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뒤에서 감동 눈물 흘린 ‘아버지 사랑’

입력 2013.02.04 (14:37) 수정 2013.02.0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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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뭘 만날 보는 아들인데 굳이 맨 앞에서…."

기뻐하는 다른 선수의 가족들을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던 조건희(51) 씨는 아들이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자 은근슬쩍 시상대 앞으로 다가갔다.

조씨는 4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열린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크로스컨트리 1㎞ 프리스타일 종목에 출전해 우승한 조원상(21·수원장애인체육회)의 아버지다.

같은 날 열린 시상식. 조씨는 아들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까지 다가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팔을 높이 들어 인파 틈 사이로 사진을 찍었다.

아버지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누가 볼세라, 눈물이 흐르기 전에 얼른 훔쳐냈다. 그러고는 다시 뒤로 물러나 조금 멀리서 아들을 지켜봤다.

조씨의 아들 조원상은 이날 열린 크로스컨트리 1㎞ 남자 3디비전 결승에서 2분38초0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한 조원상은 지적장애인 수영에서도 우리나라에 적수가 없는 최강자다.

지난해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자유형 200m(S14·지적장애)에서 동메달을 땄다.

사실 조원상의 코치이자 트레이너 역할은 조원상의 어머니 김미자 씨가 전담한다.

지적장애인 스포츠선수 대부분이 어머니의 열정과 희생 덕에 운동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지원이 없으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다.

조원상의 어머니 김씨는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빠가 밖에서 돈 열심히 벌어다 준 덕분"이라며 웃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 조씨는 별말 없이 너털웃음을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조원상이 장애 진단을 받은 것은 4살 때.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늦은 조원상을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데려갔다.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판정받던 날 조씨는 혼자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반 친구들의 학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아들은 학교에서 "병신"이라고 놀림 받고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다.

아들이 "저 병신 아니잖아요"라고 물을 때면 학교에서 아들을 놀린 아이들을 찾아가 흠씬 두들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두 속으로 삭였다.

조원상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건축물 보수 업체를 운영하는 조씨가 벌어온 돈 대부분은 조원상을 위해 쓰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을 옮길 때도, 조원상의 학교나 수영장과 가까운 곳을 골랐다.

어머니 김씨가 조원상에게 얼마를 쓰든, 단 한 번도 화낸 적은 없었다.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조원상의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조원상이 사회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울 수만 있다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가도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조원상이 혼자 대학(중원대 레저스포츠학과)에 갈 수 있을 때까지 한 발짝 바깥에서 아들을 지켜봤다.

이날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온 조원상은 축하객들 사이에서 자신의 부모를 찾았다.

조원상이 먼저 찾은 것은 어머니였다. 아버지 조씨가 조원상의 팔을 툭 치며 "수고했다"고 말을 건넸다. 조원상은 "네" 한 마디로 대답했다.

조원상이 동료와 사진을 찍고 메달을 자랑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버지 조씨는 말했다.

"자랑스러워요. 제 역할이요? 이렇게 뒤에서 지켜봐 주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가슴으로 다 전해지는데 굳이 표현할 거 없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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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뒤에서 감동 눈물 흘린 ‘아버지 사랑’
    • 입력 2013-02-04 14:37:52
    • 수정2013-02-04 21:26:04
    연합뉴스
"에이, 뭘 만날 보는 아들인데 굳이 맨 앞에서…." 기뻐하는 다른 선수의 가족들을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던 조건희(51) 씨는 아들이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자 은근슬쩍 시상대 앞으로 다가갔다. 조씨는 4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열린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크로스컨트리 1㎞ 프리스타일 종목에 출전해 우승한 조원상(21·수원장애인체육회)의 아버지다. 같은 날 열린 시상식. 조씨는 아들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까지 다가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팔을 높이 들어 인파 틈 사이로 사진을 찍었다. 아버지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누가 볼세라, 눈물이 흐르기 전에 얼른 훔쳐냈다. 그러고는 다시 뒤로 물러나 조금 멀리서 아들을 지켜봤다. 조씨의 아들 조원상은 이날 열린 크로스컨트리 1㎞ 남자 3디비전 결승에서 2분38초0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한 조원상은 지적장애인 수영에서도 우리나라에 적수가 없는 최강자다. 지난해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자유형 200m(S14·지적장애)에서 동메달을 땄다. 사실 조원상의 코치이자 트레이너 역할은 조원상의 어머니 김미자 씨가 전담한다. 지적장애인 스포츠선수 대부분이 어머니의 열정과 희생 덕에 운동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지원이 없으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다. 조원상의 어머니 김씨는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빠가 밖에서 돈 열심히 벌어다 준 덕분"이라며 웃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 조씨는 별말 없이 너털웃음을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조원상이 장애 진단을 받은 것은 4살 때.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늦은 조원상을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 데려갔다.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판정받던 날 조씨는 혼자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반 친구들의 학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아들은 학교에서 "병신"이라고 놀림 받고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다. 아들이 "저 병신 아니잖아요"라고 물을 때면 학교에서 아들을 놀린 아이들을 찾아가 흠씬 두들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두 속으로 삭였다. 조원상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건축물 보수 업체를 운영하는 조씨가 벌어온 돈 대부분은 조원상을 위해 쓰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을 옮길 때도, 조원상의 학교나 수영장과 가까운 곳을 골랐다. 어머니 김씨가 조원상에게 얼마를 쓰든, 단 한 번도 화낸 적은 없었다.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조원상의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조원상이 사회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울 수만 있다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가도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조원상이 혼자 대학(중원대 레저스포츠학과)에 갈 수 있을 때까지 한 발짝 바깥에서 아들을 지켜봤다. 이날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온 조원상은 축하객들 사이에서 자신의 부모를 찾았다. 조원상이 먼저 찾은 것은 어머니였다. 아버지 조씨가 조원상의 팔을 툭 치며 "수고했다"고 말을 건넸다. 조원상은 "네" 한 마디로 대답했다. 조원상이 동료와 사진을 찍고 메달을 자랑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버지 조씨는 말했다. "자랑스러워요. 제 역할이요? 이렇게 뒤에서 지켜봐 주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가슴으로 다 전해지는데 굳이 표현할 거 없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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