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채 “꾸밈없는 ‘해원’스러움, 내 모습이죠”

입력 2013.02.2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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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신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주연 꿰차

"감독님이 새 여배우를 찾고 계셨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바로 캐스팅됐죠."

홍상수 감독의 신작에서 주연을 꿰찬 풋풋한 여배우에게 충무로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주인공은 이제 겨우 배우 경력 3년차인 신예 정은채(27).

2011년 KBS 1TV 일일연속극 '우리집 여자들'에서 주인공 '은님'을 맡아 얼굴이 알려지긴 했지만, 충무로에선 아직 낯선 배우였다.

그래서 홍 감독의 신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그 주인공 '해원'을 연기한 배우 정은채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영화를 보고 나면 홍 감독이 왜 정은채에게 '꽂혔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요즘 나오는 여배우들의 비슷비슷한 외모나 분위기와는 다른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27일 압구정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런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요즘 특이하게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전엔 몰랐는데 이 일 시작하면서 그런 얘길 듣고 '아, 그런가?' 싶었어요."

영화 속에서 어린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해원'처럼 그 역시 영국에서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다.

"제가 그렇다고 아시아인처럼 생기지도 않아서 영국에선 또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늘 정체성이 모호한 느낌인가봐요(웃음)."

아마 이런 모호한 느낌을 홍 감독이 눈여겨보고 '해원'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적극 활용했을 것이다.

"작년 설 연휴에 서울에 혼자 있는데, 그때 마침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죠. 한가로운 오후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는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보자고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새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인지, 어떤 역할인지도 말씀 안 하시고 그저 '학생 정도 신분이다'라고만 하셨어요."

그렇게 곧바로 촬영이 시작됐고 홍 감독의 스타일대로 2주 동안 매일 아침 촬영장에 나와서야 시나리오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전혀 연기를 미리 계산하거나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글 자체에, 주어진 상황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죠. 감독님이 우연의 찰나를 포착하는 걸 좋아하셨고, 저도 배우들이 현장에서 주고 받고 그런 반응을 보면서 참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일부러 아침에 글을 쓰시는구나 싶었죠. 이상한 몰입과 집중력이 생기더라고요."

영화에서 입고 나오는 옷도 실제 그의 옷들이다.

"제 옷장 한 켠에 있는 옷들이에요. 작업복 같이 입는 것들인데, 감독님이 유독 그런 걸 골라서 입히더라고요. 참 '해원스럽다'고 할까요. 아무렇게나 있는 그대로, 구겨지면 구겨진 대로 입는 거요. 저도 평소에 종종 그렇게 입고 다녀요(웃음)."

영화에서 엄마를 먼 나라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막막함, 유부남과의 사랑을 이어가지도 끊어내지도 못하고 갈등하는 해원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쉽진 않았죠. '어떻게 해야지'라는 고민보다는 해원의 안에서 벌어지는 그 흔들림의 감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어요. (해원이)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어떤 다른 충동을 동시에 보여주는 게 힘들었어요. 그 경계선으로 끝까지 나아가고 감정의 연결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죠."

연기 경력에 비해 성숙한 연기로 재능을 보여줬지만, 요즘 신인 여배우들에 비해 데뷔는 늦은 편이다.

영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한국에 들어온 게 5년 전이고 3년 전에 영화 '초능력자'(2010)로 데뷔했다.

"영국에서 잘 지내다 영화를 하고 싶어서 한국에 들어왔어요.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처음엔 단편영화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그랬는데, 다행히 운이 좋았어요."

닮고 싶은 배우가 있는지 묻자 담백한 대답이 돌아왔다.

"좋아하는 배우는 많지만 제가 아무리 닮으려고 노력해도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거고, 그저 좋은 작품 속에서 재미있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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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채 “꾸밈없는 ‘해원’스러움, 내 모습이죠”
    • 입력 2013-02-28 08:12:18
    연합뉴스
홍상수 신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주연 꿰차

"감독님이 새 여배우를 찾고 계셨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바로 캐스팅됐죠."

홍상수 감독의 신작에서 주연을 꿰찬 풋풋한 여배우에게 충무로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주인공은 이제 겨우 배우 경력 3년차인 신예 정은채(27).

2011년 KBS 1TV 일일연속극 '우리집 여자들'에서 주인공 '은님'을 맡아 얼굴이 알려지긴 했지만, 충무로에선 아직 낯선 배우였다.

그래서 홍 감독의 신작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그 주인공 '해원'을 연기한 배우 정은채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영화를 보고 나면 홍 감독이 왜 정은채에게 '꽂혔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요즘 나오는 여배우들의 비슷비슷한 외모나 분위기와는 다른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27일 압구정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런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요즘 특이하게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전엔 몰랐는데 이 일 시작하면서 그런 얘길 듣고 '아, 그런가?' 싶었어요."

영화 속에서 어린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해원'처럼 그 역시 영국에서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다.

"제가 그렇다고 아시아인처럼 생기지도 않아서 영국에선 또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늘 정체성이 모호한 느낌인가봐요(웃음)."

아마 이런 모호한 느낌을 홍 감독이 눈여겨보고 '해원'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적극 활용했을 것이다.

"작년 설 연휴에 서울에 혼자 있는데, 그때 마침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죠. 한가로운 오후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는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보자고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새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인지, 어떤 역할인지도 말씀 안 하시고 그저 '학생 정도 신분이다'라고만 하셨어요."

그렇게 곧바로 촬영이 시작됐고 홍 감독의 스타일대로 2주 동안 매일 아침 촬영장에 나와서야 시나리오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전혀 연기를 미리 계산하거나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글 자체에, 주어진 상황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죠. 감독님이 우연의 찰나를 포착하는 걸 좋아하셨고, 저도 배우들이 현장에서 주고 받고 그런 반응을 보면서 참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일부러 아침에 글을 쓰시는구나 싶었죠. 이상한 몰입과 집중력이 생기더라고요."

영화에서 입고 나오는 옷도 실제 그의 옷들이다.

"제 옷장 한 켠에 있는 옷들이에요. 작업복 같이 입는 것들인데, 감독님이 유독 그런 걸 골라서 입히더라고요. 참 '해원스럽다'고 할까요. 아무렇게나 있는 그대로, 구겨지면 구겨진 대로 입는 거요. 저도 평소에 종종 그렇게 입고 다녀요(웃음)."

영화에서 엄마를 먼 나라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막막함, 유부남과의 사랑을 이어가지도 끊어내지도 못하고 갈등하는 해원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쉽진 않았죠. '어떻게 해야지'라는 고민보다는 해원의 안에서 벌어지는 그 흔들림의 감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어요. (해원이)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어떤 다른 충동을 동시에 보여주는 게 힘들었어요. 그 경계선으로 끝까지 나아가고 감정의 연결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죠."

연기 경력에 비해 성숙한 연기로 재능을 보여줬지만, 요즘 신인 여배우들에 비해 데뷔는 늦은 편이다.

영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한국에 들어온 게 5년 전이고 3년 전에 영화 '초능력자'(2010)로 데뷔했다.

"영국에서 잘 지내다 영화를 하고 싶어서 한국에 들어왔어요.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처음엔 단편영화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그랬는데, 다행히 운이 좋았어요."

닮고 싶은 배우가 있는지 묻자 담백한 대답이 돌아왔다.

"좋아하는 배우는 많지만 제가 아무리 닮으려고 노력해도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거고, 그저 좋은 작품 속에서 재미있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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