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맥기니스 “한국어로 연기할 날 오겠죠”

입력 2013.03.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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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1, 2편에 킬러로 출연

"언젠가는 한국어로 연기할 날이 오겠죠? 한국어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더듬더듬 한국어를 가끔 꺼내 쓴 그는 언뜻 보면 영락없는 서양인이다.

하지만 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 색깔만 좀 바뀌면 동양적인 느낌도 든다.

"한국에서는 제가 미국인이지만, 미국에 가면 전 아시아인이에요. 그래서 전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어디든 다니며 작품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데이비드 맥기니스(40)를 최근 을지로에서 만났다.

그는 블록버스터 첩보액션드라마 '아이리스'의 1편에 이어 현재 방송 중인 2편에서도 국제적인 비밀 조직 아이리스의 킬러이자 최고의 스나이퍼인 레이로 출연한다.

1편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김현준(이병헌 분)을 쏴 죽인 범인이 그였음이 이번 2편 첫회에서 공개됐다.

레이는 2편 시작과 함께 주요 인물들을 죽이는 등 이번에도 아이리스의 조직원으로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초반에는 대사가 별로 없었지만 갈수록 좀 늘어납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제 이미지나 외모 때문에 캐스팅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연기의 일부분이니까요."

맥기니스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아일랜드 혼혈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배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온갖 인종이 뒤섞인 뉴욕에서 금융인이 되고자 했던 그는 웨이터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레스토랑에서 영화 관계자의 눈에 띄면서 우연히 오디션을 보게 된다.

그게 바로 재미교포 감독 이재한이 미국에서 만든 첫 장편영화 '컷 런스 딥'(1999)이다.

뉴욕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국인 2세들이 겪는 좌절과 방황을 그린 이 작품에서 갱들 사이의 우상으로 꼽히는 'J.D.'를 연기했다.

"연기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오디션은 엉망(terrible)이었어요. 프로듀서가 난색을 표하는데 이재한 감독이 저의 가능성이 크다며 절 배우로 만들어보겠다고 고집했죠."

그 영화 덕에 그는 한국 광고계에 진출해 SK텔레콤과 UTO, 굿모닝증권 광고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잘생긴 외모'를 널리 알렸다.

지금껏 국내외에서 찍은 CF만 20여 편.

비록 완성되진 못했지만 권상우와 함께 영화 '데우스 마끼나'를 찍기도 한 그는 이 영화 후 다시 뉴욕으로 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부지런히 연기를 배웠습니다. 오디션도 열심히 봤고요. 어려서 연기를 꿈꾼 것은 아니지만 해보니까 새로운 경험이었고 재미가 있었어요. 또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게 꿈이었는데 촬영하면서 여러 나라를 다니는 게 좋았습니다."

이어 이재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내 머리속의 지우개'와 곽경택 감독의 '태풍', 하정우, 베라 파미가와 함께 미국에서 찍은 영화 '두 번째 사랑'과 '아이리스', 영화 '포화 속으로' 등에 출연하면서 한국활동을 본격화했다.

그사이 미국 CBS TV 인기 드라마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 오'에도 한 시즌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독일-스위스 공동 제작 영화 '이스케이프 프럼 티베트'와 미국 TV 시리즈 '모털 컴뱃 레거시2'에서 연기했다.

"연기는 너무 어려워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경험을 많이 하면서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매번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게 어렵지만 촬영현장에서 여러 사람과 상의하면서 공동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제작에도 관심을 돌리면서 자기 차를 판 돈으로 3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어본 그는 내친김에 17분짜리 단편영화도 만들어 지난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한때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고민도 했지만 지금은 올바른 선택을 한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 제게 정말 많은 기회를 줬어요. 너무 고맙죠. 영어를 하는 서양인 외모의 배우가 필요해서였겠지만 광고도 많이 찍었고 그런 저를 미국 쪽 친구들이 되게 부러워합니다. 요즘은 한국에서 일한다고 하면 할리우드에서도 '너 한국에서 일한다며?'라며 대단하게 바라봐요."

그는 "계속 커리어를 부지런히 쌓아서 주인공도 맡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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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비드 맥기니스 “한국어로 연기할 날 오겠죠”
    • 입력 2013-03-01 14:43:44
    연합뉴스
'아이리스' 1, 2편에 킬러로 출연 "언젠가는 한국어로 연기할 날이 오겠죠? 한국어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더듬더듬 한국어를 가끔 꺼내 쓴 그는 언뜻 보면 영락없는 서양인이다. 하지만 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 색깔만 좀 바뀌면 동양적인 느낌도 든다. "한국에서는 제가 미국인이지만, 미국에 가면 전 아시아인이에요. 그래서 전 어느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어디든 다니며 작품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데이비드 맥기니스(40)를 최근 을지로에서 만났다. 그는 블록버스터 첩보액션드라마 '아이리스'의 1편에 이어 현재 방송 중인 2편에서도 국제적인 비밀 조직 아이리스의 킬러이자 최고의 스나이퍼인 레이로 출연한다. 1편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김현준(이병헌 분)을 쏴 죽인 범인이 그였음이 이번 2편 첫회에서 공개됐다. 레이는 2편 시작과 함께 주요 인물들을 죽이는 등 이번에도 아이리스의 조직원으로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초반에는 대사가 별로 없었지만 갈수록 좀 늘어납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제 이미지나 외모 때문에 캐스팅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연기의 일부분이니까요." 맥기니스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아일랜드 혼혈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배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온갖 인종이 뒤섞인 뉴욕에서 금융인이 되고자 했던 그는 웨이터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레스토랑에서 영화 관계자의 눈에 띄면서 우연히 오디션을 보게 된다. 그게 바로 재미교포 감독 이재한이 미국에서 만든 첫 장편영화 '컷 런스 딥'(1999)이다. 뉴욕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국인 2세들이 겪는 좌절과 방황을 그린 이 작품에서 갱들 사이의 우상으로 꼽히는 'J.D.'를 연기했다. "연기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오디션은 엉망(terrible)이었어요. 프로듀서가 난색을 표하는데 이재한 감독이 저의 가능성이 크다며 절 배우로 만들어보겠다고 고집했죠." 그 영화 덕에 그는 한국 광고계에 진출해 SK텔레콤과 UTO, 굿모닝증권 광고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잘생긴 외모'를 널리 알렸다. 지금껏 국내외에서 찍은 CF만 20여 편. 비록 완성되진 못했지만 권상우와 함께 영화 '데우스 마끼나'를 찍기도 한 그는 이 영화 후 다시 뉴욕으로 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부지런히 연기를 배웠습니다. 오디션도 열심히 봤고요. 어려서 연기를 꿈꾼 것은 아니지만 해보니까 새로운 경험이었고 재미가 있었어요. 또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게 꿈이었는데 촬영하면서 여러 나라를 다니는 게 좋았습니다." 이어 이재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내 머리속의 지우개'와 곽경택 감독의 '태풍', 하정우, 베라 파미가와 함께 미국에서 찍은 영화 '두 번째 사랑'과 '아이리스', 영화 '포화 속으로' 등에 출연하면서 한국활동을 본격화했다. 그사이 미국 CBS TV 인기 드라마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 오'에도 한 시즌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독일-스위스 공동 제작 영화 '이스케이프 프럼 티베트'와 미국 TV 시리즈 '모털 컴뱃 레거시2'에서 연기했다. "연기는 너무 어려워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경험을 많이 하면서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매번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게 어렵지만 촬영현장에서 여러 사람과 상의하면서 공동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제작에도 관심을 돌리면서 자기 차를 판 돈으로 3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어본 그는 내친김에 17분짜리 단편영화도 만들어 지난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한때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고민도 했지만 지금은 올바른 선택을 한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 제게 정말 많은 기회를 줬어요. 너무 고맙죠. 영어를 하는 서양인 외모의 배우가 필요해서였겠지만 광고도 많이 찍었고 그런 저를 미국 쪽 친구들이 되게 부러워합니다. 요즘은 한국에서 일한다고 하면 할리우드에서도 '너 한국에서 일한다며?'라며 대단하게 바라봐요." 그는 "계속 커리어를 부지런히 쌓아서 주인공도 맡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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