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친 박용성 회장 “시원섭섭하다”

입력 2013.02.22 (19:29) 수정 2013.02.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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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시원섭섭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섭섭시원'하다."

22일 대의원총회를 끝으로 4년 임기를 마감한 박용성(73) 대한체육회(KOC) 회장은 이같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2009년 2월 제37대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재임기간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과 2012 런던하계올림픽에서 종합 5위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11년에는 강원도 평창이 한 맺힌 동계올림픽을 '삼수' 끝에 유치하는데 앞장섰다.

최근에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축구 박종우의 동메달을 찾아왔고 태권도가 올림픽 '핵심종목'으로 잔류하는데도 기여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박 회장은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 스포츠 발전에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반면 런던올림픽에서 펜싱 신아람의 오심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국민 정서에 다소 부합하지 않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가장 기억나는 일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런던올림픽"이라면서 "런던올림픽은 성적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고, 사건이 많아서 나쁜 기억도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용성 회장과 일문일답.

--4년 체육회장 임기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

▲시원섭섭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섭섭한 마음이 앞서 '섭섭시원'하다.

1982년 대한유도회 부회장으로 처음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는데 30년 동안 발을 담그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대한유도회 회장,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IOC 위원을 모두 했다.

2007년 IOC 위원을 그만뒀을 때는 정말 인연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또 체육회장을 맡아 4년을 하게 될 줄을 몰랐다. 한마디로 체육계와는 30년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는 느낌이다.

--국제연맹(IF) 회장과 IOC 위원,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을 모두 역임했는데?

▲돌아보면 체육회장이 가장 보람찬 것 같다. 대접이야 IOC 위원이 가장 많이 받지만 솔직히 크게 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체육회장은 내가 틀을 잡아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 체육회장을 맡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평창은 내가 IOC 위원 때 두 번씩이나 탈락해 개인적으로도 한이 많았다.

런던올림픽도 생각난다. 선수들의 성적이 너무 좋아 기분이 좋았고, 사건이 너무 많아 나쁜 기억도 많다. 하지만 지금 그 상황이 다시 생긴다면 나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결국 일처리를 올바르게 했다고 생각한다.

--역대 최고인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런던 하계올림픽의 성적을 유지하려면?

▲밴쿠버와 런던에서 거둔 성적은 선수들이 잘했기 때문이다. 지도자들도 정말 열심히 했다. 내가 한 일은 태릉선수촌장을 통해 선수들이 불편 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뿐이다.

앞으로 한국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다양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운동 환경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어제 아이스하키장에 갔는데 초등학생들도 아주 잘하더라. 이제는 정말 운동이 좋아서 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처럼 클럽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엘리트체육과 학교체육, 생활체육을 연계해서 운영해야 한다.

--임기 막판에는 스위스 로잔까지 건너가 박종우의 동메달 받아 왔는데?

▲IOC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박종우를 데려 올 것인지 묻는 연락이 왔더라. 만약 데려온다면 진술할 기회를 줄 것이고, 아니면 서면으로 박종우의 입장을 소명하라고 하더라.

고민 끝에 데려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변호사도 처음엔 한국인 변호사를 데려갈 계획이었는데 외국인인 제프리 존스 변호사가 생각났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주장을 우리 입으로 하는 것보다 외국인이 변호하는 게 좀 더 객관적으로 먹히지 않을까 판단했다.

사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는 국민 정서에는 어긋나지만 IOC 헌장 위반은 맞다.

만약 박종우가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라고 세리머리를 했어도 IOC 헌장에 위반된다. IOC는 올림픽에서 어떤 정치적·상업적·종교적 선동 행위도 허용하지 않는다.

--태권도도 IOC 핵심종목으로 잔류하는데 성공했는데?

▲한가지 착각해서는 안되는 게 있다. 태권도가 핵심종목이 됐다고 해서 영구 종목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일단 2020년 올림픽까지 참가한다는 말이다. IOC에서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태권도가 좀 더 안전하게 올림픽에 남기 위해서는 좀 더 개혁을 해야 한다. 다행히 런던올림픽에서 큰 사건없이 재미있는 경기를 펼쳐 살아남았는데 안심하면 안된다. 세계연맹에 외국인 임원을 더욱 늘려야 하고 전자호구 개선 등 경기적인 문제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예상 밖으로 레슬링이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탈락했는데?

▲레슬링은 너무 안일했다. 그동안 IOC에서 그레코로만형을 없애고 여자 체급을 늘리라는 등 주의를 줬는데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게다가 사실 로비도 안한 것 같다.

이번 집행위원회가 열린 로잔에 조금이라도 위험한 종목 관계자들은 다 와서 로비를 했다. 하지만 레슬링만 오지 않았다. 또 다른 종목은 IOC 집행위원회 멤버들과 다 연을 맺고 있었는데 레슬링만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다.

2020년 올림픽에 포함될 후보 종목 중에서는 프로그램위원회에서 야구와 가라테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다음이 스쿼시라고 들었다.

특히 야구는 메이저리그가 올림픽 기간 경기를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데 가장 유력한 종목이다.

--재임 기간 다소 미진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4년 전 취임사를 내가 직접 썼다. 공약했던 사항 중에서 진천선수촌 건립과 체육회관 건립 등 웬만한 건 다 했다고 본다.

다만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나가는게 아쉽다.

우선 한국선수단 성적을 위해 겨울 종목에 더욱 투자를 해야 하는데 조금 미진한 상태다. 또 올림픽을 제대로 치르려면 1천400여명의 운영위원을 양성해야 하는 것도 체육회의 몫이다.

--한국의 스포츠외교력 강화방안은?

▲차기 체육회장이 누가 되든 그들이 도와주라고 하면 도울 생각이었다.

우리 체육회 관례가 전임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있으니 국제무대에서는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도울 생각이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을 비롯해 국제스포츠 관계자들에게도 그렇게 편지를 보냈다.

실무적인 일을 위해선 체육회 직원들을 더 키워야 한다. 직원들을 계속 국제 행사에 파견해야 해며 국제기구와 교류 근무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후임 체육회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오늘 선거가 끝난 뒤 만났다.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지만 내가 가장 강조한 말은 체육계에서 폭력 추방이다. 이제는 더이상 체육계에 폭력 사건이 있어서는 안된다. 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무관용' 정책을 지켜나가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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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2-22 19:29:33
    • 수정2013-02-22 19:36:23
    연합뉴스
"한마디로 시원섭섭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섭섭시원'하다." 22일 대의원총회를 끝으로 4년 임기를 마감한 박용성(73) 대한체육회(KOC) 회장은 이같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2009년 2월 제37대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재임기간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과 2012 런던하계올림픽에서 종합 5위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11년에는 강원도 평창이 한 맺힌 동계올림픽을 '삼수' 끝에 유치하는데 앞장섰다. 최근에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축구 박종우의 동메달을 찾아왔고 태권도가 올림픽 '핵심종목'으로 잔류하는데도 기여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박 회장은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 스포츠 발전에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반면 런던올림픽에서 펜싱 신아람의 오심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국민 정서에 다소 부합하지 않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가장 기억나는 일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런던올림픽"이라면서 "런던올림픽은 성적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고, 사건이 많아서 나쁜 기억도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용성 회장과 일문일답. --4년 체육회장 임기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 ▲시원섭섭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섭섭한 마음이 앞서 '섭섭시원'하다. 1982년 대한유도회 부회장으로 처음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는데 30년 동안 발을 담그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대한유도회 회장,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IOC 위원을 모두 했다. 2007년 IOC 위원을 그만뒀을 때는 정말 인연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또 체육회장을 맡아 4년을 하게 될 줄을 몰랐다. 한마디로 체육계와는 30년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는 느낌이다. --국제연맹(IF) 회장과 IOC 위원,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을 모두 역임했는데? ▲돌아보면 체육회장이 가장 보람찬 것 같다. 대접이야 IOC 위원이 가장 많이 받지만 솔직히 크게 하는 일이 없다. 하지만 체육회장은 내가 틀을 잡아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 체육회장을 맡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평창은 내가 IOC 위원 때 두 번씩이나 탈락해 개인적으로도 한이 많았다. 런던올림픽도 생각난다. 선수들의 성적이 너무 좋아 기분이 좋았고, 사건이 너무 많아 나쁜 기억도 많다. 하지만 지금 그 상황이 다시 생긴다면 나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결국 일처리를 올바르게 했다고 생각한다. --역대 최고인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런던 하계올림픽의 성적을 유지하려면? ▲밴쿠버와 런던에서 거둔 성적은 선수들이 잘했기 때문이다. 지도자들도 정말 열심히 했다. 내가 한 일은 태릉선수촌장을 통해 선수들이 불편 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뿐이다. 앞으로 한국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다양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운동 환경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어제 아이스하키장에 갔는데 초등학생들도 아주 잘하더라. 이제는 정말 운동이 좋아서 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처럼 클럽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엘리트체육과 학교체육, 생활체육을 연계해서 운영해야 한다. --임기 막판에는 스위스 로잔까지 건너가 박종우의 동메달 받아 왔는데? ▲IOC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박종우를 데려 올 것인지 묻는 연락이 왔더라. 만약 데려온다면 진술할 기회를 줄 것이고, 아니면 서면으로 박종우의 입장을 소명하라고 하더라. 고민 끝에 데려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변호사도 처음엔 한국인 변호사를 데려갈 계획이었는데 외국인인 제프리 존스 변호사가 생각났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주장을 우리 입으로 하는 것보다 외국인이 변호하는 게 좀 더 객관적으로 먹히지 않을까 판단했다. 사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는 국민 정서에는 어긋나지만 IOC 헌장 위반은 맞다. 만약 박종우가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라고 세리머리를 했어도 IOC 헌장에 위반된다. IOC는 올림픽에서 어떤 정치적·상업적·종교적 선동 행위도 허용하지 않는다. --태권도도 IOC 핵심종목으로 잔류하는데 성공했는데? ▲한가지 착각해서는 안되는 게 있다. 태권도가 핵심종목이 됐다고 해서 영구 종목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일단 2020년 올림픽까지 참가한다는 말이다. IOC에서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태권도가 좀 더 안전하게 올림픽에 남기 위해서는 좀 더 개혁을 해야 한다. 다행히 런던올림픽에서 큰 사건없이 재미있는 경기를 펼쳐 살아남았는데 안심하면 안된다. 세계연맹에 외국인 임원을 더욱 늘려야 하고 전자호구 개선 등 경기적인 문제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예상 밖으로 레슬링이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탈락했는데? ▲레슬링은 너무 안일했다. 그동안 IOC에서 그레코로만형을 없애고 여자 체급을 늘리라는 등 주의를 줬는데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게다가 사실 로비도 안한 것 같다. 이번 집행위원회가 열린 로잔에 조금이라도 위험한 종목 관계자들은 다 와서 로비를 했다. 하지만 레슬링만 오지 않았다. 또 다른 종목은 IOC 집행위원회 멤버들과 다 연을 맺고 있었는데 레슬링만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다. 2020년 올림픽에 포함될 후보 종목 중에서는 프로그램위원회에서 야구와 가라테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다음이 스쿼시라고 들었다. 특히 야구는 메이저리그가 올림픽 기간 경기를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데 가장 유력한 종목이다. --재임 기간 다소 미진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4년 전 취임사를 내가 직접 썼다. 공약했던 사항 중에서 진천선수촌 건립과 체육회관 건립 등 웬만한 건 다 했다고 본다. 다만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나가는게 아쉽다. 우선 한국선수단 성적을 위해 겨울 종목에 더욱 투자를 해야 하는데 조금 미진한 상태다. 또 올림픽을 제대로 치르려면 1천400여명의 운영위원을 양성해야 하는 것도 체육회의 몫이다. --한국의 스포츠외교력 강화방안은? ▲차기 체육회장이 누가 되든 그들이 도와주라고 하면 도울 생각이었다. 우리 체육회 관례가 전임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있으니 국제무대에서는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도울 생각이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을 비롯해 국제스포츠 관계자들에게도 그렇게 편지를 보냈다. 실무적인 일을 위해선 체육회 직원들을 더 키워야 한다. 직원들을 계속 국제 행사에 파견해야 해며 국제기구와 교류 근무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후임 체육회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오늘 선거가 끝난 뒤 만났다.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지만 내가 가장 강조한 말은 체육계에서 폭력 추방이다. 이제는 더이상 체육계에 폭력 사건이 있어서는 안된다. 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무관용' 정책을 지켜나가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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