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 외치더니’ 자만한 한국, 예견된 수모

입력 2013.03.06 (00:23) 수정 2013.03.0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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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가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찌감치 짐을 싸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2006년 제1회 대회 4강, 2009년 제2회 대회 준우승에 이어 사상 첫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공언했지만 1라운드 세 경기를 치르고 대회를 마쳤다.

역대 WBC뿐만 아니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쌓아온 한국야구의 명성에도 큰 금이 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굴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세계야구는 상향 평준화 추세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지만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처음 한 시즌 70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우승을 노렸다가 5위에 그쳤다.

아시아 프로야구 최강 클럽을 가리는 아시아시리즈도 안방인 부산에서 열렸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두 팀이 참가해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최근 한국야구의 국제대회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국가대항전인 WBC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 같은 세계 야구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듯하다.

이번 대표팀은 구성부터 난항을 겪었다. 애초 구상한 정예 멤버로의 팀 구성에 차질이 빚어졌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소속팀 사정과 예상치 못한 부상 등으로 지난해 11월 예비명단 28명을 발표한 이래 7차례나 선수를 교체해야 했다.

28명의 이번 대표팀 엔트리 중 해외파는 일본에서 뛰는 이대호(오릭스)가 유일하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봉중근(LG)·김광현(SK) 등 특급 좌완 투수들이 이탈했고 강타자 추신수(신시내티 레즈)도 빠져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B조 상대국인 타이완만 하더라도 해외파가 적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현재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새 팀을 찾는 투수 왕젠민과 궈훙즈를 비롯해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투수 왕웨린(시카고 컵스)과 외야수 린저쉬안(휴스턴)이 이번 WBC에 참가했다. 일본파도 외야수 양다이강(니혼햄)과 투수 왕이정(요코하마), 양야오쉰(소프트뱅크), 린이하오(요미우리) 등 넷이나 된다.

상대국에 대한 정보 수집이나 세밀한 전력분석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과 작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타선은 상대 투수를 공략하지 못하고 맥없이 돌아서기 일쑤였다.

반면 우리 대표팀의 예측 가능한 선수 기용은 상대에게 쉽게 노출되는 것은 물론 팀 내 긴장감마저 떨어뜨렸다.

타이완과의 3차전에서는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상대 투수가 왼손이냐 오른손이냐 따라 선발 출전 선수와 타순까지 고정적으로 짜이다 보니 치열한 경쟁 구도는 사라졌다.

현지 적응 과정 역시 되새겨 볼만하다.

대표팀은 지난달 12일부터 2주간 타이완 자이현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주로 미국이나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선수들에게 타이완은 낯선 곳이었지만 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일찌감치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훈련 초기 타이완 현지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거나 심한 일교차 등 환경의 변화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장기간 훈련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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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우승 외치더니’ 자만한 한국, 예견된 수모
    • 입력 2013-03-06 00:23:20
    • 수정2013-03-06 00:42:02
    연합뉴스
한국 야구가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찌감치 짐을 싸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2006년 제1회 대회 4강, 2009년 제2회 대회 준우승에 이어 사상 첫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공언했지만 1라운드 세 경기를 치르고 대회를 마쳤다.

역대 WBC뿐만 아니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쌓아온 한국야구의 명성에도 큰 금이 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굴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세계야구는 상향 평준화 추세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지만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처음 한 시즌 70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우승을 노렸다가 5위에 그쳤다.

아시아 프로야구 최강 클럽을 가리는 아시아시리즈도 안방인 부산에서 열렸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두 팀이 참가해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최근 한국야구의 국제대회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국가대항전인 WBC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 같은 세계 야구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듯하다.

이번 대표팀은 구성부터 난항을 겪었다. 애초 구상한 정예 멤버로의 팀 구성에 차질이 빚어졌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소속팀 사정과 예상치 못한 부상 등으로 지난해 11월 예비명단 28명을 발표한 이래 7차례나 선수를 교체해야 했다.

28명의 이번 대표팀 엔트리 중 해외파는 일본에서 뛰는 이대호(오릭스)가 유일하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봉중근(LG)·김광현(SK) 등 특급 좌완 투수들이 이탈했고 강타자 추신수(신시내티 레즈)도 빠져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B조 상대국인 타이완만 하더라도 해외파가 적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현재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새 팀을 찾는 투수 왕젠민과 궈훙즈를 비롯해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투수 왕웨린(시카고 컵스)과 외야수 린저쉬안(휴스턴)이 이번 WBC에 참가했다. 일본파도 외야수 양다이강(니혼햄)과 투수 왕이정(요코하마), 양야오쉰(소프트뱅크), 린이하오(요미우리) 등 넷이나 된다.

상대국에 대한 정보 수집이나 세밀한 전력분석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과 작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타선은 상대 투수를 공략하지 못하고 맥없이 돌아서기 일쑤였다.

반면 우리 대표팀의 예측 가능한 선수 기용은 상대에게 쉽게 노출되는 것은 물론 팀 내 긴장감마저 떨어뜨렸다.

타이완과의 3차전에서는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상대 투수가 왼손이냐 오른손이냐 따라 선발 출전 선수와 타순까지 고정적으로 짜이다 보니 치열한 경쟁 구도는 사라졌다.

현지 적응 과정 역시 되새겨 볼만하다.

대표팀은 지난달 12일부터 2주간 타이완 자이현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주로 미국이나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선수들에게 타이완은 낯선 곳이었지만 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일찌감치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훈련 초기 타이완 현지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거나 심한 일교차 등 환경의 변화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장기간 훈련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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