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차량 고의로 수차례 돌진…경찰관 용기 대단”

입력 2013.03.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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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유튜브에서 미국 경찰의 추격전 영상이 나오는데 그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3일 자정께 서울 도심에서 총기 위협 뒤 도주한 주한미군 차량을 경찰관을 태운 채 함께 뒤쫓은 택시기사 최모(39)씨는 "시속 150~160km로 달리면서 추격했는데 죽는 줄만 알았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군 생활을 오래 하다 택시를 운전한 지 몇 달 되지 않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최씨는 "약간의 군인정신이 아직 남아있어 경찰과 함께 미군을 쫓아간 것일 뿐"이라며 "나는 별로 한 게 없고 미군을 추격한 경찰관이 정말 용감했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에서 대기하던 최씨는 미군이 운전하는 회색 옵티마 승용차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인근 시민을 밀어버리면서 도망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뒤쫓아갔다.

그는 "미군 차량이 왕복 4차로에서 유턴을 해 주변 차들이 다 뒤엉켜 어떤 차량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제 차만 이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택시를 몰고 따라갔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녹사평역 방향으로 40∼50m가량 쫓아가던 최씨는 마침 다른 사건으로 나와있던 이태원 지구대 소속 임성묵(30) 순경을 발견해 "저 차량이 경찰관이랑 사람을 치고 뺑소니 중이니 빨리 타"라고 불러 택시에 태웠다.

이후 반포대교, 서울숲과 뚝섬사거리, 건대입구역 등을 거쳐 15km가량의 거리를 10여분 추격해 광진구 성수사거리의 한 막다른 골목으로 미군 차량을 몰아넣었다.

최씨는 "임 순경이 택시에서 내려 운전석 쪽으로 갔는데 미군이 머뭇거림도 없이 후진해 나도 넘어지고 임 순경도 차에 매달려 끌려 나오다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라며 위태로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최씨는 "임 순경이 바로 일어나더니 다시 차에 달려들었고 나도 운전자의 눈을 겨냥해 주먹을 휘둘렀는데 맞았는지는 모르겠다"며 "경찰이 핸들을 붙잡으려 했는데 실패해 다리를 다쳤고 '스톱!'을 외쳤지만 차가 멈추지 않아 공포탄을 쐈다"고 말했다.

최씨는 미군이 임 순경을 인근 건물 기둥으로 밀어붙이는 등 세 번이나 들이받고 나서야 임 순경이 지면을 향해 실탄을 처음으로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실탄을 한 발 발사하자 차량이 '끼익' 소리가 날 정도로 속도를 내며 앞범퍼로 경찰관을 박아버려 경찰이 죽은 줄 알았다"며 "내가 있는 힘을 다해 문짝을 발로 차는데 경찰이 일어나서 실탄 두 발을 더 발사했고 차량이 근처에 주차된 차들을 들이받으면서 빠져나갔다"고 덧붙였다.

또 "처음에는 미군 2명이 탄 줄 알았는데 나중에 한 명이 망보려고 고개를 드는 모습을 봤다"며 "총이 발사됐을 때 비명을 지른 것을 들으니 여자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차례 돌진하는 미군 차량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검거에 나선 임 순경을 작년 8월 마약범이 모는 차량에 매달린 채 버틴 당시 부산 연제경찰서 소속 김현철 경사에 비유했다.

김 경사는 당시 히로뽕 투약 혐의자가 몰던 차량 보닛에 뛰어올라 시속 100㎞로 달리던 차량에 25분간 매달려 있다 결국 피의자를 검거해 '다이하드 경찰관'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최씨는 "'다이하드 경찰관'도 훌륭했지만 어제 그 경찰은 그분 저리가라였다"며 "고의로 수차례 돌진하는 미군 차량에 다치면서도 계속 미군이 차에게 내리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의 총기 발포 원칙은 모르지만 새벽 상황에서 그 정도로 생명에 위협을 당하면서까지 최대한 버틴 게 대단했다"며 "내가 경찰 관계자라면 오히려 '그 상황까지 가면서 왜 더 일찍 발포하지 않았느냐'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임 순경은 돌진한 미군 차량에 왼쪽 무릎과 발을 치인 직후 실탄 3발을 쏘며 검거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고, 직후 순천향대 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반깁스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밤을 꼬박 새우고 운행에 나선 최씨는 어제 사건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한밤에 미군들 때문에 나와 주민들이 다 놀라고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으나 자신의 이름 등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전날 오후 11시53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주한미군이 시민에게 공기총을 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으나, 미군이 차량으로 도주했다.

이에 다른 일로 인근에 출동했던 임 순경은 무전 연락을 받고 주한미군 차량을 뒤쫓던 최씨 택시를 곧바로 타고 성동구 성수사거리 골목까지 가까이 추격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한 명이 어깨에 실탄을 맞아 현재 미8군 영내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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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 차량 고의로 수차례 돌진…경찰관 용기 대단”
    • 입력 2013-03-03 19:23:19
    연합뉴스
"가끔 유튜브에서 미국 경찰의 추격전 영상이 나오는데 그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3일 자정께 서울 도심에서 총기 위협 뒤 도주한 주한미군 차량을 경찰관을 태운 채 함께 뒤쫓은 택시기사 최모(39)씨는 "시속 150~160km로 달리면서 추격했는데 죽는 줄만 알았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군 생활을 오래 하다 택시를 운전한 지 몇 달 되지 않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최씨는 "약간의 군인정신이 아직 남아있어 경찰과 함께 미군을 쫓아간 것일 뿐"이라며 "나는 별로 한 게 없고 미군을 추격한 경찰관이 정말 용감했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에서 대기하던 최씨는 미군이 운전하는 회색 옵티마 승용차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인근 시민을 밀어버리면서 도망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뒤쫓아갔다. 그는 "미군 차량이 왕복 4차로에서 유턴을 해 주변 차들이 다 뒤엉켜 어떤 차량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제 차만 이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택시를 몰고 따라갔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녹사평역 방향으로 40∼50m가량 쫓아가던 최씨는 마침 다른 사건으로 나와있던 이태원 지구대 소속 임성묵(30) 순경을 발견해 "저 차량이 경찰관이랑 사람을 치고 뺑소니 중이니 빨리 타"라고 불러 택시에 태웠다. 이후 반포대교, 서울숲과 뚝섬사거리, 건대입구역 등을 거쳐 15km가량의 거리를 10여분 추격해 광진구 성수사거리의 한 막다른 골목으로 미군 차량을 몰아넣었다. 최씨는 "임 순경이 택시에서 내려 운전석 쪽으로 갔는데 미군이 머뭇거림도 없이 후진해 나도 넘어지고 임 순경도 차에 매달려 끌려 나오다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라며 위태로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최씨는 "임 순경이 바로 일어나더니 다시 차에 달려들었고 나도 운전자의 눈을 겨냥해 주먹을 휘둘렀는데 맞았는지는 모르겠다"며 "경찰이 핸들을 붙잡으려 했는데 실패해 다리를 다쳤고 '스톱!'을 외쳤지만 차가 멈추지 않아 공포탄을 쐈다"고 말했다. 최씨는 미군이 임 순경을 인근 건물 기둥으로 밀어붙이는 등 세 번이나 들이받고 나서야 임 순경이 지면을 향해 실탄을 처음으로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실탄을 한 발 발사하자 차량이 '끼익' 소리가 날 정도로 속도를 내며 앞범퍼로 경찰관을 박아버려 경찰이 죽은 줄 알았다"며 "내가 있는 힘을 다해 문짝을 발로 차는데 경찰이 일어나서 실탄 두 발을 더 발사했고 차량이 근처에 주차된 차들을 들이받으면서 빠져나갔다"고 덧붙였다. 또 "처음에는 미군 2명이 탄 줄 알았는데 나중에 한 명이 망보려고 고개를 드는 모습을 봤다"며 "총이 발사됐을 때 비명을 지른 것을 들으니 여자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차례 돌진하는 미군 차량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검거에 나선 임 순경을 작년 8월 마약범이 모는 차량에 매달린 채 버틴 당시 부산 연제경찰서 소속 김현철 경사에 비유했다. 김 경사는 당시 히로뽕 투약 혐의자가 몰던 차량 보닛에 뛰어올라 시속 100㎞로 달리던 차량에 25분간 매달려 있다 결국 피의자를 검거해 '다이하드 경찰관'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최씨는 "'다이하드 경찰관'도 훌륭했지만 어제 그 경찰은 그분 저리가라였다"며 "고의로 수차례 돌진하는 미군 차량에 다치면서도 계속 미군이 차에게 내리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의 총기 발포 원칙은 모르지만 새벽 상황에서 그 정도로 생명에 위협을 당하면서까지 최대한 버틴 게 대단했다"며 "내가 경찰 관계자라면 오히려 '그 상황까지 가면서 왜 더 일찍 발포하지 않았느냐'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임 순경은 돌진한 미군 차량에 왼쪽 무릎과 발을 치인 직후 실탄 3발을 쏘며 검거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고, 직후 순천향대 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반깁스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밤을 꼬박 새우고 운행에 나선 최씨는 어제 사건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한밤에 미군들 때문에 나와 주민들이 다 놀라고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으나 자신의 이름 등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전날 오후 11시53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주한미군이 시민에게 공기총을 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으나, 미군이 차량으로 도주했다. 이에 다른 일로 인근에 출동했던 임 순경은 무전 연락을 받고 주한미군 차량을 뒤쫓던 최씨 택시를 곧바로 타고 성동구 성수사거리 골목까지 가까이 추격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한 명이 어깨에 실탄을 맞아 현재 미8군 영내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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