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발등의 불’

입력 2013.03.18 (21:29) 수정 2013.03.1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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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1978년 건설된 한국 1호 원전, 고리원자력발소입니다.

이후 월성 영광 울진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는 원전 23개를 가동하는 세계 5위 원전국가가 됐습니다.

1973년 미국과 맺은 원자력협정을 통해 핵심기술과 장비를 이전받았습니다.

대신 우라늄을 농축해 연료를 만들거나 사용한 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습니다.

핵무기를 만드는데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우리 핵체제의 근간인 이 협정의 발효기간은 체결 이후 41년, 앞으로 딱 1년 남았습니다.

현재 방사능 덩어리인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지 못해 발전소 수조에 임시저장해놓고 있는데 2016년 고리를 시작으로 2021년엔 울진까지 꽉 차게 됩니다.

또 외국에서 핵원료를 농축해오는데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다, 자칫 연료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발전이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 협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한미 간에 입장차가 큽니다.

우리는 평화적 핵주권 차원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과 처분,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가 절실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원자력협정을 에너지자원 분야 최대 정책과제로 보고 있는데요.

오는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 미국 대표단을 만나 원자력 협정 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3년째 제자리걸음인 개정 협상의 시급성을 거론했습니다.

핵연료 재활용과 자체생산 권리를 갖지 못한데 따른 경제 환경적 손실은 한해 9천억원에 이릅니다.

특히 포화 직전인 사용후연료의 저장공간이 없으면 발전을 멈춰야 한다는 점에서 발등의 불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재처리와 농축 모두 해외에 위탁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동북아 핵경쟁을 우려해 방침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새 정부는 5월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합의를 목표로 전담 협상 조직까지 꾸렸습니다.

<녹취> 조태영(외교통상부 대변인) :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협의와 조율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핵의 비확산을 정책 1순위로 둔 미국은 원자력 협정 개정에 의회 비준까지 받도록 까다롭게 만들어놨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시간이 부족합니다.

자칫 1년 뒤 원자력협정 공백 사태가 초래될 경우 미국과 협력하는 원전 수출은 물론 국내 원전 부품과 연료 조달에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인터뷰> 황일순(서울대 원자력공학과교수) :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가 몇 년간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가 제때 공급이 안 되는 그러한 사태를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급한대로 현재의 원자력 협정을 1-2년 연장해서 시간을 번 다음 개정 협상을 이어가는 단계적 협상 방식 채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이번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의 쟁점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제시한 대안과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박경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현재 원전에 보관중인 '사용 후 핵연료'에는, 발전용으로 다시 태울 수 있는 핵물질이 98%나 들어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타다 남은 연탄재와 마찬가집니다.

우리 정부는 이 사용 후 핵연료를 파이로 프로세싱이란 기술을 이용해 다시 연료로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용 후 핵연료를 통째로 특수처리해 우라늄 혼합물로 만들기 때문에, 플루토늄 같은 무기용 핵물질을 뽑아낼 수 없다는 점을 미국 측에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한수(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다른 분들이 우려하시는 거와 다르게 순수한 그런 핵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는..."

또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이용하면 최종 폐기물량의 부피를 1/100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파이로 프로세싱 역시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연구진은 한미 공동연구를 통해 미국 정부를 설득한다는 전략입니다.

<인터뷰> 허진목(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현재 수행하고 있는 한미 공동 연구를 통해서 획득하게 될 사용 후 핵연료 실험자료를 합친다면 2020년쯤 실용화기술에 근접할 수 있으리라..."

원자로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사용 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이나 영구저장 시설을 어디에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함께 이뤄내야 할 과젭니다.

KBS 뉴스 박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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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발등의 불’
    • 입력 2013-03-18 21:32:41
    • 수정2013-03-18 22: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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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1978년 건설된 한국 1호 원전, 고리원자력발소입니다.

이후 월성 영광 울진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는 원전 23개를 가동하는 세계 5위 원전국가가 됐습니다.

1973년 미국과 맺은 원자력협정을 통해 핵심기술과 장비를 이전받았습니다.

대신 우라늄을 농축해 연료를 만들거나 사용한 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습니다.

핵무기를 만드는데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우리 핵체제의 근간인 이 협정의 발효기간은 체결 이후 41년, 앞으로 딱 1년 남았습니다.

현재 방사능 덩어리인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지 못해 발전소 수조에 임시저장해놓고 있는데 2016년 고리를 시작으로 2021년엔 울진까지 꽉 차게 됩니다.

또 외국에서 핵원료를 농축해오는데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다, 자칫 연료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발전이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 협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한미 간에 입장차가 큽니다.

우리는 평화적 핵주권 차원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과 처분,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가 절실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원자력협정을 에너지자원 분야 최대 정책과제로 보고 있는데요.

오는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 미국 대표단을 만나 원자력 협정 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3년째 제자리걸음인 개정 협상의 시급성을 거론했습니다.

핵연료 재활용과 자체생산 권리를 갖지 못한데 따른 경제 환경적 손실은 한해 9천억원에 이릅니다.

특히 포화 직전인 사용후연료의 저장공간이 없으면 발전을 멈춰야 한다는 점에서 발등의 불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재처리와 농축 모두 해외에 위탁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동북아 핵경쟁을 우려해 방침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새 정부는 5월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합의를 목표로 전담 협상 조직까지 꾸렸습니다.

<녹취> 조태영(외교통상부 대변인) :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협의와 조율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핵의 비확산을 정책 1순위로 둔 미국은 원자력 협정 개정에 의회 비준까지 받도록 까다롭게 만들어놨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시간이 부족합니다.

자칫 1년 뒤 원자력협정 공백 사태가 초래될 경우 미국과 협력하는 원전 수출은 물론 국내 원전 부품과 연료 조달에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인터뷰> 황일순(서울대 원자력공학과교수) :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가 몇 년간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가 제때 공급이 안 되는 그러한 사태를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급한대로 현재의 원자력 협정을 1-2년 연장해서 시간을 번 다음 개정 협상을 이어가는 단계적 협상 방식 채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이번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의 쟁점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제시한 대안과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박경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현재 원전에 보관중인 '사용 후 핵연료'에는, 발전용으로 다시 태울 수 있는 핵물질이 98%나 들어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타다 남은 연탄재와 마찬가집니다.

우리 정부는 이 사용 후 핵연료를 파이로 프로세싱이란 기술을 이용해 다시 연료로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용 후 핵연료를 통째로 특수처리해 우라늄 혼합물로 만들기 때문에, 플루토늄 같은 무기용 핵물질을 뽑아낼 수 없다는 점을 미국 측에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한수(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다른 분들이 우려하시는 거와 다르게 순수한 그런 핵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는..."

또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이용하면 최종 폐기물량의 부피를 1/100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파이로 프로세싱 역시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연구진은 한미 공동연구를 통해 미국 정부를 설득한다는 전략입니다.

<인터뷰> 허진목(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현재 수행하고 있는 한미 공동 연구를 통해서 획득하게 될 사용 후 핵연료 실험자료를 합친다면 2020년쯤 실용화기술에 근접할 수 있으리라..."

원자로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사용 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이나 영구저장 시설을 어디에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함께 이뤄내야 할 과젭니다.

KBS 뉴스 박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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