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놓고’ 드라마 간접광고 갈수록 노골화

입력 2013.03.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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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보고 싶다''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징계
"작품의 질 떨어져..제작비 구조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지난달 18일 전파를 탄 SBS TV '야왕'의 한 장면.

"이번에 우리 커피 전문점에 출시되는 새로운 제품을 위한 라떼 아트 디자인입니다."(사원 A)

"업계 최초로 시도되는 메뉴니만큼, 매장에서의 교육뿐 아니라 바리스타 교육도 신경 써서 진행하도록 하세요."(수애)

TV 화면에는 D 커피 전문점의 신제품 사진이 풀샷으로 부각됐다.

극 중 실명 그대로 등장하는 이 커피 업체는 실제로 지난 11월 출시한 해당 신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 간접광고(PPL)가 갈수록 노골화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방송법 개정으로 허가된 PPL은 과거 브랜드 이름을 살짝 바꿔 노출하는 방식에서 이제는 대놓고 상표를 노출해 극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드라마 속 PPL '점입가경'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지난 21일 협찬·간접광고 제품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MBC TV '보고 싶다', SBS TV '청담동 앨리스'·'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지상파 TV 3개 드라마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보고 싶다'에서는 "자기야 ** 홍삼 먹어"라는 휴대 전화 알람이 울리자, 등장인물이 홍삼액을 꺼내 마시는 장면이 2회 방송되고, 남녀 주인공이 특정 제품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 "**에서 업로드했다"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노출된 점이 문제됐다. 이 프로그램은 '해당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받았다.

'청담동 앨리스'는 여자 주인공이 특정 스마트폰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장면과 그의 동생이 한 안경 판매점에서 "가격이 싸다"며 안경을 파는 장면이 지적돼 '경고'를 받았다.

현재 방송 중인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주인공이 인터넷 전화의 기능을 지나치게 세세하게 이용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 '주의'를 받았다.

방심위의 제재는 받지 않았지만, 극 중 뜬금없이 상품이 등장해 시청자의 빈축을 사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2화에서는 오영(송혜교 분)이 수술을 위해 의사의 상담을 받는 중요한 장면 앞에 아무런 맥락 없이 J 의류회사의 신상품을 소개하는 장면이 삽입됐다.

극 중 이명호(김영훈)가 "소비자의 경험을 대신한다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라"며 "우리 주 타겟층인 메트로섹슈얼 그루밍족을 유혹할 만한 아이디어를 하나씩 제출하라"고 신입 사원들에게 과제를 내리는 장면에서는 J라는 브랜드 이름이 커다랗게 등장했다.

이 밖에도 MBC '백년의 유산'에는 O 식품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KBS '광고천재 이태백'에는 S 통신사가 지난 18일부터 새로이 펼치는 광고 캠페인의 실제 탄생 과정을 선보이기도 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PPL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추세"라며 "간접 광고가 점점 세지다 보니, 우리도 더욱 엄밀하게 보고 있다. 지난주 MBC를 시작으로 방송사 실무자를 대상으로 PPL 기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비 충당 위한 불법 PPL 만연 = 드라마 속 PPL은 협찬과 간접 광고로 나뉜다.

방송법 등에 따르면 협찬은 외주 제작사가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물품이나 경비를 업체로부터 제공받고, 이를 프로그램 말미의 자막 등을 통해 알리는 것(협찬고지)이다.

간접 광고는 방송사가 광고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고 프로그램에 해당 상품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등 미디어렙을 통해 이뤄진다.

문제는 법의 규제를 받는 간접 광고도 있지만, 협찬의 형태로 브랜드 노출이 이뤄지는 불법 PPL이 만연하다는 점이다.

드라마 대부분이 외주 제작으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방송사로부터 받는 제작비는 턱없이 모자란 경우가 많기 때문.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그 수익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방송가에 따르면 작품마다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PPL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30% 정도다.

주인공이 특정 의류·요식 업체를 운영하는 설정은 기업 홍보를 위해 가장 효과가 좋은 수단으로 알려졌다. 직업군에 따라 2억-5억 원에 달한다.

휴대전화나 자동차 노출은 5천만 원에서 2억 원을 오가며, 기타 단발성 노출은 1천만-3천만 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 일부는 작가나 프리랜서 외주 PD에게 들어가기도 한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외주 제작사는 작가에게 해당 PPL과 관련된 장면을 무조건 쓰라고 한다"며 "PD가 염연히 있는데도 담당 외주사 직원이 현장에 와 특정한 장면을 넣도록 연출을 한다.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프로그램이 경고를 받아도 이에 대한 모든 처벌은 담당 PD에게 집중된다"며 "경고나 주의를 받으면 제작사에게 벌금을 물리는 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외주 제작사는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작비 구조 개선과 내부 심의 강화 필요 =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스타 몸값 상승 등으로 인해 천정부지로 솟은 제작비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백승혁 박사는 "현재 방송 제작 시장은 제작비는 높은데 방송사는 그만큼 주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라며 구조적 문제점을 꼬집었다.

드라마가 전파를 타기 전 거치는 방송사 내부 심의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나친 PPL을 걸러낼 일차적 책임은 방송사에 있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심의실 관계자는 "사전에 대본 심의를 거친 후 제작물에 대해 심의를 한다"며 "굉장히 보수적으로 심의하기 때문에 '수정 후 (조건부) 방송 적합' 판정도 많이 내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대본에 PPL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대본 심의 과정에서는 거를 수 없다"며 "이후 완성본에 대해 지적을 해도, 반드시 수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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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대놓고’ 드라마 간접광고 갈수록 노골화
    • 입력 2013-03-24 09:15:46
    연합뉴스
방심위, '보고 싶다''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징계 "작품의 질 떨어져..제작비 구조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지난달 18일 전파를 탄 SBS TV '야왕'의 한 장면. "이번에 우리 커피 전문점에 출시되는 새로운 제품을 위한 라떼 아트 디자인입니다."(사원 A) "업계 최초로 시도되는 메뉴니만큼, 매장에서의 교육뿐 아니라 바리스타 교육도 신경 써서 진행하도록 하세요."(수애) TV 화면에는 D 커피 전문점의 신제품 사진이 풀샷으로 부각됐다. 극 중 실명 그대로 등장하는 이 커피 업체는 실제로 지난 11월 출시한 해당 신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 간접광고(PPL)가 갈수록 노골화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방송법 개정으로 허가된 PPL은 과거 브랜드 이름을 살짝 바꿔 노출하는 방식에서 이제는 대놓고 상표를 노출해 극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드라마 속 PPL '점입가경'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지난 21일 협찬·간접광고 제품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MBC TV '보고 싶다', SBS TV '청담동 앨리스'·'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지상파 TV 3개 드라마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보고 싶다'에서는 "자기야 ** 홍삼 먹어"라는 휴대 전화 알람이 울리자, 등장인물이 홍삼액을 꺼내 마시는 장면이 2회 방송되고, 남녀 주인공이 특정 제품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 "**에서 업로드했다"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노출된 점이 문제됐다. 이 프로그램은 '해당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받았다. '청담동 앨리스'는 여자 주인공이 특정 스마트폰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장면과 그의 동생이 한 안경 판매점에서 "가격이 싸다"며 안경을 파는 장면이 지적돼 '경고'를 받았다. 현재 방송 중인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주인공이 인터넷 전화의 기능을 지나치게 세세하게 이용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 '주의'를 받았다. 방심위의 제재는 받지 않았지만, 극 중 뜬금없이 상품이 등장해 시청자의 빈축을 사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2화에서는 오영(송혜교 분)이 수술을 위해 의사의 상담을 받는 중요한 장면 앞에 아무런 맥락 없이 J 의류회사의 신상품을 소개하는 장면이 삽입됐다. 극 중 이명호(김영훈)가 "소비자의 경험을 대신한다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라"며 "우리 주 타겟층인 메트로섹슈얼 그루밍족을 유혹할 만한 아이디어를 하나씩 제출하라"고 신입 사원들에게 과제를 내리는 장면에서는 J라는 브랜드 이름이 커다랗게 등장했다. 이 밖에도 MBC '백년의 유산'에는 O 식품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KBS '광고천재 이태백'에는 S 통신사가 지난 18일부터 새로이 펼치는 광고 캠페인의 실제 탄생 과정을 선보이기도 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PPL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추세"라며 "간접 광고가 점점 세지다 보니, 우리도 더욱 엄밀하게 보고 있다. 지난주 MBC를 시작으로 방송사 실무자를 대상으로 PPL 기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비 충당 위한 불법 PPL 만연 = 드라마 속 PPL은 협찬과 간접 광고로 나뉜다. 방송법 등에 따르면 협찬은 외주 제작사가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물품이나 경비를 업체로부터 제공받고, 이를 프로그램 말미의 자막 등을 통해 알리는 것(협찬고지)이다. 간접 광고는 방송사가 광고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고 프로그램에 해당 상품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등 미디어렙을 통해 이뤄진다. 문제는 법의 규제를 받는 간접 광고도 있지만, 협찬의 형태로 브랜드 노출이 이뤄지는 불법 PPL이 만연하다는 점이다. 드라마 대부분이 외주 제작으로 이뤄지는 현실에서 방송사로부터 받는 제작비는 턱없이 모자란 경우가 많기 때문.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그 수익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방송가에 따르면 작품마다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PPL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30% 정도다. 주인공이 특정 의류·요식 업체를 운영하는 설정은 기업 홍보를 위해 가장 효과가 좋은 수단으로 알려졌다. 직업군에 따라 2억-5억 원에 달한다. 휴대전화나 자동차 노출은 5천만 원에서 2억 원을 오가며, 기타 단발성 노출은 1천만-3천만 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 일부는 작가나 프리랜서 외주 PD에게 들어가기도 한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외주 제작사는 작가에게 해당 PPL과 관련된 장면을 무조건 쓰라고 한다"며 "PD가 염연히 있는데도 담당 외주사 직원이 현장에 와 특정한 장면을 넣도록 연출을 한다.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프로그램이 경고를 받아도 이에 대한 모든 처벌은 담당 PD에게 집중된다"며 "경고나 주의를 받으면 제작사에게 벌금을 물리는 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외주 제작사는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작비 구조 개선과 내부 심의 강화 필요 =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스타 몸값 상승 등으로 인해 천정부지로 솟은 제작비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백승혁 박사는 "현재 방송 제작 시장은 제작비는 높은데 방송사는 그만큼 주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라며 구조적 문제점을 꼬집었다. 드라마가 전파를 타기 전 거치는 방송사 내부 심의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나친 PPL을 걸러낼 일차적 책임은 방송사에 있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심의실 관계자는 "사전에 대본 심의를 거친 후 제작물에 대해 심의를 한다"며 "굉장히 보수적으로 심의하기 때문에 '수정 후 (조건부) 방송 적합' 판정도 많이 내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대본에 PPL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대본 심의 과정에서는 거를 수 없다"며 "이후 완성본에 대해 지적을 해도, 반드시 수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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