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하며 버티던 이동흡 결국 사퇴하기까지

입력 2013.02.13 (20:42) 수정 2013.02.1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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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 등 잇단 의혹 제기…특정업무경비 유용 '결정타'
국회 표결 등 반전 노리다 1차 조각 발표되자 낙마 택한 듯


이동흡(62·사법연수원 5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지난달 3일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소장 후보로 지명된 직후부터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초기에는 이 전 후보자의 법관 시절 판결과 헌법재판관 때 내린 결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던 점이 주로 지적됐다.

이 전 후보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합헌 의견을 냈다.

판사로 재직할 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계열사에 100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사건을 맡아 과징금 대부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정부와 기업에는 친화적인 반면 기본권 보장이나 표현의 자유 등에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후 논란은 그의 보수적 성향에서 여러 가지 부적절한 처신으로 옮겨갔다.

먼저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기존 아파트에 살면서 새로 분양받은 분당 정자동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위장 전입신고를 한 사실이 들통났다.

이 후보자는 당시 고등학생이던 두 딸의 학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본인만 분당으로 주소지를 옮겼다고 해명했으나 분당아파트의 분양 계약사항인 실거주 조건을 위반한 사실이 추가로 들통났다.

이어 헌재 내부에서조차 부정적인 목소리가 새어 나오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 후보자가 수원지법원장 시절 대기업 계열사에서 경품 협찬을 받으려 했다는 의혹은 '법원 밖으로 소문이 났던 유명한 일화'라는 말을 통해 전해졌다.

또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직원들을 사실상 강제로 참석하게 했고, 헌재 연구관들이 헌재 선고와 관련한 선례를 보고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선례는 버리곤 했다는 폭로도 터져 나왔다.

갖가지 의혹이 쏟아지자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장담했지만 도리어 인사청문회는 그에게 치명상을 안겼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매달 200만∼500만원씩 받은 특정업무경비를 자신의 개인 계좌에 입금했고 이 돈의 일부가 개인 경조사비나 보험료 등으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일부는 단기투자상품인 MMF 계좌로 들어간 사실이 드러나 특정업무경비를 투자금 불리기에 썼다는 시선까지 받았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를 횡령한 것이라며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이전에 형사 고발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 청문위원 중에서도 일부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결국,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고 참여연대는 특정업무경비 횡령 혐의로 이 후보자를 고발하기도 했다.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된 탓에 국회의장이 헌재소장 임명 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더라도 표결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사실상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 외에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만일 이대로 사퇴한다면 제기된 의혹을 모두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그는 언론은 물론 헌재 관계자와도 연락을 끊는 등 공식적으로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으나 일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정치권의 지인들에게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까지 반전을 노리던 이 후보자는 지명 41일 만에 결국 보도자료 형식을 빌어 헌재를 통해 사퇴의 변을 적은 이메일을 돌렸다.

그는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오늘자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이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면 임기를 불과 10일 남짓 남겨둔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차기 정부의 출범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날 박근혜 정부의 1차 조각이 마무리 된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차기 정부의 총리 후보자와 주요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는 상황에서 자신만 계속 버텨봤자 국회 표결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비난 가능성만 더 커진다고 보고 낙마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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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칩거하며 버티던 이동흡 결국 사퇴하기까지
    • 입력 2013-02-13 20:42:02
    • 수정2013-02-13 20:42:33
    연합뉴스
위장전입 등 잇단 의혹 제기…특정업무경비 유용 '결정타' 국회 표결 등 반전 노리다 1차 조각 발표되자 낙마 택한 듯 이동흡(62·사법연수원 5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지난달 3일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소장 후보로 지명된 직후부터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초기에는 이 전 후보자의 법관 시절 판결과 헌법재판관 때 내린 결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던 점이 주로 지적됐다. 이 전 후보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합헌 의견을 냈다. 판사로 재직할 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계열사에 100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사건을 맡아 과징금 대부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정부와 기업에는 친화적인 반면 기본권 보장이나 표현의 자유 등에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후 논란은 그의 보수적 성향에서 여러 가지 부적절한 처신으로 옮겨갔다. 먼저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기존 아파트에 살면서 새로 분양받은 분당 정자동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위장 전입신고를 한 사실이 들통났다. 이 후보자는 당시 고등학생이던 두 딸의 학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본인만 분당으로 주소지를 옮겼다고 해명했으나 분당아파트의 분양 계약사항인 실거주 조건을 위반한 사실이 추가로 들통났다. 이어 헌재 내부에서조차 부정적인 목소리가 새어 나오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 후보자가 수원지법원장 시절 대기업 계열사에서 경품 협찬을 받으려 했다는 의혹은 '법원 밖으로 소문이 났던 유명한 일화'라는 말을 통해 전해졌다. 또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직원들을 사실상 강제로 참석하게 했고, 헌재 연구관들이 헌재 선고와 관련한 선례를 보고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선례는 버리곤 했다는 폭로도 터져 나왔다. 갖가지 의혹이 쏟아지자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장담했지만 도리어 인사청문회는 그에게 치명상을 안겼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매달 200만∼500만원씩 받은 특정업무경비를 자신의 개인 계좌에 입금했고 이 돈의 일부가 개인 경조사비나 보험료 등으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일부는 단기투자상품인 MMF 계좌로 들어간 사실이 드러나 특정업무경비를 투자금 불리기에 썼다는 시선까지 받았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를 횡령한 것이라며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이전에 형사 고발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 청문위원 중에서도 일부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결국,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고 참여연대는 특정업무경비 횡령 혐의로 이 후보자를 고발하기도 했다.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된 탓에 국회의장이 헌재소장 임명 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더라도 표결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사실상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 외에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만일 이대로 사퇴한다면 제기된 의혹을 모두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그는 언론은 물론 헌재 관계자와도 연락을 끊는 등 공식적으로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으나 일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정치권의 지인들에게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까지 반전을 노리던 이 후보자는 지명 41일 만에 결국 보도자료 형식을 빌어 헌재를 통해 사퇴의 변을 적은 이메일을 돌렸다. 그는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오늘자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이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면 임기를 불과 10일 남짓 남겨둔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차기 정부의 출범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날 박근혜 정부의 1차 조각이 마무리 된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차기 정부의 총리 후보자와 주요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는 상황에서 자신만 계속 버텨봤자 국회 표결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비난 가능성만 더 커진다고 보고 낙마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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