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오바마 ‘말뿐인’ 중동외교…“평화협상 알맹이 없다”
입력 2013.03.22 (17:41) 연합뉴스
이스라엘 '구애'에만 열심…"미국 스스로 옵서버로 격하"

"황무지에 화려한 문장들만 흩뿌리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 "연설은 멋졌지만 정치는 그렇지 못했다"(가디언)

5년 만의 중동 순방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유수 언론으로부터 그야말로 혹평을 받고 있다.

화려한 수사와 언변을 동원해가며 중동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중동 순방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지난 20∼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문. 오바마 대통령은 예루살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수백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특유의 '유려한' 연설을 했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영웅을 인용하는가 하면 역사 속의 유대인 박해, 홀로코스트, 시오니즘을 거론하고 "사막을 옥토로 바꾼" 선조 얘기까지 끄집어냈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인들의 마음을 사려는 뜨거
운 '구애'였다는 평가다. 그는 그럴 듯한 히브리어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하기까지 했다.

오바마 연설의 핵심은 ▲빈사상태에 놓인 중동평화협상 프로세스를 되살리고 ▲이스라엘의 안전보장을 재확약하며 ▲이스라엘의 최대 우려사항인 이란 핵프로그램을 막아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스라엘을 향한 '쓴소리'도 있었다. 강경외교 기조와 그에 따른 '고립화' 양상을 경고하는 언급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친구로서 정말 걱정해주는 말투"(가디언)였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인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대해서는 "건설적이지 못하다"는 수준의 극도로 완곡한 비판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번 연설을 놓고 백악관과 미국 정부 관리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미국대책본부(ATFP)의 후세인 이비쉬는 "역사적인 명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관계회복 노력 및 이스라엘에 대한 안전보장 확약은 중동 평화협상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사전정지 작업의 의미가 있다는 게 미국 관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외 유수언론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중동을 화약고로 만들어놓은 '뿌리'인 이·팔 분쟁에 대해 아무런 진전된 내용이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비판론의 핵심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은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오바마 대통령은 그곳에서 별로 할 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가디언지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뜨거운 사랑의 목욕"이었다고 비꼬면서 "그러나 오바마 연설의 좋은 느낌을 현실적인 정치와 외교로 풀어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 달콤하거나 지적인 언변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평화 협상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일임하고 정작 자신은 뒤로 빠지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비판론이 거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케리 장관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위험을 무릅쓸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대통령 스스로 양쪽이 협상테이블에 앉도록 그의 개인적 자산과 권위를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때 중동지역의 지도적 국가였던 미국은 이제 스스로 옵서버 자격으로 지위를 격하시켰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을 얼마나 좋아할지 모르지만 미국이 중동지역의 이
해관계와 책임감에서 탈피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지는 "이번 순방이 끝나면 케리 장관이 엄청나게 힘든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슬람권의 반응도 결코 좋을 리 없다. 가디언지는 "오바마가 연설할 때 바이올린이 배경음악으로 연주됐느냐", "깊이나 내용 없이 언변만 번드르르했다"는 이슬람 인사들의 발언들을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화려한 수사는 종종 실망을 부른다"고 꼬집었다.
  • 오바마 ‘말뿐인’ 중동외교…“평화협상 알맹이 없다”
    • 입력 2013-03-22 17:41:38
    연합뉴스
이스라엘 '구애'에만 열심…"미국 스스로 옵서버로 격하"

"황무지에 화려한 문장들만 흩뿌리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 "연설은 멋졌지만 정치는 그렇지 못했다"(가디언)

5년 만의 중동 순방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유수 언론으로부터 그야말로 혹평을 받고 있다.

화려한 수사와 언변을 동원해가며 중동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중동 순방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지난 20∼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문. 오바마 대통령은 예루살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수백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특유의 '유려한' 연설을 했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영웅을 인용하는가 하면 역사 속의 유대인 박해, 홀로코스트, 시오니즘을 거론하고 "사막을 옥토로 바꾼" 선조 얘기까지 끄집어냈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인들의 마음을 사려는 뜨거
운 '구애'였다는 평가다. 그는 그럴 듯한 히브리어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하기까지 했다.

오바마 연설의 핵심은 ▲빈사상태에 놓인 중동평화협상 프로세스를 되살리고 ▲이스라엘의 안전보장을 재확약하며 ▲이스라엘의 최대 우려사항인 이란 핵프로그램을 막아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스라엘을 향한 '쓴소리'도 있었다. 강경외교 기조와 그에 따른 '고립화' 양상을 경고하는 언급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친구로서 정말 걱정해주는 말투"(가디언)였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인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대해서는 "건설적이지 못하다"는 수준의 극도로 완곡한 비판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번 연설을 놓고 백악관과 미국 정부 관리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미국대책본부(ATFP)의 후세인 이비쉬는 "역사적인 명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관계회복 노력 및 이스라엘에 대한 안전보장 확약은 중동 평화협상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사전정지 작업의 의미가 있다는 게 미국 관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외 유수언론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중동을 화약고로 만들어놓은 '뿌리'인 이·팔 분쟁에 대해 아무런 진전된 내용이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비판론의 핵심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은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오바마 대통령은 그곳에서 별로 할 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가디언지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뜨거운 사랑의 목욕"이었다고 비꼬면서 "그러나 오바마 연설의 좋은 느낌을 현실적인 정치와 외교로 풀어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 달콤하거나 지적인 언변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평화 협상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일임하고 정작 자신은 뒤로 빠지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비판론이 거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케리 장관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위험을 무릅쓸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대통령 스스로 양쪽이 협상테이블에 앉도록 그의 개인적 자산과 권위를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때 중동지역의 지도적 국가였던 미국은 이제 스스로 옵서버 자격으로 지위를 격하시켰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을 얼마나 좋아할지 모르지만 미국이 중동지역의 이
해관계와 책임감에서 탈피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지는 "이번 순방이 끝나면 케리 장관이 엄청나게 힘든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슬람권의 반응도 결코 좋을 리 없다. 가디언지는 "오바마가 연설할 때 바이올린이 배경음악으로 연주됐느냐", "깊이나 내용 없이 언변만 번드르르했다"는 이슬람 인사들의 발언들을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화려한 수사는 종종 실망을 부른다"고 꼬집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