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포항의 실험, 아직은 ‘절반의 성공’

입력 2013.02.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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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 출전하는 포항 스틸러스의 선수단 32명은 모두 '토종 선수'로만 채워졌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에 임하는 보기 드문 '실험'에 나선 포항의 첫 도전은 일단 '헛심 공방'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포항은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첫 경기에서 베이징 궈안과 0-0으로 비겼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었으나 결정적인 '한 방'이 끝내 터지지 않아 안방에서 승점 1을 챙기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해결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대목이었다.

포항은 베이징을 상대로 슈팅 15개를 퍼부었으나 골문은 열릴 듯 끝내 열리지 않았다.

신진호, 이명주, 고무열, 박성호 등이 번갈아가며 골문을 위협하고 후반전에는 황진성과 김원일 등이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 마무리해 줄 외국인 공격수가 절실한 순간이 많았다.

또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고 거칠게 몰아붙일 때는 정교하고 빠른 패스를 바탕으로 한 특유의 플레이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올해 포항은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인해 풍족한 재정지원을 받지 못했다. 결국 '100% 토종'의 선수단이 탄생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과 정규리그 3위를 거둔 전력에 변화가 많이 없고, 전지훈련으로 조직력을 강화하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그러나 정규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해결사가 없다는 것은 베이징과의 경기에서처럼 시즌 내내 포항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후반 중반부터 노병준과 황진성이 힘을 실으면서 다시 '포항 스타일'의 축구가 살아난 점은 고무적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 12골 8도움을 올려 포항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린 황진성은 전반 29분 투입되자마자 날렵한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후반 36분 상대 골키퍼가 볼 처리를 허술하게 한 사이 문전에서 절호의 기회를 맞아 헤딩슛을 날리기도 했다.

황진성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FA) 선수로 풀려 계약 문제에 신경 쓴데다 군 복무를 마치지 않아 외국에 나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터키 전지훈련도 참가하지 못한 채 국내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왔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특급 조커' 역할을 해내며 포항 전력의 핵심임을 증명했다.

황선홍 감독은 "황진성을 투입하면서 우리 팀의 페이스로 올라왔다"면서 "무척 좋았다"고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상대 역습과 개인기를 앞세운 외국인 선수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수비진, 과감한 돌파와 슈팅을 선보인 지난해 신인왕 이명주 등도 황 감독의 위안거리였다.

결국 빡빡한 일정 속에 꾸준히 활약할 '토종 해결사'를 발굴하고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강한 상대들과 대결을 앞둔 포항에 가장 명쾌하면서도 어려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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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종’ 포항의 실험, 아직은 ‘절반의 성공’
    • 입력 2013-02-28 09:37:16
    연합뉴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 출전하는 포항 스틸러스의 선수단 32명은 모두 '토종 선수'로만 채워졌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에 임하는 보기 드문 '실험'에 나선 포항의 첫 도전은 일단 '헛심 공방'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포항은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첫 경기에서 베이징 궈안과 0-0으로 비겼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었으나 결정적인 '한 방'이 끝내 터지지 않아 안방에서 승점 1을 챙기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해결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대목이었다. 포항은 베이징을 상대로 슈팅 15개를 퍼부었으나 골문은 열릴 듯 끝내 열리지 않았다. 신진호, 이명주, 고무열, 박성호 등이 번갈아가며 골문을 위협하고 후반전에는 황진성과 김원일 등이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 마무리해 줄 외국인 공격수가 절실한 순간이 많았다. 또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고 거칠게 몰아붙일 때는 정교하고 빠른 패스를 바탕으로 한 특유의 플레이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올해 포항은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인해 풍족한 재정지원을 받지 못했다. 결국 '100% 토종'의 선수단이 탄생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과 정규리그 3위를 거둔 전력에 변화가 많이 없고, 전지훈련으로 조직력을 강화하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그러나 정규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해결사가 없다는 것은 베이징과의 경기에서처럼 시즌 내내 포항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후반 중반부터 노병준과 황진성이 힘을 실으면서 다시 '포항 스타일'의 축구가 살아난 점은 고무적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 12골 8도움을 올려 포항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린 황진성은 전반 29분 투입되자마자 날렵한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후반 36분 상대 골키퍼가 볼 처리를 허술하게 한 사이 문전에서 절호의 기회를 맞아 헤딩슛을 날리기도 했다. 황진성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FA) 선수로 풀려 계약 문제에 신경 쓴데다 군 복무를 마치지 않아 외국에 나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터키 전지훈련도 참가하지 못한 채 국내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왔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특급 조커' 역할을 해내며 포항 전력의 핵심임을 증명했다. 황선홍 감독은 "황진성을 투입하면서 우리 팀의 페이스로 올라왔다"면서 "무척 좋았다"고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상대 역습과 개인기를 앞세운 외국인 선수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수비진, 과감한 돌파와 슈팅을 선보인 지난해 신인왕 이명주 등도 황 감독의 위안거리였다. 결국 빡빡한 일정 속에 꾸준히 활약할 '토종 해결사'를 발굴하고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강한 상대들과 대결을 앞둔 포항에 가장 명쾌하면서도 어려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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