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권 양보?’ 탁구협, 원칙 없는 세대교체

입력 2013.03.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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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탁구협회가 오는 5월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 대표 선수를 뽑는 과정에서 오락가락 행정으로 '실력대로'라던 세대교체 원칙마저 스스로 뒤엎었다.

24일 탁구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세계랭킹 20위 안에 들어 자력으로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확보했던 주세혁(13위·삼성생명)과 오상은(17위·KDB대우증권) 대신 다른 2명을 새로 뽑기로 했다.

겉보기에는 주세혁과 오상은 두 베테랑 선수가 출전권을 양보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훈훈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은 사뭇 다르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남녀 7명씩 모두 14명이 출전하는데 탁구협회는 당초 주세혁과 오상은의 출전을 염두에 두고 남자부에서는 이 둘을 제외한 5명을 선발전으로 뽑는다고 발표한 뒤 각 실업팀에 공문을 보냈다.

협회는 또 추천선발 등 변수와 특혜를 모두 차단하고 선발전 성적으로만 대표 선수를 뽑겠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

지난 11~14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선발전도 자칫 느슨해질 우려가 있는 리그전 대신 처음으로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해 치렀다.

이 모두 철저히 선수들의 실력만 평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매번 굵직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대표선수를 뽑을 때마다 추천선발을 둘러싸고 잡음을 일으켜온 협회의 이런 변화는 '세대교체'에 대한 절실함 때문이었다.

오상은, 주세혁, 유승민(삼성생명) 이후 등장한 '차세대'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국내에서도 선배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생존경쟁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유남규 남자 대표팀 감독은 "어떤 특혜도 없이 무조건 성적순이다. 살아남는 선수만 데리고 간다"고 말했다. 정현숙 탁구협회 전무도 "유망주들이 실력으로 당당히 선배들을 이기고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발전 초기부터 이런 '원칙'이 흔들렸다.

코치진 등 협회 내부에서 주세혁과 오상은 대신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야 한다며 애초 발표한 5명 대신 7명을 선발전으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속팀의 반발에 일단 원래 발표한 지침대로 5명을 대표로 선발했지만 주세혁과 오상은의 출전을 둘러싼 이견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두 선수가 출전권을 반납하고 협회는 대표 선수 2명을 추가 선발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으나 '양보'보다는 '포기'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협회는 여기에 주세혁·오상은이 빠진 자리를 메울 선수를 경기력강화위원회의 추천 선발로 뽑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노장 선수들이 양보한 자리인 만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내다보고 어리지만 실력 있는 유망주를 물색해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 자체는 수긍할 만 하다.

하지만 협회가 이 과정에서 내세운 대표선수 선발 절차와 원칙을 스스로 져버리고 또다시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현숙 탁구협회 전무이사는 "주세혁, 오상은 선수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그보다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 우세했고 두 선수도 출전권을 양보하는 쪽으로 결정해줬다"고 설명했다.

정 전무는 "대표팀 코치진 선임과 선발전 등 일정을 바쁘게 진행하느라 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두 선수가 어렵게 내준 자리인 만큼 신중하게 추가 대표선수를 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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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전권 양보?’ 탁구협, 원칙 없는 세대교체
    • 입력 2013-03-24 14:29:30
    연합뉴스
대한탁구협회가 오는 5월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 대표 선수를 뽑는 과정에서 오락가락 행정으로 '실력대로'라던 세대교체 원칙마저 스스로 뒤엎었다. 24일 탁구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세계랭킹 20위 안에 들어 자력으로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확보했던 주세혁(13위·삼성생명)과 오상은(17위·KDB대우증권) 대신 다른 2명을 새로 뽑기로 했다. 겉보기에는 주세혁과 오상은 두 베테랑 선수가 출전권을 양보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훈훈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은 사뭇 다르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남녀 7명씩 모두 14명이 출전하는데 탁구협회는 당초 주세혁과 오상은의 출전을 염두에 두고 남자부에서는 이 둘을 제외한 5명을 선발전으로 뽑는다고 발표한 뒤 각 실업팀에 공문을 보냈다. 협회는 또 추천선발 등 변수와 특혜를 모두 차단하고 선발전 성적으로만 대표 선수를 뽑겠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 지난 11~14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선발전도 자칫 느슨해질 우려가 있는 리그전 대신 처음으로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해 치렀다. 이 모두 철저히 선수들의 실력만 평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매번 굵직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대표선수를 뽑을 때마다 추천선발을 둘러싸고 잡음을 일으켜온 협회의 이런 변화는 '세대교체'에 대한 절실함 때문이었다. 오상은, 주세혁, 유승민(삼성생명) 이후 등장한 '차세대'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국내에서도 선배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생존경쟁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유남규 남자 대표팀 감독은 "어떤 특혜도 없이 무조건 성적순이다. 살아남는 선수만 데리고 간다"고 말했다. 정현숙 탁구협회 전무도 "유망주들이 실력으로 당당히 선배들을 이기고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발전 초기부터 이런 '원칙'이 흔들렸다. 코치진 등 협회 내부에서 주세혁과 오상은 대신 어린 선수들을 내보내야 한다며 애초 발표한 5명 대신 7명을 선발전으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속팀의 반발에 일단 원래 발표한 지침대로 5명을 대표로 선발했지만 주세혁과 오상은의 출전을 둘러싼 이견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두 선수가 출전권을 반납하고 협회는 대표 선수 2명을 추가 선발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으나 '양보'보다는 '포기'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협회는 여기에 주세혁·오상은이 빠진 자리를 메울 선수를 경기력강화위원회의 추천 선발로 뽑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노장 선수들이 양보한 자리인 만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내다보고 어리지만 실력 있는 유망주를 물색해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 자체는 수긍할 만 하다. 하지만 협회가 이 과정에서 내세운 대표선수 선발 절차와 원칙을 스스로 져버리고 또다시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현숙 탁구협회 전무이사는 "주세혁, 오상은 선수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그보다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 우세했고 두 선수도 출전권을 양보하는 쪽으로 결정해줬다"고 설명했다. 정 전무는 "대표팀 코치진 선임과 선발전 등 일정을 바쁘게 진행하느라 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두 선수가 어렵게 내준 자리인 만큼 신중하게 추가 대표선수를 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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