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꼴찌에서 정규리그 우승까지’

입력 2013.02.21 (19:31) 수정 2013.02.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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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통쾌한 반란'이다.

21일 2012-2013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은 춘천 우리은행은 최근 몇 년간 바닥을 전전하던 팀이다.

우리은행은 2003년 겨울리그에서 '초특급 외국인 선수' 타미카 캐칭을 앞세워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006년 겨울리그까지 4년 사이에 네 차례나 리그 정상에 오른 명문팀이었다.

그러나 2007-200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간 성적이 6개 구단 가운데 5-6-6-6-6위였을 만큼 우리은행은 최근 여자 프로농구에서 '맡아놓은 꼴찌'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07-2008시즌을 앞두고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져 팀내 유망주 몇 명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은 하지 못해 최근 5년간 정규리그 승률이 0.205(39승151패)에 불과했다.

그러던 우리은행이 올해 갑자기 24승10패, 승률 0.706으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으니 '천지개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 터다.

우리은행이 올해 '꼴찌에서 우승' 신화를 쓸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들 수 있다.

먼저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박성배 코치 등 신임 코칭스태프의 역할을 첫손에 꼽을 만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 재건의 임무를 부여받은 이들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비시즌 훈련할 때 길에 지나가던 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숙소의 식당 아주머니들은 밥 때가 돼도 성에 차기 전까지는 훈련을 끝내지 않는 위성우 감독 때문에 식은 반찬을 다시 여러 번 데워 내야 했다.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안산 신한은행의 코치를 지낸 위 감독은 "우리은행 선수들이 몇 년간 지기만 하다 보니 패배 의식을 떨쳐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강하게 끌고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그는 "비시즌에 일주일 정도씩 날을 잡아서 매일 슛 1천 개를 쏘게 했다"며 "그런다고 슛이 잘 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자신감을 느끼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 감독은 "주위에서 리더십 얘기도 하시지만 저보다는 선수단 전체가 하나로 힘을 모은 것이 우리은행이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위 감독의 성(姓) 발음과 은행 이름의 '우리'를 뜻하는 'We'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WE 매직'이라 부를 만하다.

위 감독의 혹독한 조련을 받은 어린 기대주들은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우리은행의 정상 도약에 원동력이 됐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박언주, 고아라 등이 팀을 빠져나가기만 했을 뿐 선수 보강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하위권을 맴돈 덕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혜진(23), 이승아(21), 이정현(21) 등 유망주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2010년에도 '즉시 전력감'으로 꼽히던 김계령(34), 강지우(34)를 부천 신세계(현 하나외환)로 보내고 양지희(29), 배혜윤(24)과 신인 지명권을 받아왔다.

구단에서도 현재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미래를 내다본 팀 운영으로 이번 시즌 영광의 발판을 놓았던 셈이다.

이들은 임영희(33), 김은혜(31), 김은경(30) 등 고참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 이번 시즌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위 감독도 "지난 시즌까지 바깥에서 이 팀을 볼 때 성적은 하위권이었지만 선수들은 언젠가 잠재력을 발휘할 숨은 보석들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들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었다.

마지막으로는 이번 시즌 도입된 외국인 선수 제도에 잘 대처한 점을 들 수 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루스 라일리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팀에 합류하지 않자 발빠르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통산 득점 1위인 티나 톰슨을 영입했다.

올해 38살인 베테랑 톰슨은 이번 시즌 평균 21.4점, 11리바운드로 제 몫을 다했고 특히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의 특성상 코트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에도 충실했다.

이제 이번 시즌 우리은행에 남은 숙제는 통합 우승 달성이다.

최근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경기를 치러본 선수들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는 정규리그 7시즌 연속 우승을 놓친 신한은행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거센 반격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통합 우승 달성으로 2000년대 초·중반처럼 다시 한 번 여자농구 판에 '우리은행 왕조'를 건설할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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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 ‘꼴찌에서 정규리그 우승까지’
    • 입력 2013-02-21 19:31:08
    • 수정2013-02-21 19: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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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통쾌한 반란'이다. 21일 2012-2013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은 춘천 우리은행은 최근 몇 년간 바닥을 전전하던 팀이다. 우리은행은 2003년 겨울리그에서 '초특급 외국인 선수' 타미카 캐칭을 앞세워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006년 겨울리그까지 4년 사이에 네 차례나 리그 정상에 오른 명문팀이었다. 그러나 2007-200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간 성적이 6개 구단 가운데 5-6-6-6-6위였을 만큼 우리은행은 최근 여자 프로농구에서 '맡아놓은 꼴찌'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07-2008시즌을 앞두고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져 팀내 유망주 몇 명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은 하지 못해 최근 5년간 정규리그 승률이 0.205(39승151패)에 불과했다. 그러던 우리은행이 올해 갑자기 24승10패, 승률 0.706으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으니 '천지개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 터다. 우리은행이 올해 '꼴찌에서 우승' 신화를 쓸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들 수 있다. 먼저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박성배 코치 등 신임 코칭스태프의 역할을 첫손에 꼽을 만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 재건의 임무를 부여받은 이들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비시즌 훈련할 때 길에 지나가던 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숙소의 식당 아주머니들은 밥 때가 돼도 성에 차기 전까지는 훈련을 끝내지 않는 위성우 감독 때문에 식은 반찬을 다시 여러 번 데워 내야 했다.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안산 신한은행의 코치를 지낸 위 감독은 "우리은행 선수들이 몇 년간 지기만 하다 보니 패배 의식을 떨쳐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강하게 끌고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그는 "비시즌에 일주일 정도씩 날을 잡아서 매일 슛 1천 개를 쏘게 했다"며 "그런다고 슛이 잘 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자신감을 느끼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 감독은 "주위에서 리더십 얘기도 하시지만 저보다는 선수단 전체가 하나로 힘을 모은 것이 우리은행이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위 감독의 성(姓) 발음과 은행 이름의 '우리'를 뜻하는 'We'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WE 매직'이라 부를 만하다. 위 감독의 혹독한 조련을 받은 어린 기대주들은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우리은행의 정상 도약에 원동력이 됐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박언주, 고아라 등이 팀을 빠져나가기만 했을 뿐 선수 보강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하위권을 맴돈 덕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혜진(23), 이승아(21), 이정현(21) 등 유망주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2010년에도 '즉시 전력감'으로 꼽히던 김계령(34), 강지우(34)를 부천 신세계(현 하나외환)로 보내고 양지희(29), 배혜윤(24)과 신인 지명권을 받아왔다. 구단에서도 현재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미래를 내다본 팀 운영으로 이번 시즌 영광의 발판을 놓았던 셈이다. 이들은 임영희(33), 김은혜(31), 김은경(30) 등 고참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 이번 시즌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위 감독도 "지난 시즌까지 바깥에서 이 팀을 볼 때 성적은 하위권이었지만 선수들은 언젠가 잠재력을 발휘할 숨은 보석들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들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었다. 마지막으로는 이번 시즌 도입된 외국인 선수 제도에 잘 대처한 점을 들 수 있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루스 라일리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팀에 합류하지 않자 발빠르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통산 득점 1위인 티나 톰슨을 영입했다. 올해 38살인 베테랑 톰슨은 이번 시즌 평균 21.4점, 11리바운드로 제 몫을 다했고 특히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의 특성상 코트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에도 충실했다. 이제 이번 시즌 우리은행에 남은 숙제는 통합 우승 달성이다. 최근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경기를 치러본 선수들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는 정규리그 7시즌 연속 우승을 놓친 신한은행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거센 반격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통합 우승 달성으로 2000년대 초·중반처럼 다시 한 번 여자농구 판에 '우리은행 왕조'를 건설할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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