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스타? 그냥 영화찍는 게 좋아요’

입력 2013.02.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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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쪽으로 튀어' 권순경 역 배우 송삼동

2008년 '낮술'로 독립영화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배우 송삼동(33)이 처음으로 메이저 상업영화에 등장했다. 이달 초 개봉한 '남쪽으로 튀어'에서 순수청년 '권순경' 역이다.

영화는 81만 관객을 모아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상업영화에만 익숙한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처음 보는 맑고 풋풋한 인상의 이 배우를 눈여겨봤을 것 같다.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상업영화에 막 데뷔한 송삼동을 최근 을지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저에겐 80만 관객이라니 믿기지가 않아요. 언제 또 이런 관객을 만날 수 있을지…(웃음)."

알아보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직은 거의 없다"고 쑥쓰러워했다.

대중에는 아직 낯선 얼굴이지만, 그의 연기 인생은 벌써 6년 가까이 돼 간다.

경희대 환경공학과를 다니다 군대를 다녀온 뒤 문득 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스물다섯 살에 학교를 자퇴했다. 왜 갑자기 연기가 하고 싶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단다.

무작정 연극배우를 하겠다며 학교를 나왔지만, 어느 극단에서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백화점 이벤트 행사용 아동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2톤 트럭에 세트를 실어서 어린이 극장을 꾸민 건데,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어요. 한여름에 고속도로 차 안에서 에어컨도 안 되고 잠도 잘 못 자고 그랬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참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영화과를 다시 들어가야 하나 싶어 입시 연기학원을 두세 달 다니기도 했지만, 관뒀다.

"선생님의 틀 안에 갇힌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3년인가 시험을 계속 봤는데 안 돼서 학교는 별로 날 안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죠. 그러다 독립영화를 하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 이런 게 영화의 재미구나 싶었어요."

단편영화에서 몇 차례 단역을 맡은 게 전부였던 그를 단번에 주연으로 발탁한 사람은 '낮술'의 노영석 감독. 이 영화는 그 해 전주국제영화제 JJ스타상, 관객평론가상을 휩쓸었고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에 초청됐으며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받는 등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다. 경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관객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 독립영화로는 대히트라 할 수 있는 2만5천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원래 다른 사람이 주인공을 하기로 돼 있었고 저는 '옆방 남자'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며칠 있다가 감독님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주인공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워낙 자신도 없고 경험도 없어서 부담이 됐는데, 잠깐 고민하다가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죠. 독립영화가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니까 찍을 때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정말 재미있게 찍었어요. 촬영이 12회차였는데 강원도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거 먹고 실컷 여행을 다니니까 영화가 하나 나와있었죠. 개봉까진 생각도 못했는데, 관객도 많이 들고 영화계에서도 조금 알려지게 돼서 기뻤죠."

이후 그는 그렇게 소원하던 연극도 몇 편 하게 됐고, 독립영화는 수십 편을 찍었다.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첫 작품인 경우가 많고 개봉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어 그는 심지어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완성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제가 완성작을 못 본 게 1/3이 넘어요. 그래도 그렇게 아쉽진 않아요, 익숙해져서(웃음). 그저 내가 배우의 길을 가는 방법 중 하나가 다작이란 생각을 해요. 어떤 사람은 기획사를 통해 접근하고, 어떤 사람은 학교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하고 인맥으로 접근하기도 하지만, 내 방식은 독립영화를 많이 하고 공연도 많이 해서 좋게 보는 사람이 날 찾게 만들어야겠다는 거예요. 많이 찍다 보면 확률적으로 걸리는 게 있거든요(웃음). '낮술' 같은 경우에도 그렇게까지 될 줄은 상상도 못했고요."

그 와중에 독립영화를 3편('낮술' 'R.E.C' '슈퍼스타')이나 개봉한 게 '행운'이라고도 했다.

첫 상업영화인 '남쪽으로 튀어'는 오디션을 봐서 합격했다.

"처음엔 '이선생(김태훈 분)' 역할로 봤는데, 제작사 대표님과 감독님이 권순경에 더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초반에 서울 촬영을 할 땐 혹시나 캐스팅이 날아갈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대표님이나 감독님, 김윤석 선배가 '낮술'을 좋게 보신 것 같더라고요."

권순경 역할은 그의 평소 모습과 많이 비슷해 보였다.

"그런 순박함, 천진난만함이 저한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하는 데 별 고민이 없었죠."

연기 철학이 있는지 물었더니 똑 부러진 대답이 나왔다.

"연기란 '혼이 담긴 구라'라고 생각해요. 영화 '타짜'에 나온 대사인데, 듣는 순간 '아, 이거다' 싶었죠. 연기의 기본은 거짓말인데, 얼마나 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진심이 담긴 말이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의 이름은 톱스타 김수현이 TV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맡은 배역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사실 송삼동은 이 드라마 제작사에 캐스팅 지원을 하며 프로필을 낸 적이 있다고 했다. 워낙 독특한 이름이라 작가나 연출가의 눈에 띄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작명을 하시는 먼 친척 분이 지어준 이름이라는데, 한자로는 석 '삼'에 동녘 '동'을 쓰고요. 세 번 잘 된다는 뜻이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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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영화 스타? 그냥 영화찍는 게 좋아요’
    • 입력 2013-02-23 13:39:07
    연합뉴스
영화 '남쪽으로 튀어' 권순경 역 배우 송삼동 2008년 '낮술'로 독립영화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배우 송삼동(33)이 처음으로 메이저 상업영화에 등장했다. 이달 초 개봉한 '남쪽으로 튀어'에서 순수청년 '권순경' 역이다. 영화는 81만 관객을 모아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상업영화에만 익숙한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처음 보는 맑고 풋풋한 인상의 이 배우를 눈여겨봤을 것 같다.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상업영화에 막 데뷔한 송삼동을 최근 을지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저에겐 80만 관객이라니 믿기지가 않아요. 언제 또 이런 관객을 만날 수 있을지…(웃음)." 알아보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직은 거의 없다"고 쑥쓰러워했다. 대중에는 아직 낯선 얼굴이지만, 그의 연기 인생은 벌써 6년 가까이 돼 간다. 경희대 환경공학과를 다니다 군대를 다녀온 뒤 문득 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스물다섯 살에 학교를 자퇴했다. 왜 갑자기 연기가 하고 싶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단다. 무작정 연극배우를 하겠다며 학교를 나왔지만, 어느 극단에서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백화점 이벤트 행사용 아동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2톤 트럭에 세트를 실어서 어린이 극장을 꾸민 건데,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어요. 한여름에 고속도로 차 안에서 에어컨도 안 되고 잠도 잘 못 자고 그랬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참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영화과를 다시 들어가야 하나 싶어 입시 연기학원을 두세 달 다니기도 했지만, 관뒀다. "선생님의 틀 안에 갇힌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3년인가 시험을 계속 봤는데 안 돼서 학교는 별로 날 안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죠. 그러다 독립영화를 하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 이런 게 영화의 재미구나 싶었어요." 단편영화에서 몇 차례 단역을 맡은 게 전부였던 그를 단번에 주연으로 발탁한 사람은 '낮술'의 노영석 감독. 이 영화는 그 해 전주국제영화제 JJ스타상, 관객평론가상을 휩쓸었고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에 초청됐으며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받는 등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다. 경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관객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 독립영화로는 대히트라 할 수 있는 2만5천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원래 다른 사람이 주인공을 하기로 돼 있었고 저는 '옆방 남자'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며칠 있다가 감독님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주인공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워낙 자신도 없고 경험도 없어서 부담이 됐는데, 잠깐 고민하다가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죠. 독립영화가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니까 찍을 때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정말 재미있게 찍었어요. 촬영이 12회차였는데 강원도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거 먹고 실컷 여행을 다니니까 영화가 하나 나와있었죠. 개봉까진 생각도 못했는데, 관객도 많이 들고 영화계에서도 조금 알려지게 돼서 기뻤죠." 이후 그는 그렇게 소원하던 연극도 몇 편 하게 됐고, 독립영화는 수십 편을 찍었다.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첫 작품인 경우가 많고 개봉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어 그는 심지어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완성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제가 완성작을 못 본 게 1/3이 넘어요. 그래도 그렇게 아쉽진 않아요, 익숙해져서(웃음). 그저 내가 배우의 길을 가는 방법 중 하나가 다작이란 생각을 해요. 어떤 사람은 기획사를 통해 접근하고, 어떤 사람은 학교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하고 인맥으로 접근하기도 하지만, 내 방식은 독립영화를 많이 하고 공연도 많이 해서 좋게 보는 사람이 날 찾게 만들어야겠다는 거예요. 많이 찍다 보면 확률적으로 걸리는 게 있거든요(웃음). '낮술' 같은 경우에도 그렇게까지 될 줄은 상상도 못했고요." 그 와중에 독립영화를 3편('낮술' 'R.E.C' '슈퍼스타')이나 개봉한 게 '행운'이라고도 했다. 첫 상업영화인 '남쪽으로 튀어'는 오디션을 봐서 합격했다. "처음엔 '이선생(김태훈 분)' 역할로 봤는데, 제작사 대표님과 감독님이 권순경에 더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초반에 서울 촬영을 할 땐 혹시나 캐스팅이 날아갈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대표님이나 감독님, 김윤석 선배가 '낮술'을 좋게 보신 것 같더라고요." 권순경 역할은 그의 평소 모습과 많이 비슷해 보였다. "그런 순박함, 천진난만함이 저한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하는 데 별 고민이 없었죠." 연기 철학이 있는지 물었더니 똑 부러진 대답이 나왔다. "연기란 '혼이 담긴 구라'라고 생각해요. 영화 '타짜'에 나온 대사인데, 듣는 순간 '아, 이거다' 싶었죠. 연기의 기본은 거짓말인데, 얼마나 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진심이 담긴 말이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의 이름은 톱스타 김수현이 TV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맡은 배역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사실 송삼동은 이 드라마 제작사에 캐스팅 지원을 하며 프로필을 낸 적이 있다고 했다. 워낙 독특한 이름이라 작가나 연출가의 눈에 띄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작명을 하시는 먼 친척 분이 지어준 이름이라는데, 한자로는 석 '삼'에 동녘 '동'을 쓰고요. 세 번 잘 된다는 뜻이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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