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진 프로농구? 경기 제도 개선 시급

입력 2013.02.15 (11:01) 수정 2013.02.1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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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농구에서는 당장 올해 성적보다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더 염두에 둔 일부 팀들의 행태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6강에 진출해 플레이오프에서 상위권 팀들의 들러리를 서느니 차라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뽑을 확률이 23.5%씩 주어지는 7~10위로 내려가겠다는 팀들이 '김빠진 리그'의 주범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는 경희대를 대학 최강으로 이끈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등 '빅3'가 나온다.

따라서 이번 시즌 중·하위권 팀들은 올 한해를 쉬어 가더라도 다음 시즌에 국내 신인과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얻는다면 단숨에 우승을 노릴 수 있다는 주판알을 튕기는 상황이다.

또 올해 대학농구에서 경희대와 '2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고려대의 이승현, 이종현 등이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때도 이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KBL에서는 최근 '프로농구 경기력 강화를 위한 입장'을 발표하고 "현행 드래프트 방식을 개선하는 등 다각적인 부분에서 경기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농구계에서는 드래프트 방식과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등을 바꾸는 것이 이런 '플레이오프 탈락 경쟁'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프로농구는 남녀 할 것 없이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가 팀을 옮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FA 제도를 갖고 있다.

선수가 아무리 팀을 옮기고 싶어도 구단에서 샐러리캡의 30%를 준다고 하면 그 선수는 무조건 팀에 잔류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전년도 연봉 순위 30위 이내의 선수를 FA로 영입하려면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기 때문에 각 팀의 주전급 선수들의 FA를 통한 이적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상급 선수를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기만 하면 구단에서 먼저 내치지 않는 이상 최소한 10년 이상 구단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에 지금처럼 '올인' 하는 모양새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FA를 통한 이적이 활발해진다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선수를 데려올 방법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거꾸로 경쟁'이 나올 가능성은 줄어든다.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서는 축구가 FA 이적이 가장 자유로운 편이다.

프로축구는 2005년 이후 입단 선수 기준으로 계약 기간만 끝나면 아무런 조건 없이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있다.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해당 선수의 전 소속팀에 선수의 전년도 기본 급여만 보상금으로 주면 된다. 그마저도 최대 3억원으로 묶어놨다.

물론 저변이 넓고 선수 한 명이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축구의 예를 농구에 곧바로 대입하기는 어렵겠지만 프로농구에서 FA 이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참고할 만하다.

드래프트 방식 자체도 바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프로농구는 예전에 전년도 최하위인 10위 팀에 1순위 지명권 확률 40%를 주고 9위-30%, 8위-20%, 7위-10%로 차등 지급을 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꼴지 경쟁이 붙는 폐단이 나오면서 7~10위에 똑같이 25%씩 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7위 이하로 내려가려는 경쟁이 올해처럼 생기면서 아예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간 두 팀을 제외한 8개 팀에 똑같은 확률을 주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는 지금처럼 직전 시즌 성적만 따질 것이 아니라 최근 3개 시즌 정도의 성적을 합산해 하위 4개 팀에 동일한 지명권 확률을 주는 제도의 재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서울 삼성은 전년도에는 4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이전 3개년도 성적을 합산해 드래프트 순위를 정한다는 당시 규칙에 따라 전체 1순위를 얻어 이규섭을 지명한 사례가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금은 KBL에서 수익 분담금을 10개 구단에 똑같이 지급하지만 이것을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예전에 프로농구가 '평준화'를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면 지금은 리그의 질이 떨어지고 인기가 하락하는 것을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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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빠진 프로농구? 경기 제도 개선 시급
    • 입력 2013-02-15 11:01:16
    • 수정2013-02-15 22: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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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농구에서는 당장 올해 성적보다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더 염두에 둔 일부 팀들의 행태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6강에 진출해 플레이오프에서 상위권 팀들의 들러리를 서느니 차라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뽑을 확률이 23.5%씩 주어지는 7~10위로 내려가겠다는 팀들이 '김빠진 리그'의 주범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는 경희대를 대학 최강으로 이끈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등 '빅3'가 나온다. 따라서 이번 시즌 중·하위권 팀들은 올 한해를 쉬어 가더라도 다음 시즌에 국내 신인과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얻는다면 단숨에 우승을 노릴 수 있다는 주판알을 튕기는 상황이다. 또 올해 대학농구에서 경희대와 '2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고려대의 이승현, 이종현 등이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때도 이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KBL에서는 최근 '프로농구 경기력 강화를 위한 입장'을 발표하고 "현행 드래프트 방식을 개선하는 등 다각적인 부분에서 경기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농구계에서는 드래프트 방식과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등을 바꾸는 것이 이런 '플레이오프 탈락 경쟁'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프로농구는 남녀 할 것 없이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가 팀을 옮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FA 제도를 갖고 있다. 선수가 아무리 팀을 옮기고 싶어도 구단에서 샐러리캡의 30%를 준다고 하면 그 선수는 무조건 팀에 잔류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전년도 연봉 순위 30위 이내의 선수를 FA로 영입하려면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기 때문에 각 팀의 주전급 선수들의 FA를 통한 이적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상급 선수를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기만 하면 구단에서 먼저 내치지 않는 이상 최소한 10년 이상 구단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에 지금처럼 '올인' 하는 모양새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FA를 통한 이적이 활발해진다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선수를 데려올 방법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거꾸로 경쟁'이 나올 가능성은 줄어든다.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서는 축구가 FA 이적이 가장 자유로운 편이다. 프로축구는 2005년 이후 입단 선수 기준으로 계약 기간만 끝나면 아무런 조건 없이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있다.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해당 선수의 전 소속팀에 선수의 전년도 기본 급여만 보상금으로 주면 된다. 그마저도 최대 3억원으로 묶어놨다. 물론 저변이 넓고 선수 한 명이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축구의 예를 농구에 곧바로 대입하기는 어렵겠지만 프로농구에서 FA 이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참고할 만하다. 드래프트 방식 자체도 바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프로농구는 예전에 전년도 최하위인 10위 팀에 1순위 지명권 확률 40%를 주고 9위-30%, 8위-20%, 7위-10%로 차등 지급을 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꼴지 경쟁이 붙는 폐단이 나오면서 7~10위에 똑같이 25%씩 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7위 이하로 내려가려는 경쟁이 올해처럼 생기면서 아예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간 두 팀을 제외한 8개 팀에 똑같은 확률을 주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는 지금처럼 직전 시즌 성적만 따질 것이 아니라 최근 3개 시즌 정도의 성적을 합산해 하위 4개 팀에 동일한 지명권 확률을 주는 제도의 재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서울 삼성은 전년도에는 4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이전 3개년도 성적을 합산해 드래프트 순위를 정한다는 당시 규칙에 따라 전체 1순위를 얻어 이규섭을 지명한 사례가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금은 KBL에서 수익 분담금을 10개 구단에 똑같이 지급하지만 이것을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예전에 프로농구가 '평준화'를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면 지금은 리그의 질이 떨어지고 인기가 하락하는 것을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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