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4번 추억’ 류현진, 타격 실력 보자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쥔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타구를 펜스 너머로 날려보낼 수 있을까.

류현진의 소속팀 다저스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에 속해 있다. 타격에만 전념하는 지명 타자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저스의 3~4선발 투수로 예상되는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지는 훈련과 더불어 타격 연습도 병행해야 한다.

주로 9번 타순에서 번트를 대 상위 타순으로 득점 찬스를 연결하는 노릇을 하나 때에 따라서는 기습 스윙으로 상대팀의 허점을 뚫고 직접 타점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2006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입단 후 한 번도 타석에 들어서지 않은 류현진은 에이스라면 누구나 그렇듯 인천 동산고 시절 4번 타자로 활약했다.

왼손으로 공을 던지지만 타석에서는 오른쪽에 들어선다.

대한야구협회에 올라온 그의 고교 시절 타격 기록을 보면 꽤 쓸만한 방망이 실력을 갖추고 있다.

류현진의 고교 시절 통산 타율은 0.295(61타수18안타)로 양호한 편이다.

팔꿈치 수술을 한 2학년 때를 제외하고 1,3학년 때 전국 대회에서 방망이로도 이름값을 했다.

1학년인 2003년 4개 전국 대회에서 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15타수4안타)을 기록한 그는 3학년 때 만개한 타격감각을 뽐냈다.

청룡기대회 본선 4경기에서 타율 0.389(18타수7안타), 7득점을 수확하며 펄펄 날았다.

그해 전국대회 11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타율 0.304(46타수14안타)다.

비록 고교 시절이긴 하나 통산 3할의 출루율(0.386), 4할의 장타율(0.459)을 기록했을 정도로 선구안과 파괴력을 겸비했다.

2010년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 특별 이벤트로 참가한 류현진은 팀 동료 신경현이 던져주는 배팅볼을 받아쳐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홈런을 뽑아내는 등 깨끗한 안타 4개를 몰아치며 숨겨둔 타격 실력을 뽐냈다.

역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투수 중 타격 실력을 인정받은 이는 박찬호(40)다.

빅리그에서 17년을 뛴 박찬호는 통산 타율 0.179(430타수77안타), 31타점을 기록했다.

허리를 완벽하게 돌리는 풀 스윙이 인상적인 그는 다저스에서 뛰던 2000년 2개,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2009년 1개 등 총 3방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다저스 주전급 투수 중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가장 높은 타율 0.207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투수들은 '본업'에 충실했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서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끝낸 뒤 "7년 만에 방망이를 쥐는 터라 시즌 초반에는 공을 잘 못 칠 것 같다"면서 타격감각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