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종지부 찍은 ‘안기부 X파일’ 사건

입력 2013.02.14 (19:08) 수정 2013.02.1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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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사법처리로 끝나…떡값검사 로비는 실체 못밝혀
법원, 보도자료 배포·인터넷 게재 파급효과 달리 판단


지난 2005년 존재 사실이 처음 공개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14일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노회찬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로 8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X파일 내용 중 일부인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노 의원은 총 다섯 번의 재판 끝에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보도자료는 면책특권, 인터넷 게재는 불법' = 노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허위사실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법도청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배포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를 무죄로 봤다.

X파일 녹취록 내용은 1997년 추석 무렵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전·현직 검사에게 '떡값'을 돌릴 계획을 논의한 것이었다.

검찰은 실제 금품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노 의원이 떡값이 전달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또 녹취록에는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의 실명이 거론된 적이 없는데도 노 의원은 보도자료에 안 전 지검장의 실명을 적시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부산에서 올라온 내 1년 선배인 서울 온 2차장'이라는 홍 사장의 대화 내용에 비춰보면 그 표현이 안 전 검사장을 지칭했음을 일반인이라도 쉽게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녹취록 내용과 여러 사정을 종합해볼 때 통상의 합리성과 이성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삼성그룹이 녹취록 내용대로 검사들에게 금품을 지급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봤다.

불법 도청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는다고 보고 공소기각했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행위는 면책특권을 적용할 수 없어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했다.

국회 발언 전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행위는 대상이 한정돼 있고 보도자료를 받은 언론사가 각자 책임하에 선별해 게재하는 데 반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면 일반인에게 여과없이 전달된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또 당시 도청자료의 일부 내용이 이미 언론에 공개됐더라도 노 의원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검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적시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안기부 X파일의 실체라고 할 수 있는 삼성그룹의 정치권 및 검찰 고위직 로비 의혹은 오랜 수사·재판 과정을 통해서도 전혀 밝혀진 게 없다.

검찰이 삼성그룹 관계자와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인사들을 전원 무혐의 처분한 데다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도 이 부분의 실체가 드러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안기부 X파일 사건은 일부 내용을 공개한 노 의원만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의혹을 그대로 안은 채로 마무리된 셈이다.

◇안기부 X파일이란 =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사장의 대화를 불법 도청한 테이프를 말한다.

파일 녹취록에는 이 부회장과 홍 회장이 특정 대선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나눴던 대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두 인사가 추석을 앞두고 전·현직 검찰 간부들에게 줄 떡값을 논의했고 여기에 전·현직 검찰간부 10명에게 500만~2천만원씩 나눠주기로 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도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노 의원은 자신이 직접 녹취 테이프를 들었다며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 7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검찰은 공소시효와 징계시효가 이미 지났다며 떡값 수수 의혹 검사들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으나 이들 중 일부는 스스로 사임했다.

안강민·김진환 전 검사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노 의원을 고소하는 한편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민사소송 1심에서 노 의원은 김진환 전 지검장에게 3천만원, 안강민 전 지검장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2심에서는 노 의원 승소로 결과가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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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 만에 종지부 찍은 ‘안기부 X파일’ 사건
    • 입력 2013-02-14 19:08:51
    • 수정2013-02-14 19:09:45
    연합뉴스
노회찬 사법처리로 끝나…떡값검사 로비는 실체 못밝혀 법원, 보도자료 배포·인터넷 게재 파급효과 달리 판단 지난 2005년 존재 사실이 처음 공개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14일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노회찬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로 8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X파일 내용 중 일부인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노 의원은 총 다섯 번의 재판 끝에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보도자료는 면책특권, 인터넷 게재는 불법' = 노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허위사실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법도청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배포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를 무죄로 봤다. X파일 녹취록 내용은 1997년 추석 무렵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전·현직 검사에게 '떡값'을 돌릴 계획을 논의한 것이었다. 검찰은 실제 금품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노 의원이 떡값이 전달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또 녹취록에는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의 실명이 거론된 적이 없는데도 노 의원은 보도자료에 안 전 지검장의 실명을 적시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부산에서 올라온 내 1년 선배인 서울 온 2차장'이라는 홍 사장의 대화 내용에 비춰보면 그 표현이 안 전 검사장을 지칭했음을 일반인이라도 쉽게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녹취록 내용과 여러 사정을 종합해볼 때 통상의 합리성과 이성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삼성그룹이 녹취록 내용대로 검사들에게 금품을 지급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봤다. 불법 도청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는다고 보고 공소기각했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행위는 면책특권을 적용할 수 없어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했다. 국회 발언 전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행위는 대상이 한정돼 있고 보도자료를 받은 언론사가 각자 책임하에 선별해 게재하는 데 반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면 일반인에게 여과없이 전달된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또 당시 도청자료의 일부 내용이 이미 언론에 공개됐더라도 노 의원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검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적시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안기부 X파일의 실체라고 할 수 있는 삼성그룹의 정치권 및 검찰 고위직 로비 의혹은 오랜 수사·재판 과정을 통해서도 전혀 밝혀진 게 없다. 검찰이 삼성그룹 관계자와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인사들을 전원 무혐의 처분한 데다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도 이 부분의 실체가 드러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안기부 X파일 사건은 일부 내용을 공개한 노 의원만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의혹을 그대로 안은 채로 마무리된 셈이다. ◇안기부 X파일이란 =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사장의 대화를 불법 도청한 테이프를 말한다. 파일 녹취록에는 이 부회장과 홍 회장이 특정 대선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나눴던 대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두 인사가 추석을 앞두고 전·현직 검찰 간부들에게 줄 떡값을 논의했고 여기에 전·현직 검찰간부 10명에게 500만~2천만원씩 나눠주기로 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도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노 의원은 자신이 직접 녹취 테이프를 들었다며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 7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검찰은 공소시효와 징계시효가 이미 지났다며 떡값 수수 의혹 검사들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으나 이들 중 일부는 스스로 사임했다. 안강민·김진환 전 검사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노 의원을 고소하는 한편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민사소송 1심에서 노 의원은 김진환 전 지검장에게 3천만원, 안강민 전 지검장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2심에서는 노 의원 승소로 결과가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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