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은 어떻게 충무로의 ‘흥행킹’이 됐나

입력 2013.02.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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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새로운 '흥행킹' 류승룡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이 뜨겁다.

그가 '딸바보'를 열연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이하 '7번방')이 8일 500만 관객을 넘었고 설 연휴 극장가를 접수할 태세다. 2011년 '최종병기 활'(748만)부터 '내 아내의 모든 것'(460만), '광해, 왕이 된 남자'(1천232만)에 이어 흥행 4연타, 관객수를 다 합치면 3천만 명이다. 바야흐로 충무로에 '류승룡 시대'가 열렸다.

그간 한국영화사를 주름잡은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같은 배우들이 30대 초·중반부터 충무로의 중심에서 활약한 데 비하면 올해 43세인 류승룡은 '흥행킹'의 자리에 늦게 오른 셈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을 스스로 "가을에 핀 꽃"으로 표현했다. 꽃을 피우기까지 봄, 여름을 지나오며 내공을 쌓았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학교 선후배·동기들과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다가 1998년부터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에 뛰어들었다. 1기 멤버로 5년 동안이나 활동하며 세계 각지의 공연장을 누볐다. 대사 없이 동작과 눈빛만으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야 했던 경험은 그의 눈빛을 자연스레 강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랜 무언극에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낀 그는 서울예대 1년 선배인 장진 감독과의 인연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들이게 된다.

'아는 여자'(2004)의 단역으로 출발해 '박수칠 때 떠나라'(2005)와 '거룩한 계보'(2006) 등 장 감독의 작품에 잇따라 출연하며 '장진 사단'으로 불렸다.

하지만, 장진 사단 시절 그의 연기력이 빛난 작품은 조연이었던 영화보다는 오히려 주연을 맡은 연극 '서툰 사람들'(2007)이었다. 어설픈 도둑 '장덕배' 역할을 맡아 코믹 연기를 열연한 그는 이 공연을 137회 전회 전석 매진으로 이끌어 대학로에 전설의 기록을 남겼다.

이즈음 그는 케이블채널 인기 드라마의 효시 격인 '별순검'(2007)의 주인공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얼굴을 알렸다. '별순검'의 수사반장 역으로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그는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와 더 굵직한 배역을 맡게 됐다.

'시크릿'(2009)과 '불신지옥'(2009), '베스트 셀러'(2010)에서 주연에 버금가는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다. 저예산 영화 '된장'(2010)의 주연을 거쳐 '평양성'(2011)부터는 원톱은 아니지만 상업영화의 주연급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2011년 여름 '최종병기 활'부터 그의 연기 인생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이 액션 사극 영화에서 그는 만주군 대장 역을 맡아 얼마 안 되는 만주어 대사와 눈빛만으로 '카리스마의 지존'이라 할 만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 주인공 박해일과 대결하는 악역이면서도 조카인 왕을 지극히 사랑하고 부하들을 아끼는 멋진 장군의 모습은 700만 관객의 뇌리에 류승룡이란 이름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곧이어 출연한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그의 매력은 폭발했다. 그가 연기한 마성의 카사노바 '장성기'는 한국영화사에서 다시 또 나올까 싶은 불세출의 캐릭터다. 젖소의 젖을 짜는 그의 손놀림은 장안의 화제가 됐고, 그의 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 하는 큰 이유가 됐다. 영화는 로맨틱코미디 장르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460만 관객을 모았고, 류승룡은 지난해 주요 영화상 시상식의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이어 지난 가을 1천200만 관객을 모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그는 절제된 '허균' 연기로 극의 무게를 잡아줬다. 그의 그림자 같은 연기는 주인공을 연기한 이병헌과 영화 전체를 돋보이게 했다.

이 세 작품으로 류승룡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와 호감은 치솟았고, 그는 감독들과 투자사의 러브콜을 받는 흥행 배우로 떠올랐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선보인 신작 '7번방의 선물'은 '흥행킹' 자리에 쐐기를 박았다.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모아 단숨에 손익분기점(170만 관객)을 넘긴 이 영화는 무서운 기세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17일 만에 500만 관객을 넘어설 연휴 동안 600만을 넘고 곧 700만 고지도 넘을 기세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제작비 100억 원대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라는 점이 영화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대목이다. 수익률로만 따지면 '도둑들'이나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누구라도 하기 어려운 정신지체 장애 연기를 소화해 흥행 '잭팟'을 터뜨린 그는 이제 투자·제작사들이 원하는 배우 캐스팅 0순위에 올랐다.

류승룡의 개런티는 아직 송강호, 김윤석 급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이들을 따라잡을 거라고 영화인들은 보고 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류승룡은 최근 찍는 작품마다 족족 잘 되고 있기 때문에 함께 하고 싶어하는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줄을 서있다"며 "계약할 때마다 개런티가 몇천만 원씩 계속 오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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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승룡은 어떻게 충무로의 ‘흥행킹’이 됐나
    • 입력 2013-02-09 09:59:38
    연합뉴스
충무로의 새로운 '흥행킹' 류승룡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이 뜨겁다. 그가 '딸바보'를 열연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이하 '7번방')이 8일 500만 관객을 넘었고 설 연휴 극장가를 접수할 태세다. 2011년 '최종병기 활'(748만)부터 '내 아내의 모든 것'(460만), '광해, 왕이 된 남자'(1천232만)에 이어 흥행 4연타, 관객수를 다 합치면 3천만 명이다. 바야흐로 충무로에 '류승룡 시대'가 열렸다. 그간 한국영화사를 주름잡은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같은 배우들이 30대 초·중반부터 충무로의 중심에서 활약한 데 비하면 올해 43세인 류승룡은 '흥행킹'의 자리에 늦게 오른 셈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을 스스로 "가을에 핀 꽃"으로 표현했다. 꽃을 피우기까지 봄, 여름을 지나오며 내공을 쌓았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학교 선후배·동기들과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다가 1998년부터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에 뛰어들었다. 1기 멤버로 5년 동안이나 활동하며 세계 각지의 공연장을 누볐다. 대사 없이 동작과 눈빛만으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야 했던 경험은 그의 눈빛을 자연스레 강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랜 무언극에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낀 그는 서울예대 1년 선배인 장진 감독과의 인연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들이게 된다. '아는 여자'(2004)의 단역으로 출발해 '박수칠 때 떠나라'(2005)와 '거룩한 계보'(2006) 등 장 감독의 작품에 잇따라 출연하며 '장진 사단'으로 불렸다. 하지만, 장진 사단 시절 그의 연기력이 빛난 작품은 조연이었던 영화보다는 오히려 주연을 맡은 연극 '서툰 사람들'(2007)이었다. 어설픈 도둑 '장덕배' 역할을 맡아 코믹 연기를 열연한 그는 이 공연을 137회 전회 전석 매진으로 이끌어 대학로에 전설의 기록을 남겼다. 이즈음 그는 케이블채널 인기 드라마의 효시 격인 '별순검'(2007)의 주인공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얼굴을 알렸다. '별순검'의 수사반장 역으로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그는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와 더 굵직한 배역을 맡게 됐다. '시크릿'(2009)과 '불신지옥'(2009), '베스트 셀러'(2010)에서 주연에 버금가는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다. 저예산 영화 '된장'(2010)의 주연을 거쳐 '평양성'(2011)부터는 원톱은 아니지만 상업영화의 주연급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2011년 여름 '최종병기 활'부터 그의 연기 인생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이 액션 사극 영화에서 그는 만주군 대장 역을 맡아 얼마 안 되는 만주어 대사와 눈빛만으로 '카리스마의 지존'이라 할 만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 주인공 박해일과 대결하는 악역이면서도 조카인 왕을 지극히 사랑하고 부하들을 아끼는 멋진 장군의 모습은 700만 관객의 뇌리에 류승룡이란 이름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곧이어 출연한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그의 매력은 폭발했다. 그가 연기한 마성의 카사노바 '장성기'는 한국영화사에서 다시 또 나올까 싶은 불세출의 캐릭터다. 젖소의 젖을 짜는 그의 손놀림은 장안의 화제가 됐고, 그의 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 하는 큰 이유가 됐다. 영화는 로맨틱코미디 장르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460만 관객을 모았고, 류승룡은 지난해 주요 영화상 시상식의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이어 지난 가을 1천200만 관객을 모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그는 절제된 '허균' 연기로 극의 무게를 잡아줬다. 그의 그림자 같은 연기는 주인공을 연기한 이병헌과 영화 전체를 돋보이게 했다. 이 세 작품으로 류승룡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와 호감은 치솟았고, 그는 감독들과 투자사의 러브콜을 받는 흥행 배우로 떠올랐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선보인 신작 '7번방의 선물'은 '흥행킹' 자리에 쐐기를 박았다.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모아 단숨에 손익분기점(170만 관객)을 넘긴 이 영화는 무서운 기세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17일 만에 500만 관객을 넘어설 연휴 동안 600만을 넘고 곧 700만 고지도 넘을 기세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제작비 100억 원대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라는 점이 영화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대목이다. 수익률로만 따지면 '도둑들'이나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누구라도 하기 어려운 정신지체 장애 연기를 소화해 흥행 '잭팟'을 터뜨린 그는 이제 투자·제작사들이 원하는 배우 캐스팅 0순위에 올랐다. 류승룡의 개런티는 아직 송강호, 김윤석 급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이들을 따라잡을 거라고 영화인들은 보고 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류승룡은 최근 찍는 작품마다 족족 잘 되고 있기 때문에 함께 하고 싶어하는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줄을 서있다"며 "계약할 때마다 개런티가 몇천만 원씩 계속 오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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