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사 감사委 권력출신 수두룩…로비委 전락 우려

입력 2013.03.18 (06:40) 수정 2013.03.18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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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ㆍ계열사 출신도 재벌사 감사위원으로


감사위원회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상장사 주주총회에서도 정관계 출신이거나 해당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 상당수가 감사위원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일부 감사위원은 경영 감시라는 본래 역할보다는 회사 이익을 위한 로비스트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감사위원 역량 부족, 기업 부실 키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상장사들이 올해 선임한 감사위원 3명 중 1명은 정부 고위직이나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66개사는 감사위원 81명을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했거나 뽑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권력기관 출신은 25명으로 전체의 30.9%를 차지한다.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돼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감시 역할을 맡는 내부 통제기구다.

현행 상법상 자산이 2조원 이상인 주식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감사위원 3분의 2 이상은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여러 명으로 구성되는 회의체 조직이어서 1명의 상근감사로 운영되는 감사제도보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비상근 사외이사들이 회사 사정에 어둡고 회계·재무 등 감사에 필요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아울러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기 힘든 내부 임직원이나 협력회사 관계자를 감사위원으로 앉히는 경우도 상당수인데다, 고위직 출신 인사를 영입해 경영 감시라는 본래 역할보다 대외 로비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대기업 다수가 판검사 등 권력기관 출신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지난 15일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는 논란이 일었던 송광수 전(前) 검찰총장을 감사위원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송광수 전 총장은 검찰 재직 당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의혹 수사와 대선 비자금 수사의 최고책임자였다.

SK C&C는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인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감사위원으로 뽑는 안건을 올렸다. 주 고문은 작년까지 SK그룹 계열사인 하나SK카드의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지금은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LG는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을, 현대모비스는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감사위원으로 각각 재선임했다.

이준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위원은 이사회에서 선임·해임하므로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감사위원이 얼마나 객관적 시각을 갖고 기업 오너나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활동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감사위원은 경영진 이외 주주들이 선임해야"

감사위원회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자 박근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감사위원을 맡을 사외이사는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줘 선임함으로써 재벌 총수와 기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위원과 사외이사를 분리 선출한다고 해서 독립성이 더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더라도 기업들이 이사들의 임기에 시차를 두면 매번 1~2명의 이사만 선임하게 돼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부 출신 상근 감사위원을 의무적으로 1명 이상씩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회적책임투자(SRI) 컨설팅 회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상근 감사의 경우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지만,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은 대주주가 원하는 사람을 앉히기가 더 쉽다"며 "상근감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덕교 한국지배구조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팀장은 "회사 내부 인사 없이 사외이사로만 감사위원회를 꾸리고, 상근 감사위원을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회사감사회의 지난해 조사 결과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감사위원 총 723명 가운데 상근은 27명에 그쳤다. 비상근 감사위원이 696명(96.3%)이었다.

경영진이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않고 추천위원회를 따로 두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스웨덴은 이사회 외부에 주주대표들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있다"며 "여기에 소액주주대표가 반드시 1명 이상 포함돼 자신들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독립주주의 과반 이상이 찬성하는 것을 선임요건으로 하고 있다.

주주들이 감사위원 업무를 철저히 평가하고 감시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감사위원이 소홀한 감사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주주대표 소송제도로 책임을 묻고, 감사위원 활동 평가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류영재 대표는 "어느 누가 감사위원으로 뽑히더라도 감시와 감독이 철저하면 함부로 행동하기 어렵다"며 "주주들이 감사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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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18 06:40:13
    • 수정2013-03-18 06:43:48
    연합뉴스
협력사ㆍ계열사 출신도 재벌사 감사위원으로 감사위원회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상장사 주주총회에서도 정관계 출신이거나 해당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 상당수가 감사위원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일부 감사위원은 경영 감시라는 본래 역할보다는 회사 이익을 위한 로비스트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감사위원 역량 부족, 기업 부실 키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상장사들이 올해 선임한 감사위원 3명 중 1명은 정부 고위직이나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66개사는 감사위원 81명을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했거나 뽑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권력기관 출신은 25명으로 전체의 30.9%를 차지한다.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돼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감시 역할을 맡는 내부 통제기구다. 현행 상법상 자산이 2조원 이상인 주식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감사위원 3분의 2 이상은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여러 명으로 구성되는 회의체 조직이어서 1명의 상근감사로 운영되는 감사제도보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비상근 사외이사들이 회사 사정에 어둡고 회계·재무 등 감사에 필요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아울러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기 힘든 내부 임직원이나 협력회사 관계자를 감사위원으로 앉히는 경우도 상당수인데다, 고위직 출신 인사를 영입해 경영 감시라는 본래 역할보다 대외 로비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대기업 다수가 판검사 등 권력기관 출신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지난 15일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는 논란이 일었던 송광수 전(前) 검찰총장을 감사위원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송광수 전 총장은 검찰 재직 당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의혹 수사와 대선 비자금 수사의 최고책임자였다. SK C&C는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인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감사위원으로 뽑는 안건을 올렸다. 주 고문은 작년까지 SK그룹 계열사인 하나SK카드의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지금은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LG는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을, 현대모비스는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감사위원으로 각각 재선임했다. 이준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위원은 이사회에서 선임·해임하므로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감사위원이 얼마나 객관적 시각을 갖고 기업 오너나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활동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감사위원은 경영진 이외 주주들이 선임해야" 감사위원회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자 박근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감사위원을 맡을 사외이사는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줘 선임함으로써 재벌 총수와 기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위원과 사외이사를 분리 선출한다고 해서 독립성이 더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더라도 기업들이 이사들의 임기에 시차를 두면 매번 1~2명의 이사만 선임하게 돼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부 출신 상근 감사위원을 의무적으로 1명 이상씩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회적책임투자(SRI) 컨설팅 회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상근 감사의 경우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지만,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은 대주주가 원하는 사람을 앉히기가 더 쉽다"며 "상근감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덕교 한국지배구조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팀장은 "회사 내부 인사 없이 사외이사로만 감사위원회를 꾸리고, 상근 감사위원을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회사감사회의 지난해 조사 결과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감사위원 총 723명 가운데 상근은 27명에 그쳤다. 비상근 감사위원이 696명(96.3%)이었다. 경영진이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않고 추천위원회를 따로 두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스웨덴은 이사회 외부에 주주대표들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있다"며 "여기에 소액주주대표가 반드시 1명 이상 포함돼 자신들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뽑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독립주주의 과반 이상이 찬성하는 것을 선임요건으로 하고 있다. 주주들이 감사위원 업무를 철저히 평가하고 감시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감사위원이 소홀한 감사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주주대표 소송제도로 책임을 묻고, 감사위원 활동 평가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류영재 대표는 "어느 누가 감사위원으로 뽑히더라도 감시와 감독이 철저하면 함부로 행동하기 어렵다"며 "주주들이 감사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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