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올림픽 “하루 500점 그리는 보람”

입력 2013.02.04 (08:27) 수정 2013.02.0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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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다리야."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에서 재능기부자로 나선 동양화가 김진호(65) 화백은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냈다.

사연을 물었더니 종일 서서 붓질하는 통에 밤에 다리가 아파서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김 화백은 개회식이 열린 지난달 29일부터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선수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수들을 격려하고 한국 문화도 알리라고 김 화백에게 재능기부를 부탁했다.

김 화백은 부채에 사군자를 담고 힘찬 필치로 한글 이름도 써넣는다.

그림의 인기는 폭발할 정도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그림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끊어질 때가 없다.

김 화백은 "30년 가까이 그림쟁이로 살면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루에 300∼500개점씩 그렸다고 하니 선수들에게 돌아간 작품이 수천 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선수나 선수 가족에게만 주고 있지만 선수들이 매일 자꾸 오는 바람에 일이 훨씬 많아졌다.

많이 그린다고 해서 가치를 대수롭지 않게 볼 수는 없다고 주변에서 누가 귀띔했다.

낙관을 찍지 않은 부채 그림이지만 돈으로 사려면 10만원 정도는 내야 할 것이라는 즉석 감정평가다.

김 화백은 대회가 중반을 넘어서자 손에도 힘이 빠진 듯했다.

그림은 김 화백이 직접 그리고 이름은 자원봉사자가 써주는 쪽으로 어쩔 수 없이 자기와 타협했다.

김 화백은 온몸이 쑤시지만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폐회 때까지 철수하지 않고 버티기로 했다.

그에게 유일한 아쉬움은 선수들과 얘기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화백은 "매, 난, 국, 죽은 각기 의미가 다르다"며 "대화를 통해 그 인물에게 걸맞은 희망을 담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하루에 50명 정도만 찾아왔다면 더 진솔한 선물이 됐을 것이라는 아쉬운 말이 이어졌다.

그는 사연을 물어볼 겨를이 없는 까닭에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일방적인 바람을 담아 부귀를 상징하는 목단을 많이 그려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회에는 엘리트 선수, 연주단원, 합창단원, 행사 사회자 등 체육, 문화행사에 재능기부자 수백명이 참여했다.

지적장애인 선수들이 선전할 힘을 불어넣고 그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해 편견을 바로잡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기부자들이 있어 대회의 의미가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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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셜올림픽 “하루 500점 그리는 보람”
    • 입력 2013-02-04 08:27:18
    • 수정2013-02-04 21:26:04
    연합뉴스
"아이고 다리야."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에서 재능기부자로 나선 동양화가 김진호(65) 화백은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냈다. 사연을 물었더니 종일 서서 붓질하는 통에 밤에 다리가 아파서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김 화백은 개회식이 열린 지난달 29일부터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선수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수들을 격려하고 한국 문화도 알리라고 김 화백에게 재능기부를 부탁했다. 김 화백은 부채에 사군자를 담고 힘찬 필치로 한글 이름도 써넣는다. 그림의 인기는 폭발할 정도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그림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끊어질 때가 없다. 김 화백은 "30년 가까이 그림쟁이로 살면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루에 300∼500개점씩 그렸다고 하니 선수들에게 돌아간 작품이 수천 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선수나 선수 가족에게만 주고 있지만 선수들이 매일 자꾸 오는 바람에 일이 훨씬 많아졌다. 많이 그린다고 해서 가치를 대수롭지 않게 볼 수는 없다고 주변에서 누가 귀띔했다. 낙관을 찍지 않은 부채 그림이지만 돈으로 사려면 10만원 정도는 내야 할 것이라는 즉석 감정평가다. 김 화백은 대회가 중반을 넘어서자 손에도 힘이 빠진 듯했다. 그림은 김 화백이 직접 그리고 이름은 자원봉사자가 써주는 쪽으로 어쩔 수 없이 자기와 타협했다. 김 화백은 온몸이 쑤시지만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폐회 때까지 철수하지 않고 버티기로 했다. 그에게 유일한 아쉬움은 선수들과 얘기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화백은 "매, 난, 국, 죽은 각기 의미가 다르다"며 "대화를 통해 그 인물에게 걸맞은 희망을 담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하루에 50명 정도만 찾아왔다면 더 진솔한 선물이 됐을 것이라는 아쉬운 말이 이어졌다. 그는 사연을 물어볼 겨를이 없는 까닭에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일방적인 바람을 담아 부귀를 상징하는 목단을 많이 그려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회에는 엘리트 선수, 연주단원, 합창단원, 행사 사회자 등 체육, 문화행사에 재능기부자 수백명이 참여했다. 지적장애인 선수들이 선전할 힘을 불어넣고 그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해 편견을 바로잡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기부자들이 있어 대회의 의미가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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