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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참사’ 여수산단 근로자들 재하도급 고용자
입력 2013.03.16 (13:54) 수정 2013.03.16 (14:59)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다단계 하도급 형태의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자 대부분은 하도급 회사인 유한기술이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이 회사로부터 작업을 다시 하도급 받은 회사 측에서 근로자를 모집했다.

16일 광주·전남 건설노조와 플랜트 건설노조 여수지부 등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 12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되는 여수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 정기 보수 작업을 유한기술에 맡겼다.

대림산업은 사건 경과 브리핑 등을 통해 17명 사상자 중 대림산업 직원 2명을 제외한 15명은 유한기술 근로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한기술은 이 작업을 D사에 다시 하도급 줬으며 근로자 상당수는 재하도급 회사격인 D사의 지시를 받아 작업했다.

다단계 하도급 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참사로 하도급 관행 개선 논의와 법적 책임 공방 등이 예상된다.

◇"다단계 하도급, 안전소홀과 직결" = 정비 보수에 참여한 근로자들은 하루 14만여원(오전 8시~오후 5시)을 받기로 하고 25일간 단기계약을 했다.

작업 기간 40여명의 근로자를 쓸 예정이었다고 유한기술 측은 밝혔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숨진 '반장'과 함께 일감에 따라 팀으로 옮겨다니는 근로자들로 유한기술로부터 작업을 재하도급 받은 D사와 일을 하게 됐다고 한 현장 근로자는 전했다.

근로계약은 유한기술과 맺고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D사가 하는 불법 하도급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유한기술 측은 구체적인 공사금액 등 계약 내용을 밝히라는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고 플랜트 노조 측은 밝혔다.

건설·공사현장에서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관행은 안전 소홀과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부분 건설현장은 차치하고도 시설이 노후화한 여수산단은 신설보다 정비·보수공사가 많아 소규모 하도급공사가 비일비재하다.

"다섯 단계의 하도급까지 있어 당국에 고발도 해봤지만 벌금 처분으로 끝났다"고 한 근로자는 전했다.

하도급 과정에서 적정가 낙찰이 아닌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는 것도 무리한 작업진행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노동계는 지적했다.

송성주 광주·전남 건설노조 사무국장은 "발주처로부터 최저가 낙찰을 받고 이 가격에서 다시 할인을 해서 하도급을 받으니 회사들이 이윤을 남기려면 장시간 노동과 무리한 작업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림산업 폭발사고 사상자들도 사전 준비를 마치고 사실상 첫 작업이 이뤄진 14일 오후 10시까지 야간근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나면 어김없이 책임 공방 = 다단계 하도급에서는 사고 시 책임 공방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다단계 도급은 발주처와 중간 단계의 회사가 최종 도급회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실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림산업 폭발사고에서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직접 고용주가 누구인지 유한기술과 D사간 논란이 예상된다.

사측과 유족 간 보상 협의도 원활하지 못해 사고 사흘째인데도 아직 발인 등 장례절차가 확정되지 않았다.

작업 허가 등 실질적 권한을 쥐고 저비용 공사를 조장하는 발주처의 책임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의 한 관계자는 "100원짜리 공사면 100원이나 95원에 공사를 줘야하는데 80원에 준다고 해도 협력사들은 '다음에 보전해준다'는 말을 믿고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이른바 '갑을관계'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공사를 하는 업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장 소장들 모임에 발주처 관계자가 나와 구체적인 현장 지시를 하면서 '공사를 빨리 끝내자'고 넌지시 말하면 하도급 회사들은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해 피해자들도 온전히 보상하려면 문을 닫아야 하는 영세 사업장이 아니라 부실을 조장한 책임이 있는 발주처에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폭발 참사’ 여수산단 근로자들 재하도급 고용자
    • 입력 2013-03-16 13:54:07
    • 수정2013-03-16 14:59:22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다단계 하도급 형태의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자 대부분은 하도급 회사인 유한기술이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이 회사로부터 작업을 다시 하도급 받은 회사 측에서 근로자를 모집했다.

16일 광주·전남 건설노조와 플랜트 건설노조 여수지부 등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 12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되는 여수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 정기 보수 작업을 유한기술에 맡겼다.

대림산업은 사건 경과 브리핑 등을 통해 17명 사상자 중 대림산업 직원 2명을 제외한 15명은 유한기술 근로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한기술은 이 작업을 D사에 다시 하도급 줬으며 근로자 상당수는 재하도급 회사격인 D사의 지시를 받아 작업했다.

다단계 하도급 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참사로 하도급 관행 개선 논의와 법적 책임 공방 등이 예상된다.

◇"다단계 하도급, 안전소홀과 직결" = 정비 보수에 참여한 근로자들은 하루 14만여원(오전 8시~오후 5시)을 받기로 하고 25일간 단기계약을 했다.

작업 기간 40여명의 근로자를 쓸 예정이었다고 유한기술 측은 밝혔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숨진 '반장'과 함께 일감에 따라 팀으로 옮겨다니는 근로자들로 유한기술로부터 작업을 재하도급 받은 D사와 일을 하게 됐다고 한 현장 근로자는 전했다.

근로계약은 유한기술과 맺고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D사가 하는 불법 하도급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유한기술 측은 구체적인 공사금액 등 계약 내용을 밝히라는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고 플랜트 노조 측은 밝혔다.

건설·공사현장에서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관행은 안전 소홀과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부분 건설현장은 차치하고도 시설이 노후화한 여수산단은 신설보다 정비·보수공사가 많아 소규모 하도급공사가 비일비재하다.

"다섯 단계의 하도급까지 있어 당국에 고발도 해봤지만 벌금 처분으로 끝났다"고 한 근로자는 전했다.

하도급 과정에서 적정가 낙찰이 아닌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는 것도 무리한 작업진행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노동계는 지적했다.

송성주 광주·전남 건설노조 사무국장은 "발주처로부터 최저가 낙찰을 받고 이 가격에서 다시 할인을 해서 하도급을 받으니 회사들이 이윤을 남기려면 장시간 노동과 무리한 작업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림산업 폭발사고 사상자들도 사전 준비를 마치고 사실상 첫 작업이 이뤄진 14일 오후 10시까지 야간근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나면 어김없이 책임 공방 = 다단계 하도급에서는 사고 시 책임 공방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다단계 도급은 발주처와 중간 단계의 회사가 최종 도급회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실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림산업 폭발사고에서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직접 고용주가 누구인지 유한기술과 D사간 논란이 예상된다.

사측과 유족 간 보상 협의도 원활하지 못해 사고 사흘째인데도 아직 발인 등 장례절차가 확정되지 않았다.

작업 허가 등 실질적 권한을 쥐고 저비용 공사를 조장하는 발주처의 책임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의 한 관계자는 "100원짜리 공사면 100원이나 95원에 공사를 줘야하는데 80원에 준다고 해도 협력사들은 '다음에 보전해준다'는 말을 믿고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이른바 '갑을관계'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공사를 하는 업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장 소장들 모임에 발주처 관계자가 나와 구체적인 현장 지시를 하면서 '공사를 빨리 끝내자'고 넌지시 말하면 하도급 회사들은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해 피해자들도 온전히 보상하려면 문을 닫아야 하는 영세 사업장이 아니라 부실을 조장한 책임이 있는 발주처에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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