디비저닝 기록보다 결승 기록이 20% 이상 향상되면 디비저닝에서 '정직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 500m 4디비전 결승에서는 김연우가 1분28초6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이 얻은 첫 우승 기록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지 약 2시간30분 후에 발표된 최종 결과지에는 김연우의 이름 뒤에 'DQ - HE'라는 영어 약자가 표시됐다.

DQ는 실격(Disqualified)의 약자이며 HE는 정직한 노력(Honest Effort)의 약자다.

김연우는 지난달 30일 디비저닝 경기에서 1분58초47의 기록을 남겼고 비슷한 기록을 가진 3명의 선수와 함께 4디비전에 포함됐다.

같은 디비전에 포함된 만큼 선수들의 실력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지만 결승전의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김연우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독보적인 실력을 내보이며 먼저 골인했다.

2위 멜라니 파이프호퍼(오스트리아·1분37초36)보다 9초 가까이 앞섰다.

결승 성적만 놓고 보면 좋은 기록이었지만 자신의 예선 기록보다도 29초85(25%)나 빨라진 김연우는 예선에서 '정직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디비전 최하위인 4위로 처리됐다.

5디비전 결승에 출전한 김수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위보다 42초 빠른 1분36초35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와는 거의 한 바퀴 이상 차이가 났다.

자신의 디비저닝 기록(2분2초74)보다도 21% 이상 기록이 좋아졌다.

최종 결과지에는 김수정의 이름 뒤에 'DQ-HE'가 표시됐다.

조직위 경기운영본부의 변상득 빙상경기부장은 "이 규정은 수준별 경기를 위한 디비저닝이 공정하도록 마련된 규정"이라며 "결승에서 자신의 기록보다 20% 이상 좋아졌을 경우 심판진 회의 없이 바로 최하위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디비전 경기에서 실수하면 다시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이 규정을 어긴 선수들은 결승을 이미 치렀기 때문에 다시 기회를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수와 코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연우와 김수정이 모두 선수단 중에서도 실력이 있는 편인데 디비저닝 기록이 너무 늦다는 것이다.

김연우의 어머니는 "경쟁심이 강한 연우가 일부러 속도를 늦췄을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예선에서 심판진의 실수로 한 바퀴를 더 돈 것이 아니라면 1분59초에 가까운 기록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코치들이 예선 기록이 나오는 즉시 항의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을 지도한 대표팀의 김윤경 코치는 "과장을 조금 보태 이 선수들이 뒤로 스케이트를 탄다 해도 이런 예선 기록이 나올 수가 없지만 비디오 판독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심판의 판정이 나왔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스페셜올림픽 ‘정직한 노력’ 안 하면 실격
    • 입력 2013-02-01 15:16:56
    • 수정2013-02-01 16:57:52
    연합뉴스
스페셜올림픽에서는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승전을 치를 수 있도록 '디비저닝'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결과에 따라 결승 조를 결정할 수 있는 '디비저닝' 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속였다가는 실격당할 수 있다. 디비저닝 기록보다 결승 기록이 20% 이상 향상되면 디비저닝에서 '정직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 500m 4디비전 결승에서는 김연우가 1분28초6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이 얻은 첫 우승 기록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지 약 2시간30분 후에 발표된 최종 결과지에는 김연우의 이름 뒤에 'DQ - HE'라는 영어 약자가 표시됐다. DQ는 실격(Disqualified)의 약자이며 HE는 정직한 노력(Honest Effort)의 약자다. 김연우는 지난달 30일 디비저닝 경기에서 1분58초47의 기록을 남겼고 비슷한 기록을 가진 3명의 선수와 함께 4디비전에 포함됐다. 같은 디비전에 포함된 만큼 선수들의 실력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지만 결승전의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김연우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독보적인 실력을 내보이며 먼저 골인했다. 2위 멜라니 파이프호퍼(오스트리아·1분37초36)보다 9초 가까이 앞섰다. 결승 성적만 놓고 보면 좋은 기록이었지만 자신의 예선 기록보다도 29초85(25%)나 빨라진 김연우는 예선에서 '정직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디비전 최하위인 4위로 처리됐다. 5디비전 결승에 출전한 김수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위보다 42초 빠른 1분36초35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와는 거의 한 바퀴 이상 차이가 났다. 자신의 디비저닝 기록(2분2초74)보다도 21% 이상 기록이 좋아졌다. 최종 결과지에는 김수정의 이름 뒤에 'DQ-HE'가 표시됐다. 조직위 경기운영본부의 변상득 빙상경기부장은 "이 규정은 수준별 경기를 위한 디비저닝이 공정하도록 마련된 규정"이라며 "결승에서 자신의 기록보다 20% 이상 좋아졌을 경우 심판진 회의 없이 바로 최하위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디비전 경기에서 실수하면 다시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이 규정을 어긴 선수들은 결승을 이미 치렀기 때문에 다시 기회를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수와 코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연우와 김수정이 모두 선수단 중에서도 실력이 있는 편인데 디비저닝 기록이 너무 늦다는 것이다. 김연우의 어머니는 "경쟁심이 강한 연우가 일부러 속도를 늦췄을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예선에서 심판진의 실수로 한 바퀴를 더 돈 것이 아니라면 1분59초에 가까운 기록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코치들이 예선 기록이 나오는 즉시 항의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을 지도한 대표팀의 김윤경 코치는 "과장을 조금 보태 이 선수들이 뒤로 스케이트를 탄다 해도 이런 예선 기록이 나올 수가 없지만 비디오 판독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심판의 판정이 나왔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