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세계 최초 ‘나라 전체 유기농 전환’ 선언

입력 2013.02.12 (11:08) 수정 2013.02.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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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 동쪽의 소국 부탄이 세계 최초로 자국 농업 전체를 유기농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 온라인판 보도에 따르면 인구 120만명인 부탄은 앞으로 살충제와 제초제 판매를 금지하고 농경에 자체 축력을 의존하며 농가 부산물을 퇴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입헌군주국인 부탄 정부는 유기농으로 완전히 전환하더라도 생산이 위축되기는 커녕 더 증대되고 고품질 유기농산물 수출로 이웃 인도, 중국 등에서 틈새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주 인도 델리에서 열린 연례 지속가능개발 콘퍼런스에 참석한 부탄의 페마 기암초 농림업 장관은 이번 유기농 전환 결정이 실용적이면서도 철학적 이유에 기초했다고 설명했다.

기암초 장관은 "우리나라는 산악 지대가 대부분이라 (농약 같은) 화학제품을 사용하면 물과 식물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농사 방식이 거의 다 전통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대체로 유기농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우리는 불교를 신봉하는 나라로서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지향한다"면서 "동물도 살 권리가 있고 식물과 곤충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부탄은 국민의 행복도 경제활동 산정에 포함시키는 이른바 '국가총행복'(GNH) 지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유기농 전환 조치로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식물의 행복도 증진시키겠다는 셈이다.

다른 대부분의 각료처럼 자신도 농부인 기암초 장관은 부탄 중부 붐상 출신으로 뉴질랜드와 스위스에서 서구식 농사 기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유기농으로 가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당장 내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마감 시한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대신 지역별로, 작물별로 유기농 전환을 점차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농부들은 최근 수 년간 기후 온난화와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그동안 재래식 유기농을 고집하던 농가도 화학제품을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정부의 유기농 전환 방침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부탄 동남부 농업 지대 파로의 농업 지도관인 린젠 왕축은 "유기농 전환 방침을 듣긴 했는데, 충분한 생산량 유지라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면서 "이상고온으로 고추가 온통 병해충에 시달리고 과거보다 비료를 더 써도 잘 안 먹힌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암초 농림업 장관은 작물이 필요로 하는 수량과 모종을 내다 심는 시기를 맞추는 '지속가능 뿌리 강화'(SRI) 농법 같은 체계를 도입하면 화학제품없이도 유기농 생산을 배로 늘릴 수 있다면서 낙관적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이어 "우린 화석연료도 없고 핵발전도 하지 않지만 충분히 쓰고도 남을 3만메가와트(㎿)의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강으로 축복받았다"면서 "중요한 건 미래로, 정부가 지금 대담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유기농 전환을 옹호했다.

부탄은 인구의 95%가 깨끗한 물과 전기를 누리며 국토의 80%가 삼림지대로 소각해도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지 않는 '탄소 중립' 국가이자 식품이 안전한 나라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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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탄, 세계 최초 ‘나라 전체 유기농 전환’ 선언
    • 입력 2013-02-12 11:08:27
    • 수정2013-02-12 19:07:59
    연합뉴스
히말라야 산맥 동쪽의 소국 부탄이 세계 최초로 자국 농업 전체를 유기농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 온라인판 보도에 따르면 인구 120만명인 부탄은 앞으로 살충제와 제초제 판매를 금지하고 농경에 자체 축력을 의존하며 농가 부산물을 퇴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입헌군주국인 부탄 정부는 유기농으로 완전히 전환하더라도 생산이 위축되기는 커녕 더 증대되고 고품질 유기농산물 수출로 이웃 인도, 중국 등에서 틈새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주 인도 델리에서 열린 연례 지속가능개발 콘퍼런스에 참석한 부탄의 페마 기암초 농림업 장관은 이번 유기농 전환 결정이 실용적이면서도 철학적 이유에 기초했다고 설명했다. 기암초 장관은 "우리나라는 산악 지대가 대부분이라 (농약 같은) 화학제품을 사용하면 물과 식물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농사 방식이 거의 다 전통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대체로 유기농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우리는 불교를 신봉하는 나라로서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지향한다"면서 "동물도 살 권리가 있고 식물과 곤충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부탄은 국민의 행복도 경제활동 산정에 포함시키는 이른바 '국가총행복'(GNH) 지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유기농 전환 조치로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식물의 행복도 증진시키겠다는 셈이다. 다른 대부분의 각료처럼 자신도 농부인 기암초 장관은 부탄 중부 붐상 출신으로 뉴질랜드와 스위스에서 서구식 농사 기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유기농으로 가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당장 내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마감 시한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대신 지역별로, 작물별로 유기농 전환을 점차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농부들은 최근 수 년간 기후 온난화와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그동안 재래식 유기농을 고집하던 농가도 화학제품을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정부의 유기농 전환 방침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부탄 동남부 농업 지대 파로의 농업 지도관인 린젠 왕축은 "유기농 전환 방침을 듣긴 했는데, 충분한 생산량 유지라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면서 "이상고온으로 고추가 온통 병해충에 시달리고 과거보다 비료를 더 써도 잘 안 먹힌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암초 농림업 장관은 작물이 필요로 하는 수량과 모종을 내다 심는 시기를 맞추는 '지속가능 뿌리 강화'(SRI) 농법 같은 체계를 도입하면 화학제품없이도 유기농 생산을 배로 늘릴 수 있다면서 낙관적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이어 "우린 화석연료도 없고 핵발전도 하지 않지만 충분히 쓰고도 남을 3만메가와트(㎿)의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강으로 축복받았다"면서 "중요한 건 미래로, 정부가 지금 대담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유기농 전환을 옹호했다. 부탄은 인구의 95%가 깨끗한 물과 전기를 누리며 국토의 80%가 삼림지대로 소각해도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지 않는 '탄소 중립' 국가이자 식품이 안전한 나라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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